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구 시합을 하다가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면 서로 코트를 바꾸는 것처럼, 가난한 동네에 사는 사람
   들과 부자 동네에 사는 사람들도 서로 처지를 바꾸는 때가 있을까? 그렇다면 그 호루라기는 언제쯤
   누가 불어 주는 것일까?

- 적어도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코트를 바꾸려고 기를 쓰고 노력하지만, 부자들은
   절대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

- 가난한 사람들의 이러한 욕구를 네자로 '신분상승'이라고 보자.

- 어떤 사람이 신분상승하는가?

- 70년대부터 90년대까지만 해도 신분상승 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확실한 길은 공부 잘하는 것이
    었다. 공부 잘해 일류대학 나와서 좋은 직장 갖는것...

- 그러고 보면 우리집도 신분상승한 집안이네 그려.우리 부모님, 가진 것 없이 셋방살이부터 시작
   하셨다지. 딸린 애들이 다섯이라 셋방 얻기도 힘드셔서 부엌도 없는 단칸방,대문 바로 앞 수돗가
   서 밥지어 먹고 사셨다고.... 울아부지 가진 기술이란 나무켜는 기술, 하여 제재소서 평생 일하셨
   고 엄닌 시장서 채소장사하시며 자식 다섯을 길렀는데....
      첫째는 공부를 그럭 저럭하여 울산대학교를 졸업하여 은행에 취직해서 같은 은행원과 결혼했고
      둘째는 여상을 나왔지만 다시 대학을 가서 지금은 선생님이고
      셋째는 공고를 나와 전문대를 졸업해서 현대중공업서 배만드는 일을 하고 (엄마는 현대중공업
      에 다니는 사람들을 그렇게 부러워했다. 왜냐면 아이들 등록금이 나오니까)
      넷째는 대학을 나와 중등임용에 한번 미끄러졌지만 어찌 어찌하여 지금은 초등교사이고
      다섯째는 대학도 못갈것 같이 똥멍청이던 놈이(울 아빠는 항상 나보고 그렇게 불렀다) 신통
      하게도 교대를 졸업해서 선생질을 하네.  
  이 모두 교육 받은 덕 아닌가.

- 하여 나는 지금도 내 교실 안에서 사회의 불평등한 신분구조가 재생산되는 것을 막기위해 여러모
   로 애를 쓴다.  영어 수업은 영어학원을 다녀본 적도 없고 에이,비, 씨, 디도 모르는 아이에 맞춰
   서 하고, 그 아이들이 목표에 도달할때까지 끈질지게 물고 늘어지며, 발표는 되도록 회장이나 부회
   장 같은 임원보다 학교에 잘 찾아 오지 않는 엄마의 아이들을 시키며, 아무리 몸이 피곤해도 수학
   부진아는 남겨서 꼭 공부시킨다.

- 그렇다고 목표가 가난한 아이들을 꼭 신분상승시켜야겠다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이 아이들이
   신동엽의 산문시에서처럼 '탄광 퇴근하는 광부들의 작업복 뒷주머니마다엔 기름묻은 책 하이데거,
   럿셀 헤밍웨이,장자(莊子)'가 되었으면 한다. 적어도 이 삶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

-<누가 호루라기를 불어줄까>/이창락/창비 를 읽고, 퍼옴

* 7여년 쯤 눈이 많이 오고 몹시 추운 겨울 날 충청도 어느 산속에서 겨울 연수가 있었다. 그 때 키가 크고 말하는 문장이 짧으면서 힘있고 시원시원한 그를 처음 만났다. 같이 밤을 새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이들과 마음의 높이가 차이나지 않아서 그 반 애들은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 교직에 나와서 일년은 아이들을 잘 가르칠 자신이 없어 학교를 그만두고 한동안 공장에 다니다가 다시 임용고시를 쳐서 교사가 되었다는 특별한 이력은 그의 교직에 대한 생각의 깊이를 말해주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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