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서 강도를 만났을 때 돈이 아까워 목숨을 내놓는 바보는 없다. 살기 위해 강도에게 돈을 빼앗긴 우리는 주머니가 텅 비었기에 늘 공허하다. 그래서 무언가에 몰두하고 누군가를 사랑한다. 그렇지만 사랑도 일도 텅 빈 주머니를 완벽히 채우지 못한다. 살기 위해 돈을 빼앗긴 텅 빈 주머니. 이것이 불안과 허무의 근원이다. 그런데 그 주머니는 괴물이어서 우리가 성급하게 채우려들면 오히려 심술을 부린다. 삶의 지혜는 이 요술 주머니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있다.'
작년에 나는 이 글귀를 몇 번씩 쓰고, 거의 외우다 시피 하며 다녔다. 라캉은 이 비유를 통해 거의 나에게 신격화 되었다. 이것은 그때 내가 느끼고 있던 불안함과 알 수 없는 허전함에 대한 이유였기 때문이다. 이건 거의 명확한 진단명을 얻은 기분이었다. 물론 진단명을 얻는다고 병이 낫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헷갈렸던 모든 잡다한 생각들을 접어두게 되었다. 요술 주머니를 지혜롭게 채울 수 있는 방법을 난 아직도 모른다. 그래서 자꾸 실수를 하고, 성급하게 결정을 내려서 손해를 본다. 죽을 때 까지 요술 주머니를 지혜롭게 채울 수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마저 들었다. 그래도 어쩌랴. 나는 사회에 첫 발을 내딛은 사회 초년생일 뿐이다. 능숙하게 가지는 못해도 배우는 것은 있겠지.
그러고보니..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