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코르 : 장엄한 성벽도시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46
브뤼노 다강 지음 / 시공사 / 1997년 6월
평점 :
품절


기실 앙코르는 숨겨져 있거나 알려지지 않은 유적이 아니었다고 한다. 근현대 들어서도 태국인, 캄보디아인들이 멀쩡하게 이용하던 종교시설 내지는 행사장이었으며, 타국 사람으로서는 주달관이라는 원나라 사람, 몇몇 유럽인 선교사들, 17세기 왜인 순례자 등등 앙코르를 방문하고 기록한 사람들은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하지만 글로 설명되지 않는 그 규모와 아름다움, 예술적 가치 등이 사람들에게 와닿지 않아 타국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뿐이다. 그 관심을 끄는 작업을 19세기 초중반에 몇몇 사람이 성공적으로 해냈고, 앙코르의 실체를 알게 된 유럽인들은 그 유적의 수준이 지나치게(?) 높아 어안이 벙벙해졌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해당 유적群이 19세기 들어서야 주목 받게 된 일이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적게나마 인류문화유산에 대한 보호 내지는 보존에 대한 개념이 자리잡히기 시작한 시절이었으니까. 게다가 워낙에 고급진 유적이다보니 유럽인들도 해당 유적을 상서롭게 여겨 함부로 다루지 않았다. 물론 유적을 복원하고 보존처리하는 과정에서 도난사고나 찐빠가 없지는 않았다. 몇 년 전에 봤던 다큐에서 나오길 앙코르 유적이 자연배수가 되도록 기가 막히게 설계를 해놓은 것인데 거기다 공구리 땜빵을 해놔서 삭아버리기도 했다고 하더라. 이건 나름 프랑스 놈들도 애쓰긴 한 거다. 예를 들어 미륵사지 석탑 같은 경우도 왜놈들이 노력한답시고 당시로선 최신 공법인 공구리를 쳐놨었으니 말이다.

시공디스커버리 시리즈를 볼 때마다 느끼는 건데 옛 문명이나 유적지에 관한 책들을 보면 해당 문명, 유적지의 역사나 현지의 문화를 소개하기보다는 유럽 놈들의 발견사나 고고학 발굴 일지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특히나 저자가 네덜란드인이긴 한데 캄보디아에 대한 프랑스의 식민통치에 대해 되려 미화하는 듯이 보였다. 물론 프랑스가 식민지배를 하지 않았다면 앙코르 유적이 지금도 폐허 같은 모습이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의 나라 유적을 마음대로 파헤치고 도적질해 갈 권리는 그 누구에게도 없다. 심지어 앙코르 복원 작업 와중에 현지인들이 수백 년에 걸쳐 유적에 덧대놓은 구조물 등을 '본래 모습이 아니'라는 이유로 죄다 철거했다고 한다. 현역으로 활동하는(?) 유적의 본 모습을 대관절 누가 정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결론은, 앙코르 유적에 대한 유럽인 입장에서의 발굴사를 잘 기술한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