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기대는 어쩌면 나 자신의 욕심일수도 있다는 것을 나이가 들수록 실감한다. 상대에 대한 배려, 인정하기 보다는 내가 만든  틀 속에서 상대를 규정하고 그의 바른 모습이라는 허울 속에, 그것이 그의 모습이라는 정의하에 그 사람의 미래를 내방식대로 꿈을 꾼다. 그 사람에 대해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기보다, 그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남에게 차마 나타내지 못할 속 사정이 있음에도 내가 아는 범위안에서 해석해버리는 어리석음을 저지른다. 다른 사람보다 더 신뢰하고 좋아했던 사람이라면 그 정도가 더 심하다.

이제는 내 방식이 아닌, 내 기대에 어긋나더라도, 천천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그동안 어떤 사람에 대해 나 혼자 해석하고 크게 실망했었다. 실망하고 연민하고 기대하고 포기하고 또 기대하면서 내 마음 속에서 그 사람을 내려 놓았다. 그렇게 몇년이 흐르면서 그 사람을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한 나 자신을 발견했다. 비로소 그를 바라보는 내눈길은 편안해졌다. 이제는 실망이 아니라 오랫동안 같이 일을 한 사람으로서 은은한 정이 생긴 것이다. 내 인생에 잊지 못할 좋은 사람하나 더 늘어난 것이다. 만남을 기쁘게 여겨야겠다.2006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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