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유고집
신용하 / 역민사 / 1995년 7월
평점 :
품절


알라딘 기록을 보니 고삼 때 사놨던 책이다. 안중근 의사 관련 서적은 고등학교 때 한 번, 군 전역 후 한 번, 방금 전까지 한 번, 총 세 번에 걸쳐 세 종류를 읽었다.

그 세 권에는 하나같이 안중근 의사 공판기록과 '안응칠역사' 전문 또는 인용문이 실려있었다. 그래서 마치 같은 책을 여러 번 보는 듯한 기분도 드는데, 그럼에도 매번 비분강개하고 의기가 치솟는다.

이 책은 일체의 해석 따위를 배제한 순수 기록물이다. 엮은이는 서문에서 안의사 순국 85년만에야 유고집을 펴내게 된 사실을 자못 안타까워하고 있다. 누군가는 반드시 했어야 할 작업을 해준 엮은이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전술했듯 워낙 익숙한 이야기들이라 크게 새롭지는 않았다. 하지만 안중근 의사가 동학 농민군을 토벌했다는 사실은기억 못하고 있었는데 새삼 놀랐다.

안의사는 글빨도 좋고 말빨은 넘사벽이다. 재판정을 들었다놨다하는 언변에 판사는 "지금까지 있었던 피고의 진술은 공공질서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되므로 더이상의 공개를 정지한다. 방청인은 모두 퇴정하시오"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왜놈은 결국 안의사에게 사법살인을 자행한다.

안중근 의사는 항소를 하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해서 안의사 모친이 썼다는 의문의 편지가 향간에 돌고 있다. 그 글월인즉 아들 응칠을 준엄하게 꾸짖으며 항소하지 말고 그냥 죽으라는 내용인데, 심지어는 이를 인용해 역시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는 식으로 기사까지 쓴 작자도 본 적이 있다. 이는 명백한 가짜뉴스이며 저 편지는 99프로 위작이다. 안중근 의사는 그 누구의 권유도 아닌 오로지 자의로 항소를 포기하고 순국하셨다.

최근에 알게 된 사실인데 안의사가 살인을 했다는 이유로 2000년대가 넘어서도 천주교측에서 좋지 않은 취급을 받았다고 하더라. 마침내 2010년대에 이르러서야 복권되고 아울러 순교자급으로 격상된 걸로 안다. 안중근 의사는 죽기 전 어머니와 아내에게 장남을 신부로 키워달라고 편지까지 쓴 사람이다. 이제라도 그의 독실한 신앙심이 인정받아 천만다행이다.

책 보다가 두 번 울컥했다. '안응칠 역사'의 말미,

「이상이 안중근의 32년간 역사의 줄거리이다.」

그리고 유언.

「내가 죽은 뒤에 나의 뼈를 하얼빈 공원 곁에 묻어 두었다가, 우리 국권이 회복되거든 고국으로 반장해 다오.

나는 천국에 가서도 또한 마땅히 우리나라의 회복을 위해 힘쓸 것이다.

너희들은 돌아가서 동포들에게 각각 모두 나라의 책임을 지고 국민된 의무를 다하여, 마음을 같이 하고 힘을 합하여 공로를 세우고 업을 이루도록 일러다오.

대한 독립의 소리가 천국에 들려오면, 나는 마땅히 춤추며 만세를 부를 것이다.」

아직도 여순감옥터 어딘가에 남아있을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 한 치 조각이라도 찾을 수 있기를 못난 후손 중 한 명으로서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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