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생, 교사가 되다
박상완.박소영 지음 / 학이시습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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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들은 90년대생 교사와 그들과 함께 일하는 비90년대생을 함께 인터뷰했다. 이를 통해 세대 간 차이뿐만 아니라 세대 내 개인 차이까지 밝히려고 시도했다. 의도는 좋았으나 결과까지 성공적이진 않다.


이 책이 90년대생 교사의 '특성'을 잘 드러냈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기성세대 눈에 비친 90년대생의 모습을 더 많이 담고 있다. 역설적이지만 그게 이 책의 장점이기도 하다. 요즘 교사, 요즘 세대가 이 책을 읽으면 기성세대가 요즘 세대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알 수 있다. 


그냥 '퇴근'이 땡! 퇴근, 칼! 퇴근이 되고 업무와 사생활의 경계를 '명확히'하려는 행동이 된다. 일은 학교(회사)에서 하고 다 못한 일은 내일 와서 하면 된다고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기성세대들에게 '우리 때는 남아서도 하고 집으로 업무를 가져가기도 했는데 요즘 선생님들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반대로 90년대생의 눈에 비친 기성세대의 모습도 엿볼 수 있다. 기성세대가 요즘 세대의 눈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확인하면 요즘 세대를 아주 조금은 더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서로 이해하고 잘 지내자!는 교훈을 전달하려는 책은 아니다. 기성세대와 요즘 세대가 서로를 바라보는 방식을 스스로 되돌아볼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90년대생, MZ세대 등 '세대론'이 개개인의 특성과 차이를 가리고 두드러진 차이만 부각하지 않도록 세대 담론을 논할 땐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 책의 저자들도 세대 담론이 가진 그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인터뷰 분석 과정에 그 문제의식을 녹여 내려고 애썼다.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지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연구를 시도했다는 점은 높이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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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생, 교사가 되다
박상완.박소영 지음 / 학이시습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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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생 요즘 교사의 이야기와 그들과 함께 일하는 기성세대 교사 이야기를 동시에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롭다. 이 책에서 인터뷰한 90년대생 교사의 특징은 꼭 ‘교사‘가 아니어도 90년대생, MZ세대의 특징이라고 볼 수도 있다. 90년대생을 이해하고 싶은 기성세대가 읽어 봐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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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소멸 - 우리는 오늘 어떤 세계에 살고 있나 한병철 라이브러리
한병철 지음, 전대호 옮김 / 김영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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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병철의 신작

피로사회, 에로스의 종말, 아름다움의 구원, 투명사회, 타자의 추방, 폭력의 위상학 ... 한병철은 지금, 여기의 삶을 예리하게 분석하고 진단하고 그만의 언어로 표현해 왔다. 한병철의 신작. 그 이유 하나만으로 사물의 소멸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그는 '철학은 급진 저널리즘이며 철학자는 저널리스트로서 가차 없이

"오늘"을 다뤄야 한다고 말한 푸코를 추종한다. '오늘을 사유로 파악하려고 애쓰며, 그 사유가 우리를 자유롭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

디지털화 시대, AI 시대, 포노 사피엔스 시대, 정보기계 시대

이 세계에서 우리는 어떻게 '자유롭게', '지금 여기의 충만함'을 경험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한병철은 그 실마리를 삶을 안정화하는 '사물'에서 찾는다.

정보 사냥꾼의 시대

"정보 사냥꾼으로서 우리는 고요하고 수수한 사물들을, 곧 평범한 것들, 부수적인 것들, 혹은 통상적인 것들을 못 보게 된다.

자극성이 없지만 우리를 존재에 정박하는 것들을(9)"

즉각적인 자극과 흥분에만 집중하면 은은하고 평범한 것들의 가치를 알아 볼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다. 자극과 흥분에 중독된 정보 사냥꾼에게 그 자리에서, 은은하게, 살며시 빛나며 있는 듯 없는 듯 하지만 분명히 존재하면서 우리의 삶에 질서를 부여하는 사물들을 발견할 수 없게 된다. 더 많은 흥분, 더 빠른 변화에 주목하면서 '사물과의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고유한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잃어버린다.

타자와의 마주침이 사라진 시대

"오늘날 우리는 정보를 쫓아 질주하지만 앎에 도달하지 못한다.

