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힘 - 조선, 500년 문명의 역동성을 찾다
오항녕 지음 / 역사비평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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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조선시대에 쓰여진 수많은 기록들을 통해 눈으로 보고 체험하지 못한 그 시대를 생생하게 그릴수 있다. 그리고 후대의 기록을 통해서도 어떤 사회였는지를 알수 있게 되는데, 한가지 유념해야 할건 쓰여진 기록이 모두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할까 라는 것이다. 역사는 대부분 강자의 시선으로 쓰여졌기에 권력의 힘에 압박받지 않는 중립적인 입장의 사람이 쓰지 않는 이상 한가지의 사건이 기록한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적히기도 한다. 그리고 후대 사람들에 의해 왜곡되거나 잘못된 이미지가 만들어져 마치 사실인양 굳어지기도 한다. 한번 박힌 잘못된 인식은 웬만해선 올바르게 고쳐지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노력이 절실한데, 안타깝게도 파급력이 큰 영상미디어 매체와 역사 전문가들의 편향된 글들을 통해 왜곡되고 미화되거나 완전히 다른 이야기로 확대 재생산 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  

흔히 조선시대하면 긍정적인 이미지보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떠오르는게 사실이다. 서양의 기준으로 이야기하는 근대화에 늦었기 때문에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고, 많은 부분에서 성장을 이루었지만 보수적이고 답답한 정책때문에 현대인의 기준에선 답답한 느낌을 들게 한다. 그런데 과연 기 가까이 지난 지금이 조선시대보다 더 성장한 사회체제를 갖추었다고 말할수 있을까. 근대로의 전환이 늦어졌다고 조선시대가 실패한 거라고 말할수 있을까. 어쩌면 우리는 조선시대를 왜곡으로 점철된 관점으로 본것은 아닐까 따져봐야 하겠다

저자는 '사대주의에 찌들었다'고 세뇌당한 조선시대를 피해 자꾸 고대로 돌아가려는 심리에 대해서도 꼬집어 말한다. 그 부분에선 나도 평소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왠지 조선하면 식민지의 아픈 과거와 부패한 관리들이 떠오르지만 고구려, 고려하면 진취적이고 자랑스러운 기분이 든다.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도 공원 한복판에 광개토대왕비를 세워놓고 고구려 마케팅을 하고있다. 그 모습이 촌스럽긴 하지만 이해를 못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자의 설명을 들으니 우리가 조선을 바라보고 더 나아가 역사를 대하는게 한정되고 편견된 시선으로 보았구나 싶어 반성이 됐다. 알게모르게 우리는 근대를 '선'으로, 조선과 전통을 '악'으로 보았으니 말이다. 식민주의와 근대주의를 합쳐 '범식민주의'라 부르는 저자의 말이 수긍이 간다.  

깊이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남들과 같이 조선은 이렇다라고 단정지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됐다. 우리는 과거 역사를 공부할때 현재 우리가 살고있는 사회와 통념의 기준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과거 사람들의 행동이 이해가 안되기도 하고 왜 저렇게까지밖에 못할까 안타깝기도 한다. 하지만 그 시대에선 그게 최선이었다는 입장에서 보게 된다면 완전히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국민들의 투표로 왕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에 권력의 정점인 왕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것 같지만 그런 우려스러운 일들이 많이 없었던건 독특한 정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알기위해선 조선의 정치제도를 알아야 하는데 경연,언관,사관제도가 그것이었다. 그중에서도 경언은 경전을 놓고 임금과 신하가 토론을 하는 것인데 임진왜란때 피신하면서도 열었다고 할만큼 중요한 일 이었다. 그리고 장차 국왕이 될 왕자를 교육시키는 서연제도는 교육을 넘어서 군주가 가져야 할 이상적 인격을 길러주는 것으로 경연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조선의 헌법으로 알고있는 '경국대전' 또한 현대의 헌법과 비교하면 많은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가 힘들다. 그런 비교를 하지 않고 조선의 헌법 이라고 칭하면 당연히 구멍이 숭숭 뚫리고 국민의 기본권마저 보장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하게 된다. 우리는 이미 조선시대를 봉건, 낡고 각종 억압과 차별이 존재하던 시대 등으로 못을 미리 박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인식에 역사 전문가들의 흥미위주의 글과 마치 진실인양 왜곡된 주장을 사실로 적은 책을 읽으며 이런 편견을 부채질 하고 있다. 물론 역사를 바라보는 이들의 관점이 모두 같아야 한다는건 아니다. 새로 발견된 사료를 통해 얻어진 주장은 역사를 이해하는데 더 풍성하고 활발한 자료가 된다. 하지만 1만큼의 사실을 근거로 10배로 뻥튀기해 부풀리고, 그마저도 왜곡한다면 차라리 안하느니만 못하다.  

저자의 말처럼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의 관점도 바뀌고 해석도 달라지는건 당연하다. 하지만 여기엔 두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적어도 사실을 왜곡하지는 말 것. 둘째,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서 얘기 할 것. 이것만 지킨다면 왜곡된 이미지가 널리 퍼지지는 못할 것이다. 한 나라가 무려 500년간 이어져온 경우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그런면에서 조선은 확실히 힘이 있었고 위태로울순 있지만 잘 짜여진 사회시스템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조선의 힘과 한계를 제대로 알자는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인데 미화하지도 왜곡하지도 않아서 좋았다. 그저 있는 그대로의 조선을 파악하기 위해 사료를 들추고 증거를 내밀며 독자의 판단에 맡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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