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이어지는 또하나의 총회, 관심을 가져야하는데 벌써 지루하다. 새로 선출된 이사들은 그대로다. 뭐가 새롭다는 걸까? 선구자(?)들에게는 지독한 예우를 갖추어야만 하고, 새로운 인물이 들어오는 것은 심하게 경계한다. 이사로 추천한 사람이 결국 감사가 되었다.  

회의 내내 문자가 온다. 답장 보내고 가방에 집어넣고 나서 잠깐 졸다가 듣다가 다시 꺼내면 서너개 문자가 와 있다. 온전히 한곳에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다. 고민이 생겨서 혼자 있고 싶어 집에 오겠다는 아이와 거기서 해결하라고 서로 실랑이를 벌인다. 아이가 고집을 꺽는다. 학교에 있겠단다. "그래 곧 평화가 올거야"라는 문자로 종료했다. 근데 찜찜한 내 마음, 잠잘 때 까지 계속 걸린다. 

저녁 약속 장소로 가기 전에 쇼핑을 했다. 거기 가면 꼭 와인 시음을 한다. 먹어보고 괜찮으면 사기도 하고. 시음잔으로 세잔을 마셨다. 달콤하고 연한 낮은 도수, 드라이하면서 깔끔한 독일 와인, 씨큼 씁씁한 싸구려 와인을 맛보고 과감하게 독일 와인 세병을 사버렸다. 근데 술이 좀 취한 느낌이 든다. 그래도 무사히 운전하고 약속 장소로 달려갔다. 와인 마시는 날은 조금 행복하다.  

감흥이 넘치고 모두가 즐거워 하는 자리다. 긴여정을 착실하게 애정을 가지고 이어나간 사람들이 대견스럽다. 그간에 조성된 막역한 관계가 놀랍다. 지난달 어느 마을 모임 하는 날, 만두 빚으면서 두런 두런 얘기를 나누고 있으면서 집 주인이 연이어 쪄주는 만두를 맛나게 주워 먹었던 장면이 생각난다.  그날은 흐믓하게 젖어들어갔는데 웬지 멀리서 놀러온 친척처럼 온전히 섞이지 못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혹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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