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군 전쟁 : 성전 탈환의 시나리오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88
조르주 타트 지음 / 시공사 / 1998년 12월
평점 :
품절


읽어보니 본문은 아주 별로였다. 뒤에 '기록과 증언' 부분을 보면 아주 별로까진 아니던데 그렇다면 역자보단 원작자가 문제였던 거 같다. 본문에는 배경 설명도 거의 없이 굉장히 빠른 호흡으로 십자군 전쟁의 전황이 서술되어 있었다. 불친절하기 짝이 없어 나중엔 속독을 하게 됐다.

어쨌든 개괄적으로 십자군 전쟁의 실태에 대해 살펴보고 나니 한마디로 광기 어린 침략전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랍인들은 야만인이라 생각했던 프랑크족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했고 지중해 연안과 예루살렘을 점령 당한다. 나는 그러고 나서 이슬람 세력이 곧바로 그 땅을 수복한 줄 알았는데, 거의 200년간 끈질긴 프랑크 식민지들이 여기저기 존속하고 있었더라.

시작부터가 교황이 기사들에게 면죄부 남발하면서 사지로 몰아세운 전쟁이었으며 거기엔 피에르라는 선동꾼이자 사기꾼도 한몫했다고 한다. 예루살렘 처음 정복했을 때 이 야만인들은 무고한 회교도와 유대교도들을 - 일설에 따르면 30만 명 이상 - '예수를 기쁘게 하기 위해' 학살하고는 주변 이교도들이 발도 못들이게 했다고 한다. 예루살렘에 종교 불문 아무나 들어갈 수 있게 된 건 위대한 술탄 살라딘이 수복한 이후부터라고 한다. 이런 천하의 배타적이고 잔인한 인간들이 주 예수의 종들이란 말인가. 이런 작자들이야말로 중세판 IS나 마찬가지다. 특히 아래 기록을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다.

「그들은 적들을 분산시켜 궤주시켰으며 해가 질 때까지 그들을 죽였다. 이는 기독교도들에게는 엄청난 기쁨이었으며, 낙원의 사마리아와도 같이 그곳에는 많은 재물이 있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예언의 찬송가에 열중했다.

"나 주 예수 그를 찬양하네, 그가 나를 책임지기에, 그가 나를 위해 내 적에게 기쁨을 주지 않기에."」

예수는 저런 적 없다. 빠가 까를 만든다.

한편 살라딘의 대인배적인 면모들이 꽤 인상 깊었다. 그의 부관이 쓴 글을 보면, 그는 백성들이 무례하게 굴거나 부하의 실수로 본인이 다치거나 해도 권위를 내세우지 않고 인의로 그들을 대했다고 한다.

반면 살라딘을 꽤 괴롭힌 걸로 알고 있는 '사자심왕' 리처드에 대해서는 자세한 내용이 나와 있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리처드는 가히 서양의 항우라 불릴 만한 인물인데, 그가 선보인 초인적이고 절륜한 무공은 적국의 기록에도 명백하게 나와 있을 정도라고 하더라. 그걸 좀 보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십자군 입장에선 장거리 원정으로 인해 수송 및 보급이 원활하지 못했을 텐데도 상당한 전과를 올린 점은 대단하긴 하다. 그렇게 십자군과 아랍인들이 200년간 소꿉장난하는 와중에 흑사병(몽골)이 등장했으니, 그즈음해서 십자군 전쟁은 막을 내리게 된다.

여담이지만 프랑크족의 끔찍한 의술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한 아랍인 의사가 다리에 종기가 난 기사와 두통 있는 그의 와이프에게 왕진을 갔는데, 고약 발라주고 두통 가라앉히는 음식 처방해주는 와중에 프랑크족 의사가 오더니 뭐하는 짓이냐며 된통 혼내고 쫓아보내더란다. 그래 어떻게 치료하는고 하고 봤더니, 기사는 다리를 도끼로 잘라 쇼크사했고, 기사 부인은 구마한답시고 머리에 십자가 모양 흉터를 낸 후 소금을 문대서 역시 쇼크사했다고 한다. 부부가 한날한시에 죽었으니 축복이라고 봐야할까? 저 시대에 프랑크족으로 태어나지 않아 천만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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