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범우문고 71
A.까뮈 지음 / 범우사 / 198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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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저기 서평 같은 것을 보면 이 책의 주인공인 뫼르소에 대해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된 캐릭터라는 점을 많이들 이야기하는 것 같던데, 나에게는 그 점보다는 주인공이 - 모든 일에 - 권태를 심하게 느꼈다는 점이 더 중요하게 생각되었다. 뫼르소의 행동거지 하나하나에는 논리적 일관성은 없을지라도 그 행동거지를 창출해내는 기본적인 감정 - 권태감 - 이 '일관'적으로 뫼르소에게 내재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가 어머니를 양로원에 보낸 것, 어머니 장례식에서의 태도, 친구들과의 사귐, 심지어는 살인행위까지도 전부가 권태 - 무기력까지 포함 - 로부터 비롯된 것이 분명해 보인다. 뫼르소가 마리와 사귀면서도, 청혼을 받아들이면서도 끝까지 마리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사랑을 하게 되거나 사랑을 인정하게 되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모든 변화에 대처하기가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 상사의 - 파리로 보내주겠다는 제의도 귀찮아서 거절한다. 나중에는 자기자신에 대한 변호조차 귀찮고 따분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그는 가끔 논리적 일관성이 결여되게시리 적극적인 사람이 될 뻔도 하지만 내재하고 있는 권태가 너무 강해서 그 충동(?)을 눌러 버리곤 한다.

「그래서 그러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나는 이따금 끼여들고 싶어지는 것이었다. 그럴 때마다 변호사가 "잠자코 있어요. 그것이 당신 사건에 유리해요" 하고 내게 말하곤 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제쳐놓고 이 사건을 다루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모든 것은 내 개입이 없이 전개되었다. 내 운명은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결정되어 갔다. 때때로 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로막고 이렇게 말하고 싶었다. '아니 도대체 누가 피고입니까? 피고라는 것은 중요한 겁니다. 나도 할 말이 있단 말입니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면 아무 할 말도 없었다.」 

 "내 운명은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채 결정되어 갔다"는 말이 이 소설의 키워드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것을 능가하는 것은, 거기에 반발하여 무언가를 하려던 주인공이 그것을 하려는 일을 포기한다는 사실이다. 그것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나서 말이다. 

 내가 보기에도 뫼르소라는 인간은 정말 구역질 나는 놈이었다. 그래도 그는 일단 사람이고, 감정이 대단히 건조하지만 정신병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경우 그나마 동정의 여지가 있는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런 사람을 무고해서 죽이는 검사는 또 다른 무언가를 상징하는 듯 했다.
 마리의 뫼르소에 대한 맹목적인 사랑도 조금 이상하게 여겨졌다. 뫼르소는 그녀의 면전에서 사랑하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이야기 해놓고도 그녀와 아주 여러 번 섹스를 하고 결혼을 응낙하는 등 파렴치한 행태를 보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는 뫼르소를 사랑한다. 이는 뫼르소가 살인을 저지른 후에도 지속된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뜻하는 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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