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은 침묵 속에 전염된다 - 십대들, 자신이 경험한 폭력을 말하다
프랜 펀리 엮음, 김영선 옮김 / 아일랜드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9명의 캐나다 학생들의 폭력 체험 이야기는 충격적 이었다. 학교와 가정 폭력에 노출된 과정과 그로 인한 고통은 종이에 새겨진 글자만으로도 충분히 괴롭게 만들었다. 한 아이의 영혼과 인생을 짓밟는 폭력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그 고리를 끊지 않으면 악순환 된다는 걸 새삼 깨닫게 해주는 고백이었다. 어리고 약해서 폭행의 피해자가 됐던 아이는 나중에 폭행의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 자신 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위험하게 만들며 자신을 잃어버렸다. 내가 사랑스럽고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배우지 못했기에 자신을 버리는 행동을 쉽게 할 수가 있었다. 학교 선생님이 눈과 귀를 닫고, 사회의 안전망이 충분하지 못하고, 도움을 요청할수 있는 어른과 기관을 알지 못할 때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희망을 잃어버린다. 자신이 당한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피해자와 침묵을 강요하는 가해자, 그리고 폭력을 보면서도 방관하는 무언의 목격자들로 인해 폭력은 전염병처럼 퍼져나간다.

 

학교폭력, 애인의 폭력 보다 더 가슴이 아픈 경우는 아무래도 가족에 의한 폭력 일 것이다. 1차적으로 보호를 받아야 할 집단에 의한 폭력이라 더 끔찍한데, 아무런 힘도 없고 방어도 할 수 없는 아이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 더 악질적 이다. 그런데 놀라운 건 자신을 학대하고 방치한 부모를 미워하는 아이들이 적다는 것이었다. 특히 엄마에게 더 큰 애정을 느꼈는데, 죽도록 맞고 폭언을 들으면서도 엄마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했다. 생활비를 마약을 사는데 쓰고, 남편의 폭력에 당하다 나중엔 아이에게 분풀이성 손찌검을 하고 학대하는 엄마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사랑한다 말하며 끝까지 곁에 있으려 했다. 이런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을 자격이 그 부모에겐 없어 보이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아빠와 오빠에 의해 폭력을 당한 수는 자신이 부모님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까지 알게 되며 괴로워 하게 되고 급기야 자살까지 결심하게 된다. 어린 소녀가 누군가에게 살해되고 싶어 우범지대로 가는 장면이 상상이 되는가. 이렇게 가족에 의해 폭행 당해서 길거리를 떠돌게 되는 아이들에겐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그건 바로 마약 이었다. 우리 아이들과 캐나다 학생들의 상황이 다른 점이 하나 있다면 바로 이 마약인데, 10대 청소년들이 쉽게 구할수 있고 심지어 팔기도 하는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현실의 고통을 잊기 위해 마약을 하고, 또래들과 폭력집단을 만들어 약한 이를 괴롭히고, 파티에 중독되고 성적 소수자들이 괴롭힘의 대상이 되는 등 우리나라 학교폭력과 양상이 조금 다르긴 하지만 비슷한 면도 많다.

 

이런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사회는 위탁가정이나 새로운 공통제 집단을 만들기도 하지만 사례를 들어보니 큰 효과는 없어 보인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편견 없이 진실로 대하는 어른들의 만남이 아이를 변화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인터뷰에 응한 9명의 경우는 현재 폭력의 그늘에서 조금씩 벗어나 새 인생을 살려는 의지가 강해 보인다. 난폭한 애인과 어렵게 결별한 데비의 경우는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직 완전히 상처를 떨쳐버리진 못한 것 같다. 폭력에 너무 깊이 잠식됐기에 거기에서 벗어나는 건 수많은 시행착오가 있어야 할 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 모두 말이다. 폭력은 자신의 분노를 가장 쉽게 표현할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그 유혹에 빠져든다. 하지만 폭력은 상황을 해결하기는 커녕 더 악화시키는 지름길이자 비겁하고 악질적인 방법이다. 이들의 폭력체험 극복은 현재진행중 이지만, 벗어나기 위한 본인의 의지와 주위의 도움이 있기에 가능하리라고 본다. 사랑받아 마땅할 아이들이 이런 일을 당했다는데 어른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가 인다.

 

아이들의 인터뷰를 읽기 좋게 문장으로 다듬었는데 좀 투박하게 읽히는 면이 있다. 폭력적이었던 과거를 이야기하다 자기성찰에 관련된 말들이 나오는 등 뒤죽박죽한 면도 있긴 하지만 학교,가정 폭력의 심각성을 확실히 일깨워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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