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 범우문고 40
손무 지음 / 범우사 / 198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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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원 짜리 책이다. 초판이 86년도에 나온 책인데 내 건 초판 그대로 나온 00년도 5쇄 짜리다. 이걸 07년도에 샀던데 이제야 읽은 나도 참 죄인이다.

 

삼국지, 고대사 덕후로서 손자병법이라는 훌륭한 고전을 읽어보지 않은 것 또한 중죄이다. 그래서 봤는데, 꽤 훌륭한 책이긴 했는데 다음번엔 위무제 버전도 읽어보고 싶긴 하다.
보니까 병법의 기초부터 시작해서 실제로 들어가는 구조던데 전쟁과 살육에 대한 이야기다보니 확실히 고전 치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많았다. 물론 내 이목을 끄는 것은 그런 것들보단 문장이 아름답다거나 작금에도 유효하다거나 한 이야기들이다. 일단 인상 깊은 구절 몇 수 적어보겠다.

 

「손자가 말하기를 무릇 용병의 법은 나라를 온전케 하는 것이 으뜸이요 나라를 깨뜨리는 것은 그 다음이며, 군을 온전케 함이 으뜸이요 군을 깨뜨리는 것은 그 다음이며, 旅를 온전케 함이 으뜸이요 旅를 깨뜨리는 것은 그 다음이며, 卒을 온전케 함이 으뜸이요 卒을 깨뜨리는 것은 그 다음이며, 伍를 온전케 함이 으뜸이요 伍를 깨뜨리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러므로 백전 백승이 가장 좋은 것은 아니다. 가장 좋은 것은 싸우지 않고 적의 군대를 굴복시키는 것이다.
孫子曰 凡用兵之法 全國爲上 破國次之 全軍爲上 破軍次之 全旅爲上 破旅次之 全卒爲上 破卒次之 全伍爲上 破伍次之 是故百戰百勝 非善之善者也 不戰而屈人之兵 善之善者也」
-謨攻篇, 1章

 

「...그러므로 말하기를 저편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고 했다. 저편을 모르고 나를 알면 한 번은 이기고 한 번은 진다. 저편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적마다 반드시 위태롭다.
 ...故曰 知彼知己者 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 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 每戰必殆」
-謨攻篇, 5章

 

「...그러므로 승병은 먼저 이기고 나서 싸움을 구하며 패병은 먼저 싸우고 나서 승리를 구한다.
 ...是故勝兵先勝而後求戰 敗兵先戰而後求勝」
-形篇, 2章

 

「亂은 治에서 생기고 怯은 勇에서 생기며 弱은 强에서 생긴다...
亂生於治 怯生於勇 弱生於彊...」
-勢篇, 4章

 

「달려가지 않는 곳에서 나오고 뜻하지 않은 곳으로 달려간다...
出其所不趨 趨其所不意...」
-虛實篇, 2章

 

「무릇 군대의 태세는 물과 같다. 물의 형세는 높은 곳을 피해서 아래로 흐른다. 군대의 태세는 실을 피해 허를 친다. 물은 땅에 의해 흐름이 규정되고 군대는 적에 의해 승리가 규정된다. 그러므로 군대에는 일정 불변의 태세가 없고 물에는 일정한 형세가 없는 것이다. 능히 적의 태세에 따라서 변화시켜 승리를 거두는 것을 일러 용병의 신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오행에 상승이 없고 네 계절에 상위가 없다. 해에도 길고 짧음이 있고 달에도 기울고 차는 것이 있는 것이다.
夫兵形象水 水之形 避高而趨下 兵之形 避實而擊虛 水因地而制流 兵因敵而制勝 故兵無常勢 水無常形 能因敵變化而取勝者 謂之神 故五行無常勝 四時無常位 日有短長 月有死生」
-虛實篇, 7章

 

「길에도 지나가지 못할 곳이 있고, 적군이라도 치지 말아야 할 것이 있으며, 적의 성이라도 공격하지 말아야 할 곳이 있고, 땅도 다투지 말아야 할 곳이 있으며, 군주의 명령이라도 받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塗有所不由 軍有所不擊 城有所不攻 地有所不爭 君命有所不受」
-九變篇, