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일본 핵발전의 진실 - 우리도 반드시 알아야 할
야마모토 요시타카 지음, 임경택 옮김 / 동아시아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벌써 1년을 맞이한 일본의 대형 쓰나미 사건은 무서운 자연의 힘 앞에 인간이 할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무서운 사실을 일깨워줬다. 하지만 자연보다 더 무서운건 인간의 오만과 과학기술에 대한 맹신이라는 것 또한 알려줬다. 바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통해서 말이다. 이제 그 곳은 죽음의 땅이 되어버렸고 일본 전역에 방사능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방사능은 바다로 흘러 들어가고 땅을 오염시키며 지금보다 몇십년 후가 염려되는 상황을 만들었다. 그럼에도 일본과 도쿄전력은 신속한 처리보다는 안전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진실을 은폐하는 모습을 보여줘 더 큰 우려를 낳고 있다.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원전 국가인 우리나라도 안전하지 않다는, 원자력 개발에 대한 고민과 방향을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요 며칠 고리원전 사고은폐 뉴스를 보니 우려가 현실이 되는것만 같다. 일본과 같은 손 쓸수없는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제대로 된 시스템이 정비되어야겠고, 더 나아가 탈원전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에너지의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원자력을 한순간에 안 쓸순 없겠고,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솔직히 안전만 보장이 된다면 원전을 나쁘게만 볼게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알게 됐다. 인간이 만들어낸 원자력 이지만, 인간이 해결할수 없는 것 또한 원자력 이라는걸 말이다. 이 끔찍한 괴물인 원자력에 대해 알면 알수록 탈핵에 동조하게 된다. 체르노빌 사건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깨닫지 못하고 결국 일본의 후쿠시마 사건까지 발생하는 걸 지켜보며, 에너지보다 더 중요한게 뭔지를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또 원전이 단지 에너지를 얻기 위한 평화적인 용도로만 사용되지 않음도 알아야 한다.

 

미국과 구소련을 중심으로 한 핵무기 경쟁은 강대국의 조건중 하나가 핵무기 소유라는 걸 의미하게 됐다. 1953년 미국은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제안했지만 실은 미국 핵산업의 시장을 넓히기 위한 의도가 숨겨져 있었다. 일본정부도 이같은 정세에 동조하게 되며 원자력기술에 많은 투자와 관심을 갖게 된다. 핵피해국인 일본의 아이러니한 행보이다. 핵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죽었음에도, 탈핵을 외치는게 아니라 자신들도 갖겠다는 마음을 먹었으니 말이다. 심지어 그 당시 일본 과학자들은 핵에너지를 인류의 위업이자 과학기술의 정수로 여기며 많은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원자폭탄의 완성>이 일본에 번역 출간 되었을 땐 과학기술의 정수를 후세에 전하는 불멸의 기록이라고 선전하기까지 했다. 참 놀라운 이야기이다.

 

이렇게 과학자들의 신뢰와 일본의 권력정치로부터 시작된 원자력산업은 핵무기 보유 가능성을 열어두는 또 하나의 목적이 있었다. 1958년총리대신이자 상공장관을 역임한 기시 노부스케는 "원자력기술은 평화적 이용 또는 무기로서의 사용 모두 가능하다. 어느 쪽으로 사용할 것인가는 국가 정책이고 국가의지의 문제이다. 일본은 국가와 국민의 뜻으로 원자력을 무기로 사용하지 않겠다고 정해 두고 있어 평화적 이용만을 생각하고 있지만 기술이 진보하면 무기로서의 가능성은 자동적으로 고양된다. 일본은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는)잠재적 가능성을 높임으로써 군축이나 핵실험 금지문제 등에 대해 국제무대에서 발언권을 높일 수 있다." 고 했는데 이런 노선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서 사용 종료된 핵연료를 직접처분보다 많은 비용과 위험이 따르는 재처리 방식으로 하며 핵무기에 이용되는 플루토늄을 얻는 것이다. 이는 곧 일본의 잠재적 핵무장화로 이어지는 걸 뜻한다.

 

핵무기를 만들지 않는다고 해도 원자력은 다른 에너지보다 깨끗하거나 효율적이지도 않다. 아니 오히려 만들면 만들수록 인간과 지구의 생명을 위협할 뿐이다. 핵분열에선 반드시 다량의 파편이 생겨나 원래의 연료와 거의 같은 질량의 핵분열 생성물이 생기는데 이것이 죽음의 재 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방사성 폐기물이 무해한 물질이 되기까지는 50만년이 걸린다고 한다. 지구에서 인간이 산 기간을 떠올리면 영구적이라고 할수밖에 없다. 이런 지극히 위험한 폐기물들을 안전하게 저장한다는 말도 어폐가 있는 것이다. 더구나 일본은 지진대국이면서 화산지대인데, 이런 상황에서 수만년이나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가 어디 있겠나 말이다. 또 원자력은 광석 채굴과 핵연료 최종처리에 이르는 전과정에서 방사성 물질이 환경에 방출되고, 이를 안전하게 할만한 과학기술이 우리에겐 없고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인간의 손으로 위험하고 까다로운 폐기물을 끊임없이 만들고 있다는 뜻이다. 그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안전도 보장되기 힘들고, 워낙 많은 업체와 기술자들이 참가하다보니 사고도 끊이질 않는다. 이런 시한폭탄같은 괴물을 우리는 오늘도 만들고 사용하고 있다.

 

다나카 미쓰히코는 "원자력발전의 경우 한 번이라도 큰 사고를 일으킨다면 그것으로 끝" 이라고 했다. 후쿠시마를 취재한 방송을 보니 그 말이 더 끔찍하게 들렸다. 방사능에 오염된 흙을 몇센티씩 파내어 검은봉지에 담는 작업을 하던데, 그 봉지를 처리하지 못하고 그저 쌓아두기만 했다. 그렇다고 작업한 땅에서 방사능이 안나오면 다행이지만, 전과 다름없는 방사능 수치를 나타냈으니 헛고생만 한 것이다. 전문가는 이 작업이 의미가 없다고, 여기에 있던 흙을 저기로 옮기는 것 뿐이라고 했다. 이미 오염된 땅은 인간의 힘으론 처리할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더 화가나고 안타깝고 슬펐다. 이건 자연이 준게 아니라 인간이 스스로 만들어낸 재앙이었으니 말이다. 얼마나 위험한지 알면서도 눈앞의 이익 때문에 모른체하고 국가권력의 의지때문에 벌어진 참상이었으니까. 이 일이 이웃나라만의 특이한 사건일까? 우리도 안전하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아무것도 배우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도 곧 닥칠 일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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