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이 되기 싫은 이무기 꽝철이 재미난 책이 좋아 7
임정진 지음, 이민혜 그림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0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아이디어가 참신하단 생각을 했다. 모든 이무기들이 용이 되고 싶어할까? 라는 의문에서 시작된 이 책은 요즘 아이들에게 좋은 가르침이 될 만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태어날 때 부터 정해진 운명처럼 모든 이무기들은 용이 되어야만 하고,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건 어쩌면 잘못된 생각일수도 있다. 복제된 것 처럼 생각이 똑같지 않은 이상, 꽝철이처럼 용이 되기 싫은 이무기도 분명히 있을테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꽝철이가 돌연변이는 아니다. 다만 되고자 하는 바가 다르고, 특별한 존재일 뿐이었다.  

용이 되고자 하는 목표는 같아도 방식은 다를수도 있다. 영노처럼  용이 되기 위한 배움을 하루라도 더 빨리 익히려고 애쓰는 이무기가 있는가 하면, 꽝철이처럼 이무기로서의 삶을 충분히 즐긴 후에 용이 되고자 하는 이도 있다. 아니면 이시미처럼 착한 이무기로 평생을 살수도 있다. 모두 다 용이 될 필요도 없고, 용이 되는 방식이 같은 필요도 없다.  

아이들의 교육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공부만 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즐기면서 하는 아이도 있다. 또 결승선을 향해 빨리 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느릿느릿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목표한 지점에 가는 아이도 있다. 이렇듯 아이들의 재능과 성향이 다르다는걸 누구나 다 인정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우리의 교육은 각자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래서 획일적인 교육과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하게 만들고 점수에 따라 등급을 매긴다. 그런 시스템 속에서 꽝철이는 모범생이 아닌, 문제아로 낙인 찍히기 딱 좋은 케이스이다.   



 

 

 

 

 

 

 

 

하지만 훈장님은 꽝철이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혼내지 않는다. 어린 이무기들을 잘 가르쳐서 더 빨리, 더 많은 용을 배출하는게 훈장님의 마지막 꿈인걸 감안하면 꽝철이는 속만 썩이는 학생이다. 그래서 걱정을 많이 하지만 똘똘한 꽝철이의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따스한 마음을 읽어낸다.  그래도 모든 이무기들이 자신과는 달리 용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훈장님. 성급하게 용이 되려고 하다가 1번뿐인 기회를 놓쳤떤 자신의 실수를 어린 이무기들이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 것이다. 그래서 옥구슬을 여의주로 만드는걸 가르치며 다들 멋진 용이 되길 기원한다.

이런 훈장님의 바램과는 달리 꽝철이는 딱히 용이 되고자 하는 욕망이 별로 없다. 다른 이무기들처럼 열심히 공부를 하는 대신 살짝 샛길로 빠져 노는걸 좋아한다. 세상엔 재미있고 즐길수 있는 놀이거리가 무궁무진한데 굳이 용이 될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꽝철이는 하늘을 나는건 어지럽고, 천둥번개는 무섭기 때문에 그냥 이대로 즐겁게 살고자 한다. 그런 꽝철이에게 영노는 "우리 이무기는 용이 되는걸 목표로 살아야 해. 그리고 용이 되는 거 말고 달리 할 게  있는 것도 아니잖아. 이무기는 용이 되어야 하는 거야. 그게 보람있는거지" 라며 타이른다. 영노는 자신이 생각해서 말 한걸까? 아니면 그렇게 해야한다고 배웠기 때문에 그런걸까? 



하지만 이런 꽝철이의 말에 친구들과 훈장님은 서서히 이해하기 시작한다.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재미있게 사는 모습을 직접 봤기 때문이다. 여의주가 될 옥구슬을 신성하게 대해야 한다고 믿었는데 꽝철이는 그걸로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었고, 몸을 둥글게 말아 굴러가던 모습이 이상했지만 직접 해보니 모두가 같은 속도로 가는걸 알게됐다.  



특히 꽝철이와 똑 닮은 이미시와의 만남은 어린 이무기들에게 새로운 삶의 방식을 알려주었다. 모든 이무기들이 용이 될 필요도 없음을, 남들이 하니까 따라하는게 아니라 진심으로 용이 되고자 할때 시작해도 늦지 않다는걸 말이다. 그렇게 이무기들은 '언제 용이 될까, 용이 못 되면 어쩌나 걱정하던 시절'을 뒤로 한 채 즐겁게 지내게 됐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이런 선택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재미도 없고 고통스럽게 인내하고 공부해 용이 되는게 과연 좋은 걸까? 차라리 재미있게 놀고 창의적인 사고를 하다가 진심으로 용이 되고자 해서 이루는게 진정한 행복이 아닐까? 이건 우리 아이들에게도 분명히 알려주어야 한다.  

마치 색연필로 사각사각 칠한 듯 친숙하고 코믹한 그림체와 재미있는 이야기 덕분에 머리에 쏙쏙 잘 들어온것 같다. 그리고 옛 사람들이 이무기를 이시미,강철이,꽝철이 등으로 불렀다는 것도 알게됐다. 중간 중간 이무기에 대한 설화가 등장하고,(한번쯤 들어봤던 민담들이 몇개 소개된다.) 재미있는 상황이 많이 등장해 즐거움을 줬다.(훈장님이 영노를 혼내면서 "너도 이제 백오십살이면 아기가 아니다" 라는 것 등) 아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면서도 알찬 내용을 전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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