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 감투 온 겨레 어린이가 함께 보는 옛이야기 8
홍영우 글.그림 / 보리 / 201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옛날 옛적에 갓날 갓적에 한 영감이 살았습니다. 영감은 조상이 많아 제사를 많이 지냈는데 어느 날부터 제사 음식이 눈에 띄게 줄어들더니 제사가 끝날 무렵에는 거의 다 사라졌습니다. 처음엔 조상이 와서 먹은 걸로 생각해 다음 번엔 더 많이 차렸지만 역시나 다 없어졌습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는데 알고보니 도깨비들 짓이었습니다. 이 집에 제사음식이 많은걸 알고 우르르 몰려와 실컷 먹고 간 겁니다. 도깨비가 영감 눈에 띄지 않은 건 '호랑 감투' 때문이었는데 호랑이 눈썹과 수염으로 만든 이 감투를 쓰면 신기하게도 사람 눈에 안보였던 겁니다. 이를 알리 없는 영감은 제사 음식을 차려 놓고 병풍 뒤에 숨어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병풍뒤에 영감이 숨은 줄 모르고, 오늘도 제사 음식을 먹기 위해 도깨비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그리고 꿀떡꿀떡 꿀꺽꿀꺽 먹었는데, 영감의 눈엔 허공에서 음식이 날라다니며 먹는 소리만 들리는 희한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영감은 병풍 뒤에서 뛰쳐나와 몽둥이를 마구 흔들며 "에키, 이놈들아!" 소리치니 도깨비들은 혼비백산 도망갔습니다. 그러다 도깨비 하나가 감투가 벗겨졌지만 너무 놀란터라 챙기지도 못하고 줄행랑을 쳤습니다.

 

 

영감은 도깨비가 두고 간 호랑 감투를 한번 써봤는데 마누라가 자신을 못 보자 이게 호랑감투 라는걸 알았습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투명인간이 되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게 되는데, 영감은 이 꿈을 이루게 된 겁니다. 그런데 호랑 감투를 쓰고 영감이 가장 먼저 간 곳은 장터였고, 가장 먼저 한 일은 호박엿을 훔쳐 먹는 거였습니다.

 

 

 

 

아무도 자신을 못 알아본다는 거에 들떠서 도둑질을 해도 괜찮겠구나 하는 나쁨 마음을 먹게 된 겁니다. 이렇게 멋진 호랑 감투를 좋은 일에 쓴다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도깨비도 호랑감투로 제사음식을 훔쳐먹는 용도로 썼는데 영감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 후로 돈이고 물건이고 마구 훔쳤고, 가게 주인들은 난리가 났습니다. 도둑이 보이지도 않는데 물건이 마구 사라지니 말입니다. 처음의 영감처럼,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반면 영감은 날마다 도둑질을 해서 벼락부자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자꾸만 도둑질을 하고 싶어 장이 서는 날이면 벼락같이 달려 갔습니다.

 

 

그런데 호랑 감투에 큰 일이 생깁니다. 밥집에서 밥을 먹다 벗어둔 감투에 옆 사람 담뱃불이 떨어져, 엽전만한 구멍이 났기 때문입니다. 집에 돌아와 마누라더러 감투를 기워달라고 하니 빨간 헝겊으로 구멍을 기웠는데, 빨간 헝겊이 허공에 둥둥 떠다니는 괴상한 일이 벌어집니다. 마을엔 빨간 헝겊만 나타나면 도둑이 든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이를 알리없는 영감은 계속 도둑질을 하러 돌아다녔고 한 가게 주인에 눈에 발각되게 됩니다.  

 

 

곰방대로 빨간 헝겊을 탁 내려치니 불시에 공격을 받은 영감은 호라아 감투가 벗겨져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영감의 끝도 없는 욕심 때문에 결국 흠씬 두들겨 맞고 마을에서 쫒겨났고 호랑 감투마저 태워지게 되었습니다. 호랑감투가 좋은 일에 쓰였다면 사라지는 일도 없었을 텐데, 사용하는 사람이 나쁘게 사용해 큰 화를 불러일으킨 물건이 됐습니다. 나쁜 일을 하면 결국 죗값을 받게 된다는 걸, 욕심많은 영감을 통해 확실하게 배울수 있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