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가르쳐 준 것
기무라 아키노리 지음, 최성현 옮김 / 김영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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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안전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유기농법이 점차 퍼지기 시작하고 있다. 하지만 농약의 달콤한 유혹은 쉽사리 뿌리치기 힘든 것임엔 분명하다. 농산물을 해충으로 부터 막아줘 생산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농약을 뿌리는 농부들의 건강마저 해치는걸 생각하면, 생산자와 소비자가 안심하고 먹을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리고 그 방법을 우리는 '기적의 사과'를 만든 기무라 아키노리 씨에게서 찾을수 있다. 병충해가 많아 비료와 농약을 많이 사용해야만 하는 사과 농사에서 그가 이룩한 업적은 실로 대단하다. 아무도 가지 않으려고 한 험난한 가시밭길을 묵묵히 걸어간 끝에 결국 무농약 사과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자연재배, 곧 자연의 힘을 빌려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농업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무에서 유를 낳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야말로 자연과 더불어 사는 농부의 참 기쁨이다. 나는 이런 농사를 짓는 게 행복하다. 전에는 농약이 무서워 얼굴을 가리고 일했지만, 농약을 쓰지 않는 지금, 우리 가족은 웃으면서 즐겁게 일을 한다." 

오랫동안 농사를 짓지도 않고 무지했던 기무라씨는 무턱대고 자연재배 에 뛰어들게 된다.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것을 했으니 실패는 당연했다. 참고할 책도, 누군가의 조언도 없이 그저 몸으로 부딪치며 싸워야 했던 기무라 씨. 가족을 부양해야만 했던 그에게 9년 동안의 실패는 큰 타격일수밖에 없었다. 9년 이라는 시간동안 매번 실패를 맛봐야 했고 그로인한 극심한 가난은 가족을 힘겹게 했다. 그동안 자신을 믿고 기다려주는 아내와 가족이 있었기에 계속 도전할수 있었지만, 지옥과도 같은 세월을 더이상 견디기는 힘들었다. 그래서 모진 결심을 하고 산에 올라갔는데, 마치 신의 계시처럼 그의 눈에 푸르른 사과나무 한그루가 보인다.  

알고보니 참나무 였지만 머릿속에 사과나무가 가득 들어있어서 그렇게 보였다. 죽음의 순간 그가 본 것은 단순한 참나무가 아니라 그의 삶을 구해줄 기회였다. 산에서 만난 참나무는 자신의 사과나무와는 달리 늠름하게 뻗어있고 잎도 무성했다. 무엇보다 달랐던 건 푹신푹신하고 촉촉한 나무 주변의 땅 이었다.박테리아와 균이 건강하게 살아있는 땅과 주변 자연 환경을 보면서 그는 마침내 해답을 찾는다.  

그 날 이후로 기무라씨는 과수원의 풀을 깍지 않았다. 잡초는 무조건 없애야 한다는게 정석이었지만, 산 처럼 풀을 그대로 놔 두자 지열이 낮아지고 흙이 마르는 것을 막아줘 병충해의 공격으로 인한 병이 적어졌다. 과수원엔 산토끼,담비,족제비,들쥐,지렁이가 많이 생겨 이웃들은 과수원을 방치한다고 수군댔지만, 오히려 기무라의 과수원은 살아나고 있었다. 벌레를 관찰하고 사과나무에게 말을 걸며 정성을 쏟았떤 효과는 결국 흰 사과 꽃이 10년만에 피면서 보상받게 된다. 그를 극한으로 몰아갔던 자연 농법, 가족의 건강을 위하고 소비자에게 안전한 사과를 먹이고 싶었던 마음이 마침내 성과로 나타난게 된 것이다.  

농약을 줄이는 것과 전혀 사용하지 않는건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처음엔 2~3년이면 괘도에 오를것이라 생각했지만 무려 10년이나 실패했다. 8월말에 잎이 하나도 남지 않고 9월엔 봄에 필어야 할 꽃이 핀 현상은 어떤 책에도 실려있지 않았고 그런 일들이 반복되며 계속 실패만 했다. 맏딸은 "우리 아버지는 사과를 키운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가 기른 사과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라고 할 정도의 실패였다.  

하지만 기무라씨는 실패는 많이 하면 할수록 좋아진다고 말한다. 아내에게도 "흘린 땀에는 허사가 없어. 반드시 언젠가는 돌아온다." 라고 했다. 그런 인내심과 믿음이 기적의 사과를 만들었고, 그가 걸어온 길은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되어 자연농법에 눈을 돌리게 만들었다. 농약이 없으면 절대 할수 없던 사과로 이룬 기적이기에 더 값진 것 같다. 무비료,무농약을 내건 그의 농사법은 이제 가족의 건강,안전한 먹거리를 넘어 지구의 생태계를 걱정하기에 이른다. 지구를 살리는 길에 자연농법이 있음을 알기에, 그는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강연도 하며 널리 퍼트리려고 한다. 그런 노력이 점점 빛을 발하고 있는 것 같다.     

세계에서 일본은 비료와 농약 사용량이 가장 많은 나라라고 한다. 그리고 부끄럽게도 두번째는 바로 한국 이다. 이제 우리도 친환경적인 농사법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연계는 스스로 활동하면서 균형을 이룬다. 인간은 그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환경을 만들어주는 일밖에 할 것이 없다.' 라는 기무라씨의 말 대로 자연을 그대로 놔 둔채로 인간의 먹거리를 얻는 방법,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수 있는 길을 택해야만 한다. 더이상 늦추기에는 지금 지구는 많이 병들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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