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우리 여행 가자 - 아들, 엄마와 함께 길을 나서다
박상준 지음 / 앨리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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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봤을 땐 언제가 읽은 적이 있는 모녀지간母女之間의 여행인 줄 알았다.

그런데 웬걸 어지간히 무뚝뚝하기 그지없는 아들과 엄마의 여행이라니....

게다가 ‘운동 중독’에 가까운 엄마와 ‘양말이 코에 걸리기 전에는 절대 일어날 생각(39p)’을 않으며 매일의 운동은 노동의 다른 이름이라 생각하는 아들과의 여행이라니.

잘 그려지지 않는 그림이지만, 참 묘한 조화이다 싶은데, 읽을수록 은근 끌린다.

 

어느 날 엄마의 울음을 보고 “집에 가기 싫다”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아 시작된 여행이다.

소소하게는 엄마의 산책코스를 툴툴 거리며 따라나서는 것으로 시작해 어릴 적 살던 지역 주변부터 다닌다.

단문단답의 무뚝뚝하니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대화에서 모양만 딸이지, 이 필자만큼이나 무뚝뚝한 나와 엄마의 대화를 떠올리게 한다.

 

기실 우리네 삶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다고 했던가?

이야기 속에 묻어나오는 짧은 삶의 단편들이 엄마의 삶을 이야기해주는데, 또 하나의 소설 같은 넌픽션이다.

 

 

여행 코스도 부모님이 살고 있는 주변부가 거의 대부분이다.

영주하면 부석사 밖에 생각나지 않는데, 심지어 장롱면허 때문에 ‘김여사’ 엄마가 운전하는 차량으로 母子간 다니면서 보여주는 소소한 맛이 좋다. 거의 고향집에서 반나절 내지는 당일 코스에 가까운 영주에서부터 풍기, 단양 제천, 조금 멀리는 울진까지...

마지막 장에서 큰 맘 먹고 나서는 제주 여행까지 나온다.

제주 여행에서 ‘나는 엄마를 알지 못한다’에서 만난 섭지 코지의 안도 다다오 건축물, 글라스하우스와 지니어스 로사이를 대하며 엄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부분을 읽으면서 나와 엄마(이책을 읽으며 쓰니 어머니보다는 엄마라 해야할 것 같아..^^)와의 여행이 다시 한 번 생각났다.

 

여고 동창생이나 동네 친구분들과 아주 가끔씩 다니시던 여행도 연령이 많이 되고 나면서, 거의못하시게 되고 나 섭섭해 하시던 엄마였다. 어찌하다보니 직장 생활 때문에 엄마의 고향에서 거의 이십여 년을 살다가 떠나올 때 즈음 '내가 살던 주변부라도 오시면 다녀볼까?' 하고 나름 관광명소라고 나와 있던 곳들을 마음이 바쁘게 다닌 적이 있었다.

 

결혼을 하고 사십 여 년을 고향을 떠나 사시던 엄마에게는 고향 근교의 곳곳이 모두 새삼스러웠던 모양이다. 참...오래도 엄마의 고향에 지내면서도 왜 그런 생각을 못했을까? 좀더 다닐 수 있었으면 하고 생각이 들었었다.

글쓴이 만큼이나 살갑지 않은 딸과 함께 다니던 모습들이 오버랩되면서 특별하게 읽히어지던 여행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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