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안룰렛에서 이기는 법 - 수학으로 배우는 논리 수학 아카데미아 시리즈 1
톰 캐시디, 토머스 번 지음, 제효영 옮김 / 보누스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퍼즐 퀴즈 [러시안룰렛에서 이기는 법] 톰 캐시디·토마스 번, 보누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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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를 한다는 것이 당황스럽다. 버스나 기차를 타고 가면서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 읽었던 조잡한 퀴즈 책을 생각하다가, 이 책에서 나오는 문제를 제법 심각하게 풀어놓고 정답을 보니 황당하다. 일단 저자가 문제다, 한 명은 옥스퍼드 물리학과 출신의 전직 수학교사이다. 이 사람만 본다면 수학문제를 재미있게 만들다 보니 실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또 한 명의 저자가 문제다. 말문을 트기 시작하면서 수학을 문제를 풀었다는 수학의 천재, 거기에다가 영국 킹스 칼리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 문제의 형식이나 정답에서 허점을 이야기한다는 것이 무모한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번역자가 한두 문장을 오역할 수도 있겠지만, 아라비아숫자로 된 정답을 오역했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런데도 정답에 동의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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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대단한 수학적 지식을 요구하지 않는다. 단지 덧셈 정도만 할 수 있다면 충분히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언어 즉 말이 문제다. 수학문제가 아니라 언어로 나열 해놓은 설명과 조건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에 따라서 정답이 달라진다. 이 문제 중에서도 작가의 말에 의하면 ‘정신적 자살’까지 부를 수 있는 별 5개 단계의 문제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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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명의 아내가 몇 명의 남편을 살해할까?’ 104 쪽

80쌍의 부부가 있다. 남편이 불법을 저지르면 그의 아내는 그 사실을 인지한 후 24시간 내에 남편을 죽여야 한다. 아내는 자신의 남편을 제외한 나머지 79명의 남편이 불법을 저지른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여자들끼리는 그 사실을 말할 수 없다. 그래서 그 마을은 지금까지 평화롭게 지냈다. 어느 밤 파티에서 외부인이 “남편 중 적어도 한 명은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라고 까발려버렸다. 외부인이 떠난 후 마을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물론 전제 조건은 마을의 아내들이 완벽하게 이성적인 존재들이다.

바로 정답을 이야기하자면 정답은 00일 후 00명의 남편이 죽는다. (이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서 정답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저자는 정답 페이지에서 이 문제를 논증하고 있다. 논증이라는 것은 한 주장이 정당함을 입증하기 위해 그 정당함의 근거가 되는 다른 주장을 끌어들여, 근거가 되는 주장에서 애초의 주장이 결론으로 나오는 것을 보임으로써 주장을 듣는 상대방에게 그 주장이 정당함을 확신시키는 증명 방법이다. 즉 이 문제에서 문제 자체는 참과 거짓을 가릴 수 있는 유의미한 문장 즉 진술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논증이 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전제 조건은 진술이라고 할 수도 없고 논증할 수도 없다. ‘완벽하게 이성적인 존재들’에서 이성(理性)이 문제다. 사전적으로 이성은 ‘개념적으로 사유하는 능력을 감각적 능력에 상대하여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저자보다 더 일찍이 케임브리지에서 공부한 비트겐슈타인이 이 문제를 보았다면, ‘이성’은 말할 수 없는 것이니, 정답은 없다고 했을 것이다. 저자가 킹스 칼리지 옆에 있는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공부했다면 그의 말에 동의를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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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성(理性) 전문가인 칸트가 이 문제를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오성은 아무것도 직관하지 못하며, 감성은 아무것도 사유하지 못한다. 양자가 결합함에 의해서만 인식은 나올 수 있다.” (순수 이성 비판 중에서) 결국, 정답은 여러 가지의 경우의 수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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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천재 수학도이고 철학을 공부한다기에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돈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도 있고, 돈을 들여서 살을 빼는 사람도 있듯이 이 책도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느껴질 것 같다. 2012.01.09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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