우리는 모든 것을 알아두지만 깨달음에 이르지 못한다. 우리는 차를 타고 온갖 곳으로 달려가지만, 단 하나의 경험도 하지 못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소통하지만 공동체에 속하지 못한다. 우리는 데이터를 저장하지만 기억을 되짚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와 팔로워를 쌓아가지만 타자와 마주치지 않는다. 그리하여 정보는 존속과 지속이 없는 삶꼴을 발전시킨다." (19)

한병철에게 '타자', '부정성'은 매우 중요한 개념(실재)이다.

이 시대의 가장 큰 특징은 '타자'와 '부정성'이 완전히 제거된 과잉긍정, 거대자기, 과도소비만 존재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타자라는 지옥이 아니라 '같음의 지옥', '동일성의 지옥'에 빠져 점점 더 우울해 진다.

가까움은 떨어져 있음, 거리의 감각이 있어야 그 의미가 성립할 수 있다.

거리의 완전한 소멸(타자 부정, 부정성 배제)은 그 가까움의 의미를 철저히, 남김없이 파괴한다.

은은한 충심의 사물의 소멸

"오늘날의 소비재들은 은은하지 않다. 추근거리고 조잘거린다. 그것들은 미리 제작된 표상과 감정을 이미 너무 많이 담고 있다.

그 표상과 감정이 소비자에게 봇물 터지듯 밀려드다. 소비자 자신의 삶은 그것들 안에 거의 깃들지 못한다." (29)

"셀피 촬영은 소통 행위다. 따라서 셀피는 타인의 바라봄에 노출되어야 하고 공유되어야 한다. 셀피의 본질은 전시다." (55)

"셀피는 일차적으로 메시지이기 때문에 수다스런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셀피를 지배하는 또 하나의 특징은 극단적인 자세들이다. 반면에 아날로그 초상 사진은 대개 고요하다. 그 사진은 주목을 구걸하지 않는다. 바로 이 고요함이 아날로그 초상 사진에 표현력을 부여한다. 셀피는 요란하지만 표현이 빈곤하다. 과장된 표현 때문에 셀피는 가면처럼 느껴진다. 디지털 이미지의 소통이 인간의 얼굴을 침범함에 따라 여러 귀결이 바랭한다. 그 침범은 인간의 얼굴이 상품의 형태를 띠게 만든다." (57)

에리히 프롬은 '소유나 존재냐'를 두고 고민했다. 하지만 충심의, 은은한 사물이 소멸되고 모든 것이 정보기계로 대체되고 있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소유와 존재는 이분법적으로 대립되는 개념(실재)이 아니다.

충심의 사물을 소유할 수 없는 자, 은은한 관계를 맺을 수 없는 자는 제대로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쓰고 버리는 일회용품만 가득한 세상에서 인간의 삶도 일회용품처럼 쉽게 소비될 수밖에 없다.

고요히 눈을 감을 때만 발생하는 에로틱함

"환상이 없으면 포느로만 존재한다. 오늘날에는 지각 자체도 포르노의 특징들을 나타낸다. 지각은 단박 접촉으로서, 그야말로 이미지와 눈의 성기 결합으로서 이루어진다. 에로틱함은 눈을 감을 때 발생한다.

고요가, 환상이 비로소 주체에게 욕망의 깊은 내면 공간을 열어준다." (117)

스마트폰은 우리를 꿈꾸게 하거나 상상하게 하는 비밀스러운 사물이 아니다. 언제나 '사용'가능하고 원하면 '교체'할 수 있는 정보 기계다. 끊임없이 정보와 자극을 제공해서 고요를 파괴한다. 고요함 속에서 주체가 스스로 욕망을 응시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질 수 없도록 만든다. 외부로 부터 주입된 욕망, 타인들의 욕망, 기업들의 욕망을 소비하도록 만든다.

다시 타자들에게로, 다시 충심의 사물에게로

한병철을 말한다. "디지털화 초기에 사람들은 노동을 놀이로 대체하는 것을 꿈꿨지요. 하지만 현실에서 디지털 자본주의는 인간의 놀이 충동을 무자비하게 착취합니다." (155) 그렇다면 해결 방법은? "우리는 다시 타자들에게로 되돌려보내져야 해요."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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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상담실 - 정신과 전문의 반유화가 들려주는 나를 돌보는 법
반유화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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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보면 자연스럽게 제목이 왜 '언니'의 상담실인지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의학적인 진단과 처방을 해 주는 게 아니라 친한 언니처럼 조곤조곤 마음을 읽고 부드럽게 응원해 준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면 거의 모든 고민은 해결될 줄 알았다. 탄탄하게 경력도 쌓고 인정받으면서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른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만 어른이 되는 방법을 몰라서 방황하는 어른이. 남의 마음을 알아 주기는커녕 내 마음 하나도 재대로 모르고 다독이지 못하는 유치하고 치졸한 어른이다. 반유화 선생님(언니)의 편지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닦고 피식 웃기도 했다.

