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퇴화 보고서 - 진화를 멈춘 수컷의 비밀
피터 매캘리스터 지음, 이은정 옮김 / 21세기북스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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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양 인류학 [남성 퇴화 보고서] 피터 매캘리스터, 21세기북스, 2012

 

현대남성은 퇴화하고 있다. 남성으로서, 어쩌면 이보다 침울하고 슬픈 이야기는 없다. 남성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아빠, 인생의 반려자, 남동생, 오빠를 가진 여성에게도 해당하는 말이다. 호주의 고인류학자인 저자는 현대의 남성을 ‘호모 매스큘리누스 모더누스(현대의 근육질 인간)로 규정하고, 이전까지 지구에 존재했던 어떤 호모 종보다 열등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자그마한 희망도 없이 말이다.

 

저자는 힘, 허세, 싸움, 운동 능력, 말재주, 미모, 육아, 성적性的 능력으로 나누어서 이전의 호모 종種과 현대의 근육질 인간을 비교하고 있다. 450만 년 전 침팬지와 호모 종種이 갈라진 이래로, 사람들은 ‘인류는 진화를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러한 생각이 틀렸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그는 고고학적인 발굴과 연구결과 그리고 문헌에 나타나 있는 기록을 하나씩 하나씩 비교 제시함으로써 그의 이론에 반감을 품은 독자들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저자의 결론에 개인적인 의견을 좀 더 보내면 이렇다. 인간은 사회라는 인위적인 조직을 떠나게 되면, 침팬지보다 못한 힘과 스피드와 감각 때문에 생존하기 어렵다. 당연한 말이다. 비행기 불시착으로 밀림 한복판에 떨어진 인간이 야수들과 싸우며 생존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저자의 말이 맞다. 이렇게 된 원인이 ‘개체발생’적이건, 염색체의 선택에 따른 ‘유전’적 문제이건, 인간은 자신이 속해있는 문명을 벗어나게 되면, 자그마한 침팬지보다도 못하다.

 

‘말재주’장에 나오는 엄청난 분량의 서사시를 모두 외우는 고대 시인과 현대의 래퍼의 암기 능력을 제외한다면 대부분 육체와 관련된 것이다. 현대 인간의 근육은 네안데르탈인이나 침팬지의 근육에 비해 근육량이나 근육 단위면적당 내는 힘이 열등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소심한 변명을 하고 싶다.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근육을 포함한 신체구조와 챔펜지의 근육밀도를 갖는다면 현대인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스마트폰을 살짝 눌러서 전화를 걸거나 정보를 검색하는 것에서부터 반도체 조립공장에서 하루 종일 앉아 현미경을 들여다보며 미세한 오류를 잡아낼 수 있을까? 굳이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른 점은 정신에 있다고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일정한 운율에 따라서 서사시만 평생 외우고 읊었던 고대 시인과 작사 작곡에 복잡한 방송스케줄을 소화하며 다른 사업까지 하는 래퍼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단지 현대 남성들은 현대를 살아가기에 적합하게 퇴화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가장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201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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