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설공주 이야기 흑설공주
바바라 G. 워커 지음, 박혜란 옮김 / 뜨인돌 / 200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대부분의 동화들은 예쁘고 아름다운 공주와 멋진 왕자가 만나 사랑을 이루고 결혼을 하며 끝난다. 그리고 그게 해피엔딩이라고 말한다. 어렸을땐 이런 동화책에 아무런 의문점이 없었다. 하지만 어른이 되고 아이를 키우는 입장이 되다보니 가끔 이런 생각을 들었다. 만약 공주가 못생겼다면 왕자가 도움을 주고 결혼을 했을까. 왜 계모들은 하나같이 못생기고 심술궃어 아름다운 여주인공을 괴롭히는 악녀로만 나오는걸까.

아이들이 어린시절에 읽는 동화책은 알게모르게 사회의 고정관념을 전해주는 역할을 해왔다. 책을 읽은 아이들은 계모는 무조건 나쁜 사람으로 생각하게 되고, 예쁜 사람은 착하고 못생긴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고 여기게 된다. 게다가 동화 책 속 공주들은 하나같이 하얀 피부에 긴 금발 머리를 휘날린다. 몇년전 신데렐라를 그린 흥미로운 그림을 본적이 있었는데, 그림속 여자는 백인이 아닌 흑인이었다. 그리고 긴 금발이 아닌 짧고 검은 곱슬머리였다. 그때 신선한 충격을 받았었다. '신데렐라' 하면 내 머릿속엔 저절로 디즈니 풍의 백인 여자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흑인, 황인종의 신데렐라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

작가는 이런 동화책에 반기를 들었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가득찬 동화들을 새롭게 재탄생 시킨 것이다. 수동적 이었던 여주인공을 능동적으로 바꿨고, 못생긴 외모를 지녔지만 행복한 사랑을 할수 있음을 알려줬다.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본 동화는 예전처럼 달콤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훨씬 더 좋았다. 공주가 되야만 왕자를 만날수 있는것도 아니고, 예뻐야만 사랑을 할수 있는게 아니다. 또 결혼만이 해피엔딩의 조건이 아니다. 자신을 찾아 나가는 이들만이 행복한 해피엔딩을 맞을수 있는것이다.

[흑설공주 이야기]는 너무도 유명한 백설공주를 새롭게 재편성했다. 원작에선 못생긴 마녀가 백설공주를 질투하지만, 흑설공주의 계모는 지혜로운 사람이었다. 비록 친자식간은 아니지만 총명한 공주를 아끼고 사랑했던 것이다. 또 흑설공주를 노리는 악한으로부터 공주를 구해줘 사이가 더 돈독해진다. 원작에선 여자들을 질투의 화신으로, 마녀인 계모를 무시무시하게 표현했었다. 하지만 '흑설공주 이야기'에선 악한이 등장해 여자들 사이에서 이간질을 시도한다. 물론 여자들은 끝까지 서로를 신뢰하는 사이로 나온다. '아름다움'을 못가진 여자의 질투가 일으킨 이야기보다, 권력과 욕망때문에 흑설공주를 차지하려고 하는 남자의 불행한 말로가 더 와 닿는건 나 뿐인가.

[미녀의 야수]를 패러디한 [못난이와 야수]는 제목 그대로의 이야기였다. 상인의 막내딸은 다른 형제,자매들과 달리 못생긴 외모를 지녔다. 하지만 마음만은 착해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는 소녀였다. 그리고 야수는 왕자로 변신하지 못하는, 무서운 얼굴을 가진 야수로 나온다. 예전에 사랑했던 여자는 야수가 왕자로 바뀔줄 알았지만 진실을 알자 도망쳤다고 한다. 이런 못난이와 야수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다른 작품에 비해 특별한게 없어 아쉬움이 든 작품이다.

[개구리 공주]는 좋았는데, 개구리가 인간이 되어 왕자와 결혼하지만 개구리로서의 삶을 그리워하다 결국 다시 원상태로 돌아간다는 내용이었다. 사랑하는 왕자와 결혼하면 행복할줄 알았지만 그게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과감히 사랑을 포기하고 자신의 행복을 찾게 된다.

그 외에도 우리가 아는 많은 작품들을 다양하게 패러디했다. 그 중에선 내가 읽어보지 못했던 작품도 있어 100% 이해하진 못했지만 나름대로 즐거웠다. 이 책을 두고 너무 여성의 입장에서 쓴거 아니냐고 할수도 있겠다. 하지만 동화책 속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빼앗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어준다면 한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면에서 동화 속 이야기를 다른 시선으로 비틀고 패러디한 이 책이 필요하다. 한마디 덧붙이자면, 우리에겐 동화책 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해 노출된 '한가지 시선'을 여러 방향에서 봐야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