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까만 망토 - 신통방통 에너지를 찾아 떠난 더불어 사는 지구 34
박경화 지음, 손령숙 그림 / 초록개구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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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대규모 정전사태로 큰 난리가 났던 적이 있었다. 정부의 전력 수요 예측 실패와 부적절한 대응으로 많은 시민들이 불편과 함께 경제적 타격을 입은 초유의 사건이었다. 많은 피해상황을 지켜보면서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도시 생활이 어떤 것인지도 직간접적으로 경험 할수가 있었다. 딱 하루만 전기가 없이 생활해야 한다면 여러모로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한다. 컴퓨터로 업무를 볼수도 없고, 지하철은 운행을 멈춰 이용하지 못할 테고, 휴대폰 충전도 하지 못해 안절부절 못하게 될 것이다. 어두운 밤거리를 밝혀주는 가로등과 화려한 네온사인을 자랑하는 거리의 풍경은 사라질 테고 집에서 할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으니 어쩔수 없이 일찍 잠자리에 들 것이다. 잠자는 시간 까지도 전기를 써야만 하는데 여름엔 에어컨을, 겨울엔 전기 매트를 틀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우리 몸에 물이 꼭 필요한 것 처럼, 현대인의 생활에도 전기는 꼭 있어야만 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그런데 이처럼 소중한 전기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쓰는 걸까? 또 얼마나 올바르게 아끼며 쓰고 있을까? 

나래는 정전이 되어 깜깜한 집안에 혼자 있던 중, 한 남자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는다. 깜짝 놀란 나래는 울음소리의 정체를 찾아 나섰는데 까만 망토를 두른 꼬마 남자아이를 발견하게 된다. 훌쩍훌쩍 우는 꼬마는 자신을 '어둠의 신'이라 소개하고, 누나인 '밤의 여신'이 지구를 떠날지도 모르기 때문에 슬퍼서 운다고 했다. 옛날 사람들은 해가 지면 잤기 때문에 자신이 어둠을 만들면 곧바로 누나가 온 하늘에 까만 가루를 뿌렸는데 요즘 사람들은 밤에도 낮처럼 환하게 살기 때문에 어둠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자신이 도시의 불빛을 피해 어렵게 어둠을 만드는 동안 누나는 기다리다 지쳤고, 결국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새벽을 맞으니 자꾸만 시름시름 앓다가 결국 지구를 떠나기로 결심했단다. 졸지에 누나와 헤어져야 하니 이 꼬마 '어둠의 신'이 우는 것도 납득이 됐다. 하지만 나래의 입장에선 왜 밝게 사면 안되는 건지, 그게 왜 잘못인지 선뜻 납득이 되지 않았다. 밤에도 할게 많으니 환하게 불을 켤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우는 꼬마를 보니 마음이 안쓰러웠고, 그래서 누나가 떠나지 않도록 작의 희망을 찾아 떠나기로 했다.  

꼬마와 나래가 처음 간 곳은 바로 전깃줄 속 이었다. 그 곳에서 만난 빛을 통해 전기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 지를 추적해 나가는데 시작은 발전소였다. 그 곳에서 '물의 요정'을 뵙고'불의 신'과 '우라늄 동자', '태양 아줌마','바람왕자'까지 차례로 만나게 된다. 이들이 하는 일은 지구에 사는 인간들의 편의를 위해 자연에서 전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물을 이용한 수력 발전, 석탄 석유 천연가스를 이용한 화력 발전, 그리고 우리나라 전기 가운데 약 40%를 생산하는 원자력과 태양열을 이용하고 풍력발전까지 다양한 방법이 동원되고 있었다. 전기 스위치를 딸깍 하고 올리면 불편함없이 사용할수 있기 때문에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처럼 전기를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과 자원이 사용되는 것 같아 놀라웠다.  

그런데 이 연구를 앞으로 더 가열차게 해야 할 상황이 됐다. 전기를 만들어 낼수 있는 자원은 한정되어 있지만 사용량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대체 에너지를 만드는게 인류의 중요한 문제가 된 것이다. 화석연료는 앞으로 길어야 200년안엔 사라질 테고, 원자력 발전은 독성 핵폐기물의 처리 방법이 없고 방사선과 안전면에서 여전히 불안감을 주고 있다. 일본 대지진의 참사로 벌어진 방사능 전파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그만큼 위험부담이 크고 많은 부작용이 있는 방법이다. 설사 100% 안전하다 하더라도 앞으로 60년 뒤에는 우라늄이 하나도 남지 않게 되니 영구적인 에너지원이 될 수도 없다. 그리고 지금까지 전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많은 생태계 파괴가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더 이상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깨끗하고 안전하고 지속가능한 에너지를 만들어 내야하고, 더 중요한 건 전기를 쓰는 사람들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됐다. 

식물이나 미생물 같은 생물체에서 얻은 연료인 바이오매스도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많은 식물을 필요로 함에 따라 결국 생태계 파괴가 불가피 하고 지구의 식량부족 상황을 놓고 보면 턱없이 값비싼 연료이다. 그래서 태양열과 지열을 이용한 에너지를 만들거나 난방이 필요 없는 패시브 하우스,헬리오트로프 같은 아이디어가 넘치는 집 등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데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전기소비를 줄이는 일은 몇몇 사람의 노력만이 필요한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의 협조와 노력이 있어야 지금의 에너지 부족 문제를 해결할수 있는 길이 열리고 희망이 보일 것이다. 그러면 '어둠의 신'과 '밤의 여신'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테고, 나래도 갑작스러운 정전으로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지구는 그만큼 병들어가지 않을 것이다.  

가로등에 붙어 있는 '전기는 국산 이지만 원료는 수입 입니다' 라는 글귀를 마음속에 되새긴다면 집에서도, 공공장소 에서도 전기를 아끼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을가 싶다. 거창하고 대단한 일을 하라는게 아니라, 냉장고 문을 한번 덜 열고 사용하지 않는 전기제품의 플러그를 빼고, 환한 대낮엔 불을 켜지 않는 것 등을 하라는 것이다. 개인과 정부가 전기사용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 부터가 올바른 전기 사용법이 아닐까 싶다. 어둠을 환한 낮처럼 생활하는 현대인들의 삶을 바꿀순 없지만, 무분별한 사용은 결국 자신과 후대에게 독이 되어 돌아온다는 걸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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