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89년의 대공포
조르주 르페브르 지음, 최갑수 옮김 / 까치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세계사 [1789년의 대공포] 조르주 르페브르, 까치,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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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혁명에 익숙하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한국 근현대사의 역사적 사건을 이야기할 때나, 각종 선전물에서 혁명이라는 단어를 얼마나 자주 쓰고 있는지 살펴본다면, 우리는 혁명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진정한 혁명은 프랑스 대혁명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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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프랑스 혁명에 관한 연구서이다. 저자 조르주 르페브르(1874~1959)는 사망할 당시에 가장 걸출한 역사라고 인정받았을 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를 통틀어서 가장 탁월한 혁명사 가로 현재까지 추앙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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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89년의 프랑스 농촌의 상황은, 빈곤의 심화, 부랑자의 증가 그리고 그것과 정통적으로 연관된 비적에 대한 두려움, 영주제에 대한 적대감, 그리고 농민들의 사회성이 가지는 특수한 형태, 기근 때의 한 그림을 구성하는데 이 그림 안에 대공포의 여러 양상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20쪽 소개의 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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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페브로는 프랑스 혁명이라는 집단적 수련기의 결정적 순간에 그러한 미미한 행동들 속에서 몸짓으로부터 말로, 감정으로부터 신념으로의 이행, 즉 태동하는 상태의 정치를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혁명의 실마리는 선동가나 어떤 고귀한 이론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대중의 공포에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다. 혁명의 시작은 굶주림이다. 텐의 [구체제]를 인용해서 다음과 같이 본론의 첫 장을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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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은 마치 물이 코밑까지 찬 상태로 연못 속을 걷고 있는 사람과 같다. 바닥이 조금이라도 꺼져 내리거나 물결이 조금이라도 치게 되면 그는 몸을 가누지 못하고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 숨이 막혀 죽을 것이다. 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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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림, 부랑자, 구걸, 소요, 음모 등은 1789년 프랑스가 처해 있던 경제· 사회· 정치의 결과물이었다. 이러한 결과물이 대공포를 만들어 낸 것이다. 대공포는, 결국 8월 4일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하게 하였고, 인류사에서 처음으로 진정한 혁명은 시작되었다. 영웅이 혁명을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다. 혁명의 본질은 그 당시 살았던 대중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었던 집단심성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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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영웅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혁명은 많은 희생과 시행착오를 통해서 지금의 우리를 존재하게 만들었다. 시대를 움직이는 것은 군중의 힘이고, 군중이 올바른 길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역사서가 필요하다. 아쉽게도 이 책은 절판되었다. 도서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되었다. 단 2주의 대여기간으로는,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알 수 없다.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다시 출판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 인구가 4천만 명이 넘어가고,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이 8천만 명이 된다고 하지만, 이 책과 같은 순수 인문학 서적이 1000부가 팔리면 대박이라고 한다. 혁명을 위해서가 아니라 혁명이 필요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도 최소한 1000부가 팔리는 그런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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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적 군중] - 책의 부록으로 붙어 있는 소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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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사가들은 암묵적으로 혁명적 군중을 합의된 행동이나 축제행사를 위하여 모인, 비슷하게 흥분하거나 동일한 논리에 의해서 움직이는 개인들의 자발적 모임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모임들은 일정한 조직을 전제한다는 점에서 군중과 차이가 난다. 하지만 8월 4일 전에 일어났던 시위대열은 조직의 흔적이 없다. 즉, 순수한 군중으로서 거리로 나왔었다. 빵을 구하러 나왔거나, 날씨를 즐기며 산책을 하고 있었거나, 급한 일로 거리를 지나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각각의 사람들은 특정한 외부의 개입을 통해서, 군중상태로 변했고, 혁명적 모임으로 급변하게 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는 집단심성이 가로놓여 있다. 결과를 제대로 인식하는 집단적 심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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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 심성은 개인의 의식에서 형성된다. 개별적으로 차이는 있지만, 사람들 간의 심리적 상호작용, 당시 프랑스는 신문이나 책 등은 군중에 손쉽게 접근할 수 없었기에, 대화를 통해서 이루어졌다. 하지만 혁명적 소요가 발생하게 되면 대화의 고유한 특징의 하나인 정보의 왜곡이 집단 심성의 발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소식들은 집단적 심성과 조화될 수 있는 방식으로 변형되고 집단심성의 구성관념들을 확증해준다. 그리고 정서적 요소들을 과잉자극 한다. 1789년과 그 오랜 후에도 소식의 전파는 대부분은 구두로 이루어졌다. 의사소통과 언론이 발전되어 있지 못했기 때문에 정보 전파에 대한 어떠한 통제도 불가능했다. 다른 방식으로 대공포가 설명될 수 없다. 대공포라는 집단적 심성은 인간 고유의 특성인 비판적 정신을 억압했지만, 기계적이고 본능적인 동물적인 것과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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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11.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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