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의 상담실 - 정신과 전문의 반유화가 들려주는 나를 돌보는 법
반유화 지음 / 창비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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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 보면 자연스럽게 제목이 왜 '언니'의 상담실인지 느낄 수 있는 책이다.

정신과 전문의로서 의학적인 진단과 처방을 해 주는 게 아니라 친한 언니처럼 조곤조곤 마음을 읽고 부드럽게 응원해 준다.


20대를 지나 30대가 되면 거의 모든 고민은 해결될 줄 알았다. 탄탄하게 경력도 쌓고 인정받으면서 '멋진 어른'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여전히 아이도 어른도 아닌 '어른이'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지만 어른이 되는 방법을 몰라서 방황하는 어른이. 남의 마음을 알아 주기는커녕 내 마음 하나도 재대로 모르고 다독이지 못하는 유치하고 치졸한 어른이다. 반유화 선생님(언니)의 편지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닦고 피식 웃기도 했다.

무기력, 착한 아이 콤플렉스, 우울, 미루기, 엄마와의 관계, 결혼, 시기심, 차별, 슬픔... 딱 내 고민과 맞아 떨어지는 건 아니지만 많은 부분이 겹쳤다. 반유화 선생님이 은서씨, 재인씨, 정연씨, 하나씨... 이름을 다정하게 부르면서 해결책이 아니라 다정한 응원을 건넬 때 꼭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것 같았다. 주저 앉아 울고 싶지만 누가 보지 않아도 괜히 부끄러워서 마음껏 울지도 못하는 나에게 괜찮다고, 스스로를 챙기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틀린 감정은 없다고, 지금도 잘 하고 있다고 등을 토닥여 주는 느낌이 받았다.

이 책을 읽는 시간 동안 차갑고 어두웠던 마음이 조금은 따듯하고 밝아졌다. 이런저런 고민이 많아도 친구에게도, 가족에게도 속 시원하게 털어 놓을 수 없어서, 나만 이런 고민을 아직도 하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했다.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한 번에 모든 걸 해결할 순 없어도 차근차근, 나를 돌보면서! 나와 잘 지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면서! 조금씩 나만의 방법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자신이라는 타인과 사이좋게 지내기 위해 노력해보세요. ~ 누군가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공감하고, 맞추는 능력은 사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엄청나게 귀한 역량이에요. 그 기술을 안으로 돌려 나라는 타인에게 발휘하기를 바랍니다." - P57

‘왜‘ 보다는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어봅시다. 앞으로 스스로에게 접근할 때 ‘나는 왜 이렇지?‘라는 ‘왜‘에서 주의를 돌려 최대한 ‘어떻게 하지?‘, 즉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어주세요. 이런저런 생각들로 마음이 복잡해질 때 가능한 한 ‘됐고, 그래서 어떻게 하면 지금 이 상태보다 더 괜찮아질 수 있지?‘라고 물었으면 합니다.

감정을 잘 소화할 수 있도록 자기 자신을 위로하고 달래주세요. 과업을 앞두고 부정적인 감정을 조절하는 첫걸음은 ‘지금 나에게 버겁고 힘든 감정이 든다는 사실을 알아주는 것‘임을 꼭 기억해주세요. 그러면서 무엇이 두려운 것인지에 대한 생각을 계속해서 전개해보세요. 그 두려움을 하나씩 추적하면서 열어보는 과정은 오히려 압도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 P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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