무기력, 착한 아이 콤플렉스, 우울, 미루기, 엄마와의 관계, 결혼, 시기심, 차별, 슬픔... 딱 내 고민과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겹쳤다. 반유화 선생님이 은서씨, 재인씨, 정연씨, 하나씨...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면서 해결책이 아니라 다정한 응원을 건넬 때 꼭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 같았다. 주저 앉아 울고 싶지만 누가 보지 않아도 괜히 부끄러워서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나에게 괜찮다고, 스스로를 챙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틀린 감정은 없다고, 지금도 잘 하고 있다고 등을 토닥여 주는 느낌이 받았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차갑고 어두웠던 마음이 조금은 따듯하고 밝아졌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도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속 시원하게 털어 놓을 수 없어서, 나만 이런 고민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순 없어도 차근차근, 나를 돌보면서! 나와 잘 지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조금씩 나만의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이라는 타인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노력해보세요. ~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공감하고, 맞추는 능력은 사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엄청나게 귀한 역량이에요. 그 기술을 안으로 돌려 나라는 타인에게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 P57

‘왜‘ 보다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어봅시다. 앞으로 스스로에게 접근할 때 ‘나는 왜 이렇지?‘라는 ‘왜‘에서 주의를 돌려 최대한 ‘어떻게 하지?‘, 즉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어주세요.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해질 때 가능한 한 ‘됐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태보다 더 괜찮아질 수 있지?‘라고 물었으면 합니다.

감정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주세요. 과업을 앞두고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첫걸음은 ‘지금 나에게 버겁고 힘든 감정이 든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임을 꼭 기억해주세요. 그러면서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서 전개해보세요. 그 두려움을 하나씩 추적하면서 열어보는 과정은 오히려 압도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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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소개 문구는 "마음이 곰팡곰팡한 이들에게 보내는 따사로운 햇볕과 같은 공감과 위로"다. 나는 곰팡곰팡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푸르스름하고 축축하고 냄새나는 곰팡이가 핀 마음이라니, 그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그 마음에 한 번 '닿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심한 우울 장애와 공황 장애를 겪었다. (어쩌면 지금도 완전히 우울과 공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울도 공황도 겪진 않았지만 저자처럼 '애정결핍 확진자'다.

그리고 미움 받을 용기도 사랑 받기를 포기할 용기도 없다. 그래서

저자의 고백이 때떄로 '느끼하고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이 책에 있다.

"우리를 괴롭히는 걱정 중 대부분은 쓸데없는 것이다.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걱정이 있다.

바로 누군가가 나를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26

나는 수많은 사람을 이유도 없이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왜 나는 미움받는 걸 그토록 두려워할까. 왜 늘 타인의 애정과 사랑을 갈구할까. 저자도 나와 같은 불안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저자는 "외로움은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하다는 경고(153)"라고 말한다.그런데 "우리는 외로움이란 경보를 빨리 끄기 위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인스턴트 관심을 갈구"했다고도 한다. 인스턴트 관심은 우리를 아주 잠시 외롭지 않다는 착각에 휩싸이게 한다. 하지만 곧 우리를 더 배고프게 하고, 더 외롭게 만들 뿐이다. 손쉽게, 어디서나, 값싸게 살 수 있지만 건강하지도 맛있지도 않은 인스턴트 음식 같은 관심이 아니라 내 입맛에 꼭 맞는, 건강에 좋은, 나만을 위한 마음이 담긴 정성스러운 집밥 같은 관심을 찾고 서로에게 선물하자.

그리고 잘 헤어지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충분히 대화하자.

저자는 아픈 엄마께 말한다. "나는 엄마랑 살아서 기뻤어. (166)"

엄마랑 더 오래 함께 하고 싶지만,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없고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야기 하자.

함께라서,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고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다고. 나중이 아니라 지금.

저자의 옆엔 사랑스러운 순이(배우자)가 있다. 그는 "결혼이란 어쩌면 사랑의 다른 형태를 체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른 형태가 모여 우리의 사랑은 더욱 완벽해질 것" (212) 이라고 말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나의 방황을 지켜보면서도 묵묵히 응원해 주는 단 한 사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곰팡곰팡한 내 마음이 뽀송뽀송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줄기 햇살이 내 마음에 비췄다.

그 온기로 또 오늘 하루를 잘 살아보려고 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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