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을 치유하는 유일한 힘은 슬픔이다. 지긋지긋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진실이다. 슬픔끼리 끌어안기, 슬픔으로 슬픔 쓰다듬기. 마찰은 마찰이니, 따뜻해진다., 조금은 따뜻해진다. 시간의 한 점 중 -11쪽
떠 있는 것들은 아마 떠나고 싶어할 것이다.
떠나서 떠돌고 있는 것들은 그냥 그 자리에 떠 있기만 해도 좋을 것이다 후회할 것이다. 떠 있는 것들, 떠나는 것들 중-25쪽
생
겨울이거나 봄이거나 둘 중의 하나님 또는 동시에 겨울이기도 하고 봄이기도 한, 그런 시간이 있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사랑이거나 무심이거나 둘 중의 하나인, 또는 동시에 사랑이며 무심이기도 한 그런 마음이 있을 것이다.
누가 시간을 알 것이며 누가 마음을 알겠는가. 시간이 흐른 뒤에야 마음이 떠난 뒤에야
아, 봄이었구나. 아, 사랑이었구나.
탄식할 수 있을 뿐.
그리하여 철철 피 흘리면서도 생은 계속되는 것이니.-28쪽
깊고 충만한 슬픔
세상엔 얕은 슬픔도 있는가. 결국 모든 슬픔은 깊은 슬픔이다.
뭍 속에 뿌리내린 나무처럼 어떤 생은 슬픔에 뿌리내린다.
살아남으려면 살아서 그 슬픔에 제 얼굴 비춰보려면 아주 깊이 뿌리내려야 한다.
깊고 충만한 슬픔으로 살아남은 생 하나.-3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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