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라진 편지 - 규방에서 진 부용꽃, 허난설헌
류지용 지음 / 동아일보사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은 실지 허난설헌,허균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조선새대를 배경으로한 소설에 이름만 차용하여 쓴 책이다.
역사적인 사건과 고시를 줄거리가 술술 풀어지도록 적재적소에 재배치하여 개연성을 부여해 재미를 더한다.
책의 겉표지가 참 예쁘다.
책꽂이에 꽂아두면 보면 볼수록 예뻐서 한번 만져보고 싶은게, 분홍 꽃 바탕에 옥색 저고리, 노란 치마, 꽃신발에 댕기
땋아 내린 처녀가 그려진 표지가 탐이 난다.
문학 천재로시대를 앞서간 사상으로 앓다 죽어간 여인이라면 초희는 전혜린 교수를 떠올리게하고, 혼전의 연인을 못잊어
상사병을 앓다가 죽어가는 것은 채털리부인의 사랑이 스쳐간다.
여자는 시호를 가질 수 없다.
글자를 알면 생각을 가지고, 생각을 가지면 상대방에게 따지게 되므로, 모름지기 여자는 군자의 배필이되기 위해
요조숙녀로 자라야하고, 글을 알지 말아야하고, 결혼을 해서는 귀머거리 3년, 벙어리 3년, 장님 3년을 지내야 할만큼
모든 것이 구속이던 시절의 앞서가는 사상을 가지고 시대와 융화되지 못하여 죽는 낙화, 초희이다.
고려시대에는 여자도 말을 타고 들판을 달렸는데, 남자가 여자집으로 장가 들었는데, 왜 초희는 조선, 남성 천국에
태어나 그들의 귀속물로만 살아가야 했을까?
고려 왕족 왕견을 만나 뜻을 통하고, 정을 통하였다가 부모님이 정해준 혼사를 치르고, 종부의 자리를 지키다가
결국 왕견이보낸 2년 묵은 편지를 들고 그리워하다, 새벽마다 시통을 메고 대문간을 넘어다니다니,
자신의 정과 그시대 이념의 괴리를 이길 수 없었으리라.
밥 먹다가도 국그릇을 쏟고, 문지방에 치맛자락이 걸려 넘어질 정도로 정신을 놓고 다니다가,
결국은 이름 모를 병 아닌 병으로 죽고만다.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으면 여성 해방 운동이라도 했을텐데......
드라마 사극을 보아도 한복만 입혔을 뿐, 요즘 세상 이야기 그대로 전하는 것처럼 이 책이 그러하다.
임진왜란이니 당파니 뭐니 하며 역사적 실존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다 초희 사상을 드러내기 위한 양념일 뿐,
허난설헌이라는 이름으로 여자는 발등까지 가리고 눈만 내놓고 다니던 금욕과 구속의 시절에 깨인 사상을 먼저 알아
고통한 한 영혼,초희를 통해 감성적이고 아름다웠던 한 때를 미화하는 내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