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의 삶 : 축복받은 제국의 역사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58
존 셰이드 외 / 시공사 / 1997년 9월
평점 :
품절


 지구상의 고대문명 중에서도 지중해쪽 문명들은 특히 세련되어 보인다. 물론 내 기준이긴 하지만, 걔네들이 남긴 공예품이나 미술작품, 건축물 등을 보면 그 디테일과 규모면에서 웬만한 근현대 작품을 압살할 정도다. 르네상스운동이 괜히 태동한 게 아니란 얘기다. 그 지중해권 문명국가들 중 가장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나라가 로마다. 오래 존속하고 땅도 넓어 후세인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나라이기에 로마의 역사나 문화 등에 대한 정보는 비교적 접하기 쉬운 편이다. 그래도 활자화된, 로마인 일반의 삶에 대한 내용이 궁금해져 이 책을 샀다.

 

책은 로마의 역사, 문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워낙 로마에 관한 이야기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보니 딱히 새로운 내용은 많지 않았다. 개중 내 눈에 띈 내용들은 어찌 보면 좀 단편적인 이야기들이다.

 

「제정 초기부터...(중략)...신랑은 약혼녀에게 선물과 반지를 주었으며, 여자는 이 반지를 왼손 약지에 끼었다. 결혼식날은 먼저 제물을 바치는 의식을 치른 다음, 신랑신부가 결혼에 동의하는 선언문을 읽었다.」

 

2,000년 후 극동아시아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결혼풍습이 바로 로마에서 온 것이었다! 조금 다른 건 로마에서는 선언문 낭독 후 부부가 서로 악수를 했다고 한다.

 '라틴'이라는 단어가 로마의 식민지나 동맹국 사람들 일부에게 부여하던 시민권 이름이었다는 사실과, 로마가 유대교 및 기독교를 탄압했던 게 종교적인 이유는 아니었다는 것도 새로웠다. 하긴 로마는 식민지 원주민들의 기존 종교에 대해 비교적 관대한 국가였다.

 

책을 읽는 내내 온갖 프레스코화와 조각상, 거대한 건축물과 그런 건축물을 재현한 그림 등을 보고 있자니 경이롭기 짝이 없었다. 특히 콜로세움이야 말할 것도 없고 포룸이나 공중목욕탕, 심지어 일반시민용 아파트까지 보고 나니 '이게 2,000년 전 나라냐'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누차 말하지만 르네상스가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로마는 우리에게 어떤 유산을 남겼는가? 그들은 유럽의 교양어 중 하나인 라틴어를 우리에게 전해 주었고 수많은 로망어를 남겨주었다. 또 로마의 법률과 공화정 체제, 그리스 문화, 지중해 지역의 두 종교 - 유대교와 기독교 - 를 중세와 근대세계로 넘겨주었다. 이 모든 로마의 유산은 로마의 정복활동과 세계통일에 힘입어 가능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 유산들이 전해진 방식 또한 로마 문화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유럽인은 모두 로마의 시민이다. 그들 모두는 로마가 고대 세계로부터 전승하여 고르고 개선해서 후대로 넘겨준 다양한 문화유산의 수혜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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