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풍경
박태원 지음 / 깊은샘 / 199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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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읽으면서 몇 개의 영화들이 생각났다. '숏컷', '매그놀리아', '스모크'. 1930년대에 지어진 책에서 이런 현대적인 (그야말로 '모던한') 양식을 찾아낼 수 있었다는 놀라움. 폄하시킨다면 일일드라마와 비교할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엔 문장이 너무 수려하다. 물론 같은 시대에 지어진 다른 장편들처럼 현실의 문제를 천착하기에 좋은 형식은 아니다. 그야 말로 '세태소설'이라는 평이 딱 어울리는 책이다. 그러나 '현대성'이 막 몰려 오기 시작한 서울의 한복판을 쫓아다니다 보면 가슴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 인상깊었던 것 하나 더. 박태원은 당시 여성들의 삶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았나 보다. 다양한 인간군들, 특히 여성들의 삶이 잘 드러나 있다.

음, 정리하면 현대의 어줍지않은 소설들 보다 훨씬 나은 걸작이니 한 번 꼭 읽어보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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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거를 찾아 떠난 7일간의 특별한 여행
질베르 시누에 지음, 홍세화 옮김 / 예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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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버릇대로 알라딘에서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이 책을 발견하게 되었다. 다른 것 보다 홍세화씨가 옮겼다는 것에 매력을 느낀 난 당장 이 책을 주문하게 되었다.

분량이 얼마 안 되어 단숨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너무나 많은 생각들이 한꺼번에 떠 올라 어떻게 주체할 수가 없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이야기들은 많다. 생명, 평등, 유전자, 환경.. 주로 지구를 망가뜨리는 것에 대해 대화체 어조로 담담하게 풀어 놓고 있다. 서정적인 문체 때문이었을까.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되었던 것들, 내가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던 것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케 되었다. 이러한 전지구적 문제에 대해 '느끼게' 해 주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우리 아이들에게 이 책을 꼭 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영웅'들은 나이고, 곧 그 아이들일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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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 밖 고전여행 1 강의실 밖 고전여행 5
이강엽 지음 / 평민사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 나라의 고전 작품이 따분하다고 여겨지는 사람, 이 책을 꼭 보길 바란다. 고등학교 다니면서 자습서에 나오는 문구를 외우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던 고전문학 감상을 제대로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들을 다시 다루면서 지은이가 하고픈 말은 한 가지인 듯하다. 원래 작품을 읽어봐라, 그리고 당신의 머리로 판단하라. 우리는 학교교육을 받으면서 누군가가 생각해낸 주제와, 표현방법을 열심히 외우기만 했지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법을 배운 적은 없다.

십대가 라신느의 희곡을 줄줄 외우고, 햄릿의 대사를 줄줄 외운다는 프랑스와 영국처럼은 아니더라도 '우리의 것'을 배우고 가르치는 일은 꼭 필요하다. 외국인이 당신네 나라 문학은 어떤 것이 있소? 하고 물었을 때 당당하고 자신있게 구운몽에 대해 홍길동전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을까?

고전문학을 알았으면 좋겠다는 당위는 있으되, 고리타분하고 재미없어서 선뜻 손을 못대겠다고 생각하시는 분들께 적극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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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뤽케 사계절 1318 문고 12
페터 헤르틀링 지음, 유혜자 옮김 / 사계절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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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었던 것은 전쟁이라는 삭막한 현실 속에서도 끝까지 정을 잃지 않는 사람들인 것같다. 전쟁 중 우연히 엄마와 헤어지게 된 소년이 크뤽케라는 목발 짚은 아저씨를 만나면서 서로 정을 나누고 헤어지는 이야기인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전쟁이 한 인생을 얼마나 바꾸어 놓는가, 그 안에서의 인간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부담없이 읽을 수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작가의 의도(주제)가 좀 더 명확했으면 (혹은 명확하게 표현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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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 마음이 자라는 나무 37
어니스트 톰슨 시튼 지음, 장석봉 옮김 / 푸른숲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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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시이튼의 동물기를 본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였던 것같다. 꽤나 두꺼운 책이었음에도 그 재미에 폭 빠져 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리고 15년도 더 지난 지금, 난 다시 시이튼에게 빠져있다. 이제 와 다시 읽는 시이튼의 동물 이야기엔 내가 초등학교 때 느끼지 못했던 생명과 자연 사랑이 담겨 있었다.

한국의 고전적인 작품에는 동물을 다룬 것이 드물다. 간간히 있다 하더라도 인간이 그 동물을 보고 무엇을 느끼느냐 하는 점이 초점이었다. 그러나 시이튼의 '아름답고 슬픈 야생 동물 이야기'에는 살아 숨쉬는 동물의 삶이 오롯이 담겨 있었다. '인간의 위한' 동물이 아니었다.

사람 손에 잡히자 자유를 찾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야생마, 인간에게 잡힌 자식을 구출하기 위해 애를 쓰다가 결국은 자신이 직접 자식을 죽이고 마는 여우. 책 속에는 인간의 사회 못지 않은 동물들의 사회가 그들 나름의 질서를 지니고 들어 앉아 있었다. 왜 우리는 그것을 보지 못하는가?

산업 사회의 발달은 우리에게 물질적인 풍요와 함께 인간적인 소외를 동시에 안겨 주었다. 뿐만 아니라 이 지구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의 본분을 개발이란 이름으로, 발전이란 이름으로 망각하게도 했다. 인간은, 다른 생물보다 우월하다는 이유로 그들의 존재를 위협하고 삶을 침해하고 있다. 이는 우리 나라에서 벌어지는 왕따현상이라든가 소수자의 인권유린 현상과 같은 맥락이라고도 할 수 있다. 다양함을 인정해야한다고 외치면서 나는 그 한계를 사람에게만 국한시키지 않았던가?

이 책은 나에게 내 눈에 보이는 이 세상 외에 더 큰 세상이 있음을, 넌지시 일러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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