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쉬르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 어떻게 언어로 놀이를 하는가?
로이 헤리스 지음, 고석주 옮김 / 보고사 / 1999년 8월
평점 :
절판



언어학 서평 [소쉬르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 로이 헤리스, 보고사, 1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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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 vs 랑그는 언어의 통일을 유지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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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우리가 하는 말 즉 언어가 무엇인가? 에 대해서 근원적인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은 유명한 문장가의 글에서는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언어에 대한 현대적 고찰의 기점이라고 할 수 있는 구조주의적 접근을 시도한 소쉬르와 분석 철학을 확립시킨 비트켄슈타인에 대해서 관심을 두게 되었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적 탐구]를 한번 읽어보고, [소쉬르와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은 초심자가 읽기에는 너무 어렵다. 저자도 언어학자로서 당대의 석학이었지만, 소쉬르와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해석이 학계에서 논란이 많아 책을 저술하는데 어려움이 많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그는 두 천재의 사상에서 유사한 점을 발견하고 정리한 것에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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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와 비트겐슈타인은 학문적 교류가 없었음에도 언어를 놀이로 유추해서 해석하려고 했던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가 있다. 이들의 언어에 대한 고찰은 새로운 발견이라고 할 수 없다.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언어연구는 논리학, 수사학, 문법으로 나누어서 발전되어왔다. 하지만 이 두 사람은 언어를 삶의 보조물이 아닌, 사회적 상호작용의 집합적 산물이며, 인간이 자신의 세계를 구성하고 표명하는 본질적인 도구라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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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언어가 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려고 하면서, 사람들이 생각해 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언어와 규칙이 지배되는 놀이 사이의 유추라고 보았다. 비트겐타인은 [철학적 탐구]에서 언어의 개별 단어들은 대상들을 명명하고, 문장들은 그러한 의미들의 결합이라고 보았다. 소쉬르는 언어는 그 본질적으로 하나의 명칭이며, 사물들의 목록에 대응하는 용어들의 목록이라고 규정하였다. 여기에 (소쉬르는) 언어기호는 사물과 이름의 연결이 아니라, 개념과 청각 영상의 연결이고 했다. 소쉬르가 모국어로 사용한 프랑스어를 그대로 옮겨보면 다음과 같다. (이 단어들은 한국어로 번역할 수 없다) langue(랑그)는 언어의 본질적이고 등질적인 사회적 체계로서의 성격을 의미하고, parole(파롤)은 구체적인 음성으로 발화된 언어의 개인적인 실현을 의미한다. 이 두 개념을 아우르는 것이 langage(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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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는 langue가 언어의 통일을 유지시킨다며 langue를 강조했다. 이것과 비교해서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는 침묵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면서 parole을 강조한 것처럼 보이지만, 두 사람의 사유의 영역이 달랐기 때문에 이 차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에 관해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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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것들을 바탕으로 텍스트와 맥락, 이름과 유명론, 언어 단위, 언어와 사고, 체계와 사용자, 자의성, 문법, 변이와 변화, 의사소통, 언어와 과학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이나 소쉬르 중 한 사람의 사상이라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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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자들을 위한 두 천재의 연대기를 정리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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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쉬르 (1857~1913) : 스위스 언어학자

스위스 제네바 출신으로, 1901~1913년까지 제네바 대학 교수를 지냈다. 인도 및 유럽의 비교 언어학에 있어서 세계 최초의 탁월한 업적을 이루었으며 (당시 나이가 20대 후반이었다), 만년에는 언어 일반의 성질에 관해서 깊이 연구하여, 통시(通時) 언어학과 공시(共時) 언어학으로 구별하고, 랑그(langue, 언어)를 파롤(parole, 말)에서 분리해, 사회 습관으로 체계화된 언어(랑그)를 언어학의 대상으로 결정하고, 체계에 속하는 요소는 상호 간의 대립에 의해서 가치를 지닌다고 하였다. 이것이 구조 언어학, 나아가 언어학을 초월한 구조주의의 초석이 되었다. 또한, 언어를 훌륭한 기초체계로 파악하고 기타의 기호를 포함한 기호 일반을 사회생활에 있어서 삶을 연구하는 과학 및 기호학(sémiologie)으로 간주하였다. 그의 저서는 언어학과 구조주의 교육에 사용되고 있다. 그의 저서 [일반언어학 강의]는 그의 제자들의 강의 노트를 정리서 쓰인 것이다. 그는 강의 이후 그의 강의노트를 불태워버렸던 것으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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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겐슈타인 (1889 ~ 1951) 철학자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일계 유태인 철강재벌의 아들로 태어났다. 14세까지 가정에서 교육을 받다가 린츠와 베를린에서 수학과 물리학 및 기계공학에 관한 교육을 받았다. 1908년 영국의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수학의 철학적 기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는데, 버트란트 러셀의 영향을 받아 케임브리지의 트리니티 칼리지로 옮겨 본격적인 철학 수업을 쌓았다.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연합군에 장교로 입대하여 1918년에 이탈리아군의 포로가 되었는데, 이 무렵 『논리철학논고』(Tractatus Logico-Philosophicus)가 완성되었다. ( 로수용소에 있을 때 도움을 준 사람이 미국의 경제학자 케인즈이다) 종전 후 여러 가지 일을 하면서 오스트리아에 머물다가 1929년 케임브리지로 복귀, 박사 학위를 받고 이듬해 강의를 시작하였다.

1936년 여름 케임브리지를 떠나 노르웨이의 한 시골에서 『철학적 탐구』(Philosophische Unter suchungen)를 집필하다가 케임브리지로 돌아와 주임 교수가 되었다. 비트겐슈타인은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였고 1951년 암으로 사망하기까지의 그의 삶은 다양한 체험으로 가득하였다. 『논리철학논고』에 서술된 논리체계는 개념실재론, 논리적 원자론, 및 소박한 반영론을 기초로 하고 있지만, 『철학연구』에서는 그의 논리체계가 부정되어 일상 언어의 기술적ㆍ분석적 방법이 채용되었다. 그는 철학의 임무를 언어비판 및 명제의 의미를 명확하게 하는 것에 한정시켰는데, 이는 현대의 허무주의의 일종이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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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로이 헤리스

옥스퍼드 대학 명예교수. 저서로 [언어제작자], [언어 신화], [필기의 기원], [언어 기계], [소쉬르 읽기]가 있다. [일반언어학 강의]에 대한 번역과 주석은 1983년 출판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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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2011.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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