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따라갈까?
EBS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 제작팀 지음 / 지식채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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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다큐프라임 <아동범죄 미스터리의 과학>은 날로 높아지는 아동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더불어 예방교육의 필요성을 알려줬고, 그동안 부모가 아이에게 했던 교육이 처음부터 잘못된 것임을 알려줘 충격을 주었다. 대다수의 부모들은 나처럼 아이에게 "신호등 건널 때 조심해라" 거나 "낯선 사람이 사탕 사준다고 해도 따라가지 마라"라는 말을 자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낯선 사람'이라는 단어가 아이들에게 큰 혼란을 주고 모호한 이미지를 심어준 정보란다. 다큐는 낯선 사람의 정의부터 다시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그린 낯선 사람은 놀랍게도 얼굴이 무섭게 생기고 인상 쓰고 화난 표정 이었다. 흔히 말하는 범죄자 형으로 어른들이 봐도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낯선 사람이 곧 나쁜 사람을 의미하는건 아니다. 친구를 사귈때도 낯선 이와 관계를 시작하게 되듯이,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매일 접하게 된다. 그런데 그 사람들을 다 피하고 두려워 해야 하는걸까? 그렇지 않은데도 부모는 '낯선 사람을 피하라'고 가르친다. 중요한건 낯선 사람이 아님에도 말이다.

연쇄살인범이나 강력 범죄인들의 얼굴을 보면 칼자국이 나 있거나 흉악하다거나 사나운 표정을 짓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의 경우가 많고 흔히 볼수있는 평범한 이웃의 얼굴이다. 이웃 주민들의 인터뷰를 봐도 하나같이 "선하고 착하게 보이던 사람이었는데, 아직도 믿어지지 않네요"라고 한다. 즉, 나쁜 사람의 얼굴이 무섭게 생긴 괴물의 형상은 아니란 뜻이다.

그럼에도 우리 아이들은 낯선 사람을 화난 표정. 성별, 생김새, 표정만으로 결정한다. 이 말은 낯선 사람이 선하게 생겼다면 아이들은 마음의 문을 열 확률이 높다는 걸 의미한다. 반면 미국 아이들이 그린 낯선 사람은 우리와는 달리 인종,생김새 등이 다양했다. 화난 표정을 짓지도 않고 아이들 주변에서 볼수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그린 것이다. 이런 상반된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하고 남을 배려하지만 토네이도 같은 사람도 존재한다는걸 어릴때부터 배우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한 이유는 아는 사람에게 나쁜일을 당하는 경우가 60~70% 이고, 그중에 친족이 20% 인 현실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한번 만난 사람도 아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아이들의 경우엔 아는 사람이라고 모두 좋은 사람이 아니고, 낯선 사람이라고 모두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교육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걸 모르고 무조건 "낯선 사람을 조심해, 따라가지마"라고 한게 유일한 교육이라고 했으니 아찔하기만 하다. 다큐에서 아이들에게 한 실험을 보면서 모든 부모들이 놀랐을 것이다. 낯선 어른이 아이들에게 말을 걸고 같이 가자고 하면 대부분 거절하고 도망가지만, 다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동물들을 이용해 친근하게 다가가니 너무도 쉽게 낯선 이의 차에 올라탔기 때문이다. 유괴범이 아이를 유괴하는데 35초 걸린다고 하는데 차를 이용한 실험을 보니 수긍이 됐다. 유괴범들은 강제력을 동원하는게 아니라 애정을 표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애완동물, 선물 놀이 게임을 이용, 위급상황을 가장, 친숙한 이름과 권위와 온라인을 이용하거나 친구를 가장하는 등의 비강제적 수법을 많이 동원한다. 이런 다양한 수법이 있는데 반대 예방교육은 거의 없으니 아이들의 안전에 비상이 걸린것도 무리가 아니다.  

가정에서 철저한 교육을 받았다 하더라도 도움을 요청하는 어른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는 아이가 많다. 착한 아이를 선호하는 한국의 전통 문화 때문인데 이른바 굿보이 신드롬 이다. 아이들의 공통적인 심리중에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 대한 '동정심'과 착한 행동을 칭찬받고싶은 '보상심리'가 있다. 특히 엄격한 가정의 아이는 "싫어요. 안돼요" 라는 저항의 의사표시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잘 거절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어른은 아이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는 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도움을 요청하는 어른의 부탁을 거절한다고 해서 나쁜 아이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그런 상황이 닥치면 주변의 부모 또는 학교 선생님에게 가서 물어보라고 가르쳐야 한다. 여기서 중요한건 낯선 사람이 다가와 도움을 요청할때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고 가르치는게 아니라, 가끔은 변덕스러운 날씨 같은 사람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또 아이들은 지식을 담는 그릇이 작기 때문에 장기적이고 반복적으로 교육해야 한다. 그 역할을 해줄수 있는건 부모이기 때문에 '만약에 놀이'등을 통해 재미있게 가르치고 평상시에도 자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들의 심리를 파악한 후 특성과 기질에 맞게 교육 해야하고, '자존감 교육'을 통해 자존감을 높여주어 스스로를 방어할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아이가 보내는 SOS신호를 바로 알아차려야 하기에 항상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수십 수백명의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이는 부모가 보호하는게 아니라 이 사회가 울타리가 되어 지켜줘야 한다.아이를 집 밖에 내놓는게 더 이상 불안해지지 않는 세상을 위해 모든 어른들이 힘쓰고 교육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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