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너무 즐거웠다.  휴가 때의 들뜬 기분이 계속 연장 되었다. 남들은 가을 타기 시작했다는데 내가 보는 올 가을은 예쁘기만 했다. 다른 느낌이 들지 않는거다. 나이를 먹어서 이제 감정이 무뎌진 줄 알았다. 그런데도 기분은 별로 나쁘지는 않았다. 작년내내 그리고 올 봄까지 감정의 공황상태에 빠져 몹시 힘들었기 때문에 이제는 감정에 초연해 졌나보다 그렇게 짐작하면서 그 평온함을 은근히 즐겼다.

아침 부터 글을 쓰는 지금까지 매우 바쁜 하루였다. 작은애 학교 가서 급식 검수하고, 근처 도서관 잠깐 들러 책 빌리고, 이사장 강의가 있는 조금 먼 도서관에가서 그 강의를 들었다. 그리고 같이 점심먹고, ***어린이도서관에 가서 또 얘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보니 오늘 하루 도서관 3군데를 다닌 셈이다. 아이올 시간 쯤에 집에 돌아와서 아이를 맞아주고 간식 챙겨주고 나서 수영을 갔다.

다리 부종 때문에 여름 부터 다시 수영을 다니고 있다. 강습은 받지 않고 혼자가서 매번 똑같은 패턴으로 수영을 한다. 워밍업 300M, 접배평자 발차기 600M, 패틀끼고 자유형 500M, 다운으로 평형 100M, 누워서 평형 100M. 보통 1600에서 1700M쯤 돌다가 온다. 하지만 오늘은 오리발신고 1500M, 오리발 벗고 500M, 합해서 2000M를 돌았다. 50분 정도 걸린 것 같은데 시간을 점검하지 않아서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다. 쉬지않고 계속 물속을 헤매고 다닌다고 보면된다. 그렇게 큰 힘들이지 않고 적당히 물을 헤치고 물결을 타다 보면 어느새 온몸을 쓰다듬는 물의 감촉과 운율에 몸은 다시 생기가 돈다. 샤워를 하고 밖으로 나오면 그때부터 엔돌핀이 분출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수영을 갔다와서 작은애 데리고 병원과 미용실에도 들렀다. 그런 다음 조금 늦은 저녁을 먹었다. 다행히 어머님께서 뭐라 하시지 않으셨다. 사실 수영을 갔다 온 것은 시간상 무리였는데 강행을 한 것이다. 뭔가 모르게 기분이 이상했다. 그동안 너무 쾌청했던 내 감정에 구름의 낌새를 느낀 것이다. 그래서 수영을 꼭 가야했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먹으면서, 먹은 후에 곰곰히 생각해 봤다. 원인이 뭘까? 생각끝에 2가지 이유를 찾아냈다. 하나는 이사장과 회원들의 대화 중에 우리 지역모임의 중견 회원들이 많이 떨어져 나간 것은 조직 개편의 후유증 이라는 말이 나왔다. 조직 개편을 주도한 사람으로서 옛날(조직 개편 전)이 잊혀 질 때까지 당사자인 나는 비난을 감수해야 하지만 내 마음 속에는 짐으로 남아있다. 또하나는 나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관심을 갖게 되면 왕성한 호기심과 탐구심에 겉모습과 다르게 나는 대단히 적극적이 된다. 외적 동기보다 철저하게 내적 동기에의해 움직이는 사람이 나다. 사실 그 사람이 더 넓은 세상을 나에게 보여 줬는데 나는 그 사람 예상을 뛰어넘어 그를 부담스럽게 만든 것 같았다.

나에게도 가을이 시작되었다.

몹시 우울 했다.

지금은 조금 우울하다. 글을 쓰니 마음이 많이 가라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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