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소개 문구는 "마음이 곰팡곰팡한 이들에게 보내는 따사로운 햇볕과 같은 공감과 위로"다. 나는 곰팡곰팡이라는 단어에 꽂혔다.

푸르스름하고 축축하고 냄새나는 곰팡이가 핀 마음이라니, 그 마음은 어떤 모습일까. 그 마음에 한 번 '닿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는 심한 우울 장애와 공황 장애를 겪었다. (어쩌면 지금도 완전히 우울과 공황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는 우울도 공황도 겪진 않았지만 저자처럼 '애정결핍 확진자'다.

그리고 미움 받을 용기도 사랑 받기를 포기할 용기도 없다. 그래서

저자의 고백이 때떄로 '느끼하고 진부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끝까지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이 책에 있다.

"우리를 괴롭히는 걱정 중 대부분은 쓸데없는 것이다.

도저히 외면할 수 없는 걱정이 있다.

바로 누군가가 나를 미워할지도 모른다는 불안이다.26

나는 수많은 사람을 이유도 없이 미워하고 원망하면서

왜 나는 미움받는 걸 그토록 두려워할까. 왜 늘 타인의 애정과 사랑을 갈구할까. 저자도 나와 같은 불안에 시달렸다고 한다.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저자는 "외로움은 우리에게 사랑이 필요하다는 경고(153)"라고 말한다.그런데 "우리는 외로움이란 경보를 빨리 끄기 위해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인스턴트 관심을 갈구"했다고도 한다. 인스턴트 관심은 우리를 아주 잠시 외롭지 않다는 착각에 휩싸이게 한다. 하지만 곧 우리를 더 배고프게 하고, 더 외롭게 만들 뿐이다. 손쉽게, 어디서나, 값싸게 살 수 있지만 건강하지도 맛있지도 않은 인스턴트 음식 같은 관심이 아니라 내 입맛에 꼭 맞는, 건강에 좋은, 나만을 위한 마음이 담긴 정성스러운 집밥 같은 관심을 찾고 서로에게 선물하자.

그리고 잘 헤어지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충분히 대화하자.

저자는 아픈 엄마께 말한다. "나는 엄마랑 살아서 기뻤어. (166)"

엄마랑 더 오래 함께 하고 싶지만, 우리는 영원히 함께 할 수 없고

지금, 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을 뿐이다. 그러니까 이야기 하자.

함께라서, 서로 손을 맞잡을 수 있고 음식을 나눠 먹을 수 있어서

정말로 기쁘다고. 나중이 아니라 지금.

저자의 옆엔 사랑스러운 순이(배우자)가 있다. 그는 "결혼이란 어쩌면 사랑의 다른 형태를 체험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다른 형태가 모여 우리의 사랑은 더욱 완벽해질 것" (212) 이라고 말한다.


내 옆에 있는 사람, 나의 방황을 지켜보면서도 묵묵히 응원해 주는 단 한 사람.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고 싶다.

이 책을 읽는 동안 곰팡곰팡한 내 마음이 뽀송뽀송해진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한 줄기 햇살이 내 마음에 비췄다.

그 온기로 또 오늘 하루를 잘 살아보려고 한다.

※ 이 서평은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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