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의 뒷골목 풍경 - 유랑악사에서 사형집행인까지 중세 유럽 비주류 인생의 풍속 기행
양태자 지음 / 이랑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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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이름을 새긴 유명인들의 삶을 들여다 보는 것도 흥미롭지만, 사회 계층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끌린다. 무엇보다 중세 시대의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고 더 많이 알고싶어진다. 그 중에서도 가장 낮은 계층에서 살아간 이들의 삶은 많이 접할수가 없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결과적으론 내가 알고 싶던 이야기는 절반도 채 되지 않았고, 뒷부분으로 갈수록 '비주류 인생'의 풍속 기행이라는 소개와는 동떨어진 것들이 많았다. 권력의 중심에 선 왕과 교황, 그리고 여성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 이었고 그마저도 다른 책에서 많이 언급된 것들이었다. 초반엔 흥미로웠지만 뒤로 갈수록 책의 기획의도와는 멀어져 보여 많이 아쉬웠다.

 

남겨진 그림과 기록을 통해 우리는 중세의 하층민들의 삶을 대략 유추해 볼 수 있다. 읽으면서 느낀 건 계급이 낮고, 돈이 없는 이들의 삶은 시대를 막론하고 너무 비참하고 힘겹다는 점이었다. 계층의 40~60%를 차지하는 낮은 계층은 하루하루 살기 위한 전쟁을 치루었고, 이들을 보호할 사회시스템이 전무하다보니 무방비로 거리에 나앉기 일쑤였다. 그러다보니 거리엔 거지들이 넘쳐났고, 거지 증서 라는 것까지 발행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진다.

 

그런데 이런 낮은 계층 사이에서도 또 계급이 나뉜다. 우리나라도 가축을 잡는 백정과 사형집행을 하는 망나니를 천시했는데, 중세 때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사형집행인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면 화난 시민들에게 맞아 죽고, 일반시민들과 어울려 살 수도 없었다. 중세 시대의 아이들도 험한 인생을 살게 된다.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버려지거나 하인이나 매춘부로 팔리기 일쑤였고, 쌍둥이는 가문의 수치로 여겨 버려지고, 장애아는 악마의 자식으로 여겨졌다고 하니 너무도 슬픈 일이다.

 

비과학적이고 종교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 미신은 없는 사람들의 일상을 더 곤궁하게 만들고 때론 목숨마저 앗아가 버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녀사냥 이다. 광기라는 말이 떠올려지는 이 끔찍한 학살은 지금 시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수 없는 것들이었다. 마녀를 판별하는 방법 중 가장 황당한 건 물 속에 넣어 사람이 떠오르면 마녀라고 판결 내리는 것이었다. 가라 앉으면 그대로 죽고, 떠오른다 해도 화형에 처하니 마녀 재판을 받는 순간 목숨을 구할 방도는 없는 것이다. 이런 일을 무지한 사람들이 하는게 아니라 나름 배운 사람인 의사까지 동조를 했다고 하니 더 기가막히다.

 

뒷부분은 권력에 눈이 먼 상류층들의 싸움에 관한 것들이 많이 나온다. 때론 기록에 남겨져 있다 할지라도 믿기 힘든 것도 있고, 여전히 미스테리로 남은 것들도 있다. 저자는 중세 시대에 관한 기록을 모아서 발췌하는 역할을 했기 때문에 더 깊이있는 이야기는 들을수 없다는게 또 하나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진짜 '뒷골목 풍경'이라기엔 여러모로 미흡하지만, 그래도 열심히 자료수집을 한 저자의 노고엔 감사하는 바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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