고구려의 섬 - 상 - 멸망의 얼굴
배상열 지음 / 황금책방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가 잃어버린 고구려의 드넓은 땅을 보며 우리네 것이라고 말하고 싶어할 것이다.
<고구려의 섬>이라는 책제에 '독도'라는 지명은 끝까지 1글자도 나오지 않으며 4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상, 하권을 모두 마칠 즈음 마지막 꼭지글에 '고구려의섬 '이 짧막하게 등장한다.
<고구려의 섬>이라면 아니 독도가 삼국시대부터 고구려의 영토였던가?
역사를 철저히 고증했다길래 눈여겨 살폈으나 그부분은 작가의 개연성있는 상상에 관한 부분인 듯 하고, 실지 연우라는 연개소문의 서자에 관한 영웅담도 마찬가지일 것 같긴 하다.
고구려의 최고 권력자, 전무후무한 맹장 아버지 연개소문에 관한 자료 또한 미비한데 적자도 아닌 기생이 낳은 혼외자에 관한, 고구려 패국 후 일본으로 망명한 장수의 기록이 오죽하려고. 
고구려의 신녀와 신물이 독도에 묻혀지고 녹았을까, 그래서, 독도는 아직도 고구려의 국혼이 불철주야 지키고 있을까?
역사는 승자의, 승자에 의한, 승자를 위한 기록이기 때문에 <고구려의 섬>의 테마를 이어가는 고구려 연개소문과 연우 부자의 무협소설은 <고구려의 섬>에 크게 빗나가지 않을 것이지만 통일 신라에 의한 모든 기록들이 아쉽고, 고구려에 대한 우리 국민의 앎이 부족한 것과, 3국을 고구려가 통일하지 않고 신라가 당나라의 힘을 빌어 겨우 이뤄놓고 이 나라를 반토막 만들어버린 것은 1천 년이 넘게 지난 오늘도 침통하다.
 
고구려와 백제는 본래 형제의 나라였거늘, 차라리 계백이 연개소문과 연합하여 신라를 치고 당나라를 견제했음이 옳았다는 국민적 아쉬움이 <고구려의 섬> 독백 속에 묻어난다.
그때 그랬어야 옳았다, 황산벌에서 5천으로 5만이 넘는 신라군을 5번이나 이기도록 놔둘 것이 아니라 전군을 연합해 신라군을 패퇴시켜 김유신까지 처단했어야 했다.
일본 천황이 백제를 모국으로 섬길 때, 힘을 모아 연개소문의 방대한 전략대로 먼저 우리 민족 3국이 스스로 통일하여 당나라에 위엄을 더 했어야만 했다.
 
역사서와 역사 소설 집필에 있어 방대한 자료 조사와 철저한 고증에 충실한다는 작가 배상열의 프로정신과 글발에 탄복했다.
미려한 문구로 낯 간지러운 묘사는 없다, 장수의 칼로 뚝뚝 잘라낸 듯 시원시원하고 거칠은 묘사와 빠른 전개에 여느 소설 3권 분량의 <고구려의 섬>은 딴생각을 주지 않는다.
남자들을 안방으로 돌아오게 했다는 역사 드라마들 보다 훨씬 강하고 스펙터클했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7세기 적에 국가 간 전쟁에 백병전에선 사람의 머리가 통째로 날아가고, 어깨가 잘리고, 비명을 지르는 도중에 허리가 두동강이 나고, 내장이 튀어 밟혀 이그러지,고 핏물이 냇물처럼 흐르고, 곳곳에 인육과 피맛을 본 개떼와 벌레들리 가득하고, 전리품과 여인들을 취한 적군의 장막에서는 죽을 때까지 윤간과 강간에 우리 여인들의 비명이 찢어졌을 것이다 ㅠ.ㅠ 너무나 리얼해서 처절한 <고구려의 섬> 읽는 내내 조국과 영토를 잃은 것이 아팠다.
 
하편 마무리에, 이 책이 발행되기까지를 또 1편 현대소설로 잇는다.
연개소문과 현랑이 못이룬 사랑이 연우와 영랑에서 결실을 맺나 싶더니, 이들의 네버 엔딩 스토리를 현대의 대한민국에서 강영찬과 박혜원이라는, 연우와 영랑을 몹시 닮아 아마도 그 후손인가보다는 윤회의 느낌을 주는 커플이 '고구려의 마지막 아들과 딸을 가장 순결한 땅으로 이끌어주시라'는 기원이 이루어지는 듯한 엔딩을 찍어 마무리한다.
영랑이 연우를 사랑하게 되는 날에 갈라진 허벅지 사이에서 성숙한 여성의 표식을 얻은 것처럼, '고구려의 섬' 에서 혜원도 영찬 앞에서 진정한 여인이 된다.
바로 우리, 고구려의 후손들이 지키는 한 독도는 <고구려의 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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