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은희경의 작품과 만났다. 대화와 서술을 구별하지 않고 줄줄이 이어쓴 문체가 처음에는 낯설었는데 중반쯤 읽으니 적응이 되었다. 그렇지만 매끄럽지 않아 읽을 때 좀 불편했다. 작가는 개성이 강하면서도 살아있는 듯한 주인공들을-정우(아버지), 영준(큰아들), 작은아들(영우)-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소설을 덮고 난 뒤에도 그 모습들이 또렷이 떠오른다. 특히 냉소적이며 사람들과 소통하는 통속적인 방식을 거부하면서 살아가는 영준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한집안의 성쇠가 처음에는 역사와 맞물려 가는 것 같았는데 결국에는 금지된 사랑이 증오를 낳아 더 큰 역할을 한다. 겉으로 보이는 진실뒤에 겹겹이 쌓인 채로 묻혀있는 '비밀과 거짓말'이 그 진실을 낳은 것이다. 은희경의 작품을 읽어야 할 것 같다.2006 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