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행복하게 자라야 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가난이라는 멍에는 아이들로 하여금 최소한의 인권마저 누리지 못하게 하고 때로는 생명마저 앗아가고 있다. 이 아이들이 바라는 건 좋은 집, 좋은 장난감, 비싼 음식이 아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있고 굶지 않으며 비를 피할수 있는 집을 원할 뿐이다. 그리고 또래 친구들과 같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미래의 꿈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바랄 뿐이다. 아프리카,중동,동남아 등지의 어린이들이 겪는 끔찍한 상황을 보면서 슬픔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아이들을 존중하지 않는 어른들이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테고, 그러기 위해선 모든 사람의 노력과 관심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이 책에 소개된 아홉명의 아이들과 같은 상황이 더 이상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아미나타가 라쥬 아주머니 집에 하녀로 들어가게 된건 겨우 여덞살 때 였다. 엄마는 딸을 좋은 직장에 소개시켜 준다는 아저씨의 말을 믿고 아미나타를 맡겼지만, 좋은 집에서 돈을 많이 번다는 말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많은 소녀들이 아미나타처럼 거짓말에 속아 목숨을 건 항해를 했고, 리브르빌에 도착하자마자 낯선 곳으로 팔려갔다. 한달에 10파운드(2만원)라는 월급도 2년간 받아본적이 없고, 헛간에서 낡은 옷 한벌로 살며 주인집이 먹다 남긴 음식을 먹고 온갓 허드렛일을 하는 아미나타. 부모들은 가난 때문에 아이들을 떠나보내고, 잘 살게 해주겠다는 낯선 이의 말을 그저 믿을 뿐이다. 그렇게 많은 아이들이 다른 나라로 보내져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그 중에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 더 놀라운 건 라쥬 아주머니와 중개인들 같은 사람들이 처벌받기가 힘들다는 것인데, 그렇기 때문에 아미나타와 같은 아이들이 지금도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낙타몰이꾼 알스하드의 이야기였다. 다른 사연들은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해봤기에 그리 놀랍지 않았는데, 아랍 지역에서 벌어지는 낙타 경주를 위해 아이들이 동원되는건 이번에 처음 알았다. 경주마의 기수는 어른인데 반해 낙타 경주의 몰이꾼들은 네 살에서 열다섯살 정도의 남자로, 이들 대부분이 주변 국가에서 유괴,인신매매,부모에 의해 팔려온 아이들 이라고 한다. 성질이 사나운 낙타 등에 타는 것도 아찔한데 무게가 가벼워야 더 빨리 달릴수 있다 해서 아이들을 굶기는 일이 다반사이고, 심지어 물조차 주지 않아서 영양실조에 걸리고 제대로 성장할수도 없다 한다. 두바이 처럼 부자나라 사람들이 즐기는 이 오락으로 인해 아이들이 유괴되어 굶고, 잘못하다 사고로 낙마해 다치거나 죽다니. 이 경기를 보러오는 관광객들은 이런 실상을 알면서도 즐기러 오는것일까? UN에 따르면 매년 120만 명의 아이들이 현대판 노예로 매매된다고 하는데, 그 숫자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된다. 120명도 아니고, 12만명도 아닌 무려 120만 이라니. 눈앞이 아찔해진다.
양귀비 재배가 유일한 수입원 이었던 아프가니스탄에선,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갑자기 밭을 압수해감에 따라 빚에 허덕이는 가정이 많아졌다. 대부분 마약밀매상에게 빚을 진 농민들은 더 이상 돈을 벌 수단도 없고 정부의 보상도 없었기에 눈물을 머금고 돈 대신 딸을 팔게 됐다. 결혼 할때 신부측에 돈을 줘야 하는 이른바 신부값이 있는데, 빚대신 어린 소녀를 데려감으로써 신부값을 치르게 되는 셈이다. 아이들이 물건이 아님에도 이런 일은 많이 발생되고 있고 그 과정에서 어린 소녀의 미래는 완전히 바뀌게 된다. 팔려간 아이들이 좋은 대접을 받으며 살지 못하리라는 건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가난 때문에 쓰레기 마을에서 살며 쓰레기 더미에서 음식을 찾고 쓸만한 물건을 찾는 아이들이 있다. 심한 악취와 위험한 치안, 해로운 공기는 아이들의 건강을 해치고 쓰레기를 뒤지는 일이 학교 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과가 되게 만들었다. 우리돈 100원 때문에 죽고 죽이는 일이 벌어지는 그곳의 삶은 얼마나 지옥같을까. 그곳 아이들의 삶이 되풀이되는 일은 없어야 하겠다.
어린 소년의 손에 들린 진짜 총 만큼 이상한 것도 없다. 우리 아이들이 장난감 총으로 뿅뿅 소리내며 놀 때, 시에라리온의 아이들은 실제 총을 가지고 끔찍한 전쟁을 치러야만 했다. 차마 입에 담을수도 없는 대학살을 겪은 것도 큰 충격일 텐데, 살기위해 내가 겪은 고통을 다른 사람들에게 해야만 하는 그 심정은 또 어떨까. 나쁜 어른들은 전쟁의 총알받이로 쓰기위해 소년병을 만들었고 마약에 중독되게 했다. 환각증세를 겪는 아이들은 잔혹한 짓도 서슴치 않았고, 계속 약을 하기 위해 학살에 앞장섰다. 자신의 이름도 잊어버린채 살인기계로 거듭나게 된 아이들을 과연 살인자라고 말할수 있을까. 아이들을 이용한 어른들의 추악함 때문에 보지 않아도, 겪지 않아도 될 일들을 경험한 아이들에게 과연 잘잘못을 따질수 있을까 싶다. 이미 그 아이들도 또 다른 피해자 이니 말이다.
이 외에도 노동을 착취당하며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는 아이들이 많이 소개되어진다. 이 모두가 거짓이었으면 싶을만큼 안타깝고 참혹한 사연들 이었는데, 지금도 근절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가슴을 무겁게 했다. 아무리 먹고 살기 어렵다고는 하나 반드시 지켜줘야 할 규칙이라는게 있다. 아이들의 작고 여린 어깨를 보면서 아무런 뉘우침도 죄책감도 못 느끼는걸까. 이 아이들이 하루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웃음을 되찾을수 있도록 해주고 싶다. 이런 아이들을 돕는 기관에 기부를 하고 계속해서 관심을 갖는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