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발명과 에디슨 옥스퍼드 위대한 과학자 시리즈 6
진 아데어 지음, 장석봉 옮김 / 바다출판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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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어렸을 때 머리가 크고 털이 많아 고민이었다. 부모님은 내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털이 많아야 여자들이 좋아한다", "우리 땐 일부러 가슴털 나려고 발모제 발랐다" 등등의 말씀을 해주셨다. 하지만 아무리 어린 마음에도 저 말씀들은 전혀 신빙성이 없어보였고 위로가 되지 않았다. 반면 큰 머리에 대한 긍정의 말씀 - "머리가 커야 머리가 좋다" - 은 나름 효과가 있어,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속아 지냈다. 그 이유는 大頭英才論에 대한 그럴듯한 근거가 뒷받침이 되었기 때문이고, 그 대표적인 근거가 바로 '에디슨'이었다.
내 최초의 장래희망은 '과학자'였던 것 같다. 유치원 당시에 그랬다. 하지만 7살 때쯤 에디슨 전기를 읽은 후, 난 꿈을 발명가로 바꾸었다. 그만큼 나는 에디슨을 좋아했고, 에디슨은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어느덧 대두소년이 어른이 되는 동안, 에디슨은 기억 한 켠으로 물러나 있었다. 그래도 내가 에디슨을 완전히 잊은 것은 아니었다. 과거 어린 나에게 꿈과 희망(!)을 주었던 에디슨!! 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었는데, 시중에 나와 있는 에디슨 전기의 대부분이 어린이용이었다. 검색에 검색을 거듭한 끝에 찾은 책이 바로 이 책 - 그나마 청소년용 - 이다.

에디슨의 부친은 솜씨 좋은 목수였다고 한다. 타고 난 손재주는 유전이었던 듯 하다. 에디슨은 7남매 중 막내였는데, 과연 태어났을 때부터 의사가 '뇌척수막염'을 의심했을 정도로 엄청난 대두였다. 또 그는 매우 심한 장난꾸러기였는데, 여섯 살 때 헛간에 불을 지른 적도 있다고 한다. 이유는 단지 무슨 일이 일어날 지 궁금해서였다고 하니, 부모님이 자주 매를 든 게 이해가 간다. 에디슨의 이 버릇은 어른이 되어도 고쳐지지가 않아서, 그가 전기충격 같은 장난질을 하도 많이 해서 직장동료들도 그를 피했다고 한다.
책에서 본 새로운 사실 중 하나는, 에디슨에게 청각장애가 생긴 원인이 차장에게 귀뺨 맞았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에디슨은 이 추측을 부정했다. ...어느 날, 플랫폼에서 신문을 팔고 있을 때였다. 열차가 떠나자 에디슨은 기차를 따라 달려갔고, 그를 발견한 차장 스티븐슨이 그의 귀를 잡고서 들어올렸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를 이렇게 회상한다.
"귀가 찢어지는 느낌을 받았고, 그때 이후로 소리가 잘 들리지 않기 시작했지요."
그러나 오히려 어릴 때부터 오랫 동안 앓아 온 성홍열이 진짜 원인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또한 에디슨이 디트로이트의 도서관에서 모든 책을 다 읽었다는 일화가 허구였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내가 어렸을 때 위인전의 그 부분을 읽으며 대단히 감탄을 했고, 에디슨을 더욱 존경하게 되었었는데, 이제 와 속았다는 기분이 들었다.

「1905년에 그는 친구에게 "도서관의 모든 책을 읽고 싶어 했지만 아주 무미건조한 책 10여 권을 힘들게 읽고 난 후 포기해 버렸지"라고 고백했다.
이 책 중에는 근대 과학의 초석을 놓은 아이작 뉴턴의 『자연 철학의 수학적 원리』도 있었다. 수학을 싫어한 에디슨이 그 책에서 얻은 것이라고는 '결코 회복되지 못할 수학에 대한 환멸' 뿐이었다.」

에디슨은 장가를 두 번 갔는데, 두 번 다 연애할 때는 미친듯이 쫓아다니다가 결혼 후에는 냉담하게 굴었다. 아니, 냉담하다기 보단 겨를이 없었던 건지도 모른다. 에디슨은 여자보다 일을 더 사랑했다. 첫째 부인도 이혼한 건 아니고 사별한 거였다. 그런데 그 부인은 에디슨의 관심을 못받아서 스트레스 풀려고 과식을 해서 비만해 졌는데, 아무래도 그에 따른 합병증으로 죽은 것 같다. 그런 걸 보면 에디슨이 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이 수신제가를 해야 하는데 에디슨은 제가를 그냥 뛰어넘었다.

책은 일반적인 어린이용 위인전에 실리는 내용에 조금 더 살을 붙이고, 정치 경제적인 내용들을 추가한 형태였다. 그리고 책 중간중간 에디슨의 발명품과 관련해 그 원리와 비하인드 스토리 등을 따로 실어 놓고 있는데, 상당히 보기 좋았다. '에디슨은 필라멘트로 탄소를 사용했지만 현재의 전구는 텅스텐을 쓴다'든지 하는 이야기들로, 청소년들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내용들이었다.
그밖에 어린이용에는 실을 수 없는 내용들 - 에디슨의 부정적인 모습에 대한 내용들도 꽤 많이 있었다. 에디슨은 경쟁사의 시스템을 깎아내리기 위해 동료와 함께 개, 고양이, 소, 말 등을 전기충격으로 죽이는 실험을 하기도 했으며, 경영자로서 사용인에 대한 의리도 별로 없었고 임금도 박하게 주었다고 한다. 이런 얘기들이 어린이 위인전에 실린다면 바로 컴플레인 들어올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남은 걸로는 에디슨의 부정적인 모습들에 대해 알게 된 것이 가장 컸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충격 때문에 머리에 좀 더 남았을 뿐이고, 기실 내 기억 속 영웅적인 에디슨의 모습을 지워 버릴 정도의 하자들은 아니었다. 에디슨 덕분에 20세기가 더 풍족해졌고, 각종 전기조명 및 음반산업이 번성할 수 있었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현재 트랜스포머3를 볼 수 있는 것도 에디슨 덕분이다. 또한 GE社가 에디슨 작품이나 다름 없다는 사실 역시 주지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모든 업적을 뛰어 넘어서, 나는 에디슨의 다음과 같은 삶의 태도가 너무나도 존경스럽다.

「엄청난 불길이 자신의 공장 건물들을 삼키는 것을 지켜보며, 그는 아들 찰스에게 말했다.
"어머니 어디 계시니? 어머니를 여기로 모셔 와라. 어머니 친구분들도. 이런 화재 장면은 절대로 다시는 구경하지 못하실 테니."
며칠 후 그는 건물을 다시 세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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