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에 친한 엄마와 작은애 학교 축제에 가는 차 안에서 그 엄마가 나에게 학교에 대한 푸념을 털어놓았다.

"오늘 축제 스케줄 학운위에서 잡았어? 왜 하필 이 시간이야." 부터 시작해서

"우리 담임이 아침 자율 학습 시간에 아이들 너무 안챙긴다 하더라. 공립학교 중3담임하고 있는 우리 반 엄마가 하는 말이 그 시간에 담임이 신경 써주면 아이들 성적이 많이 향상된다던데. 이제 보니 우리 담임 순 말뿐이고 아이들한테 신경쓰지 않더라."

"이 학교, 교생은 왜 이렇게 많이 받아.  과학은 2달 동안 교생이 수업 했다며. 사립학교라 선생님들이 다 타성에 젖었어. 이렇게 공부 시키다가 고등학교에 가서는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몰라."

그러다가 결국은 "나 딴 학교로 전학 보내고 싶어."로 끝을 맺는다.

학운위 위원인 나에게 건의를 하는 것이다. 학교 운영위 회의 때 가서 이야기 하라고.  다른 학운위 위원이 졸업 여행 답사 다녀와서 숙박업소 싸고 괜찮은 곳에 정했다는 사실을 전해 줄 때, 앨범 소위에서 신경을 써서 질좋은 앨범을 싸게 제작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줄 때는 전혀 반응이 없더니만...

그때부터 머리가 아프더니만 오후 4시 반에 시작된 축제는 밤 9시 반에 끝이나 몸까지 파김치를 만들었다. 전교생이 무대에 선다는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12개 반이 나와서 합창을 하고 쾌 많은 팀이 장기 자랑을 했는데,  중간고사 끝나고 연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았는지 어슬픈 반이 많았다. 공연은 3부까지 이어졌는데 학생들은 2부 끝나고 학교에서 준비한 빵과 우유로 저녁을 때웠는데 아무 준비없이 온 학부모들은 공연이 끝날 때까지 배를 골았다. 그래도 아이들은 어수선하면서도 그런대로 재미있어했다. 학운위 위원이라 교장 선생님과 나란히 앉아있어야하는데  내키지 않아 뒷자리에 앉아있다가 중간 휴식 시간에 가서 인사를 드렸다. 그런데 교장 선생님 얼굴이 영 편치 않아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공연이 끝날 때

"옛 말에 모자란 자식이 더 사랑스럽다는 말이 있는데 오늘 그 말을 실감한다..."면서 마지막 인사를 하셨다.

아이들을 위한 ( 아이들이 마음 껏 즐길 수 있는, 행복해 질 수 있는) 축제라는 본래의 목적보다 어른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 더 우선시 되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교장 선생님께서 많이 불편하셨는지도 모른다. 두마리 토끼 다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어정쩡한 분위기 였다.

집에 와서 10시쯤 늦은 저녁을 먹는데 나도 전학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모와 교사가 서로 신뢰하지 못하는 학교, 내가 학교 다닐 때 보다 더 낮은 수준(?)의 학교 문화(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이 주범이겠지요. 작은 애 학교 탓만이라고는 할 수 없지요.)에 많이 실망했기 때문이다. 학운위 위원이 되어 학교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될 수록 느는 것은 실망감이다. 요즘은  이런 생각도 든다. "왜 내가 학교 일에 뛰어들었는지? 그냥 무관심하게 가만히 있었으면 모든 것을 그런대로 좋게 볼 수 있었을 텐데..."

 

* TV에서 우연히 봤을 때 보기 드물게 실천하는 지식인이라 놀라워했는데 알고 보면 나의 지인들과 잘 아는 사이였다. 언제 한 번 뵙고 싶었는데 강의를 통해 만났다. 2시간 동안  이 책의 내용을 정리하는 압축된 강의를 했다. 칠판 빡빡하게 판서하는 것도 잊지 않고서... 열정적인 선생님의 모습 그대로 였다. 이장일로 아직도 많이 힘드실텐데 피곤한 기색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힘차고 밝은 기운이 느껴져서 기분이 좋았다. 표정은 부드러운데 눈빛은 매우 날카로웠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수직적 사다리 위계질서를 지향하는 패러다임을 원탁적 수평적 패러다임으로 바꾸어야만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말이 관념적으로 들릴 수도 있지만 깊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생각과 시각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으면 세상은 행복한 곳이 될 수 없다. 2006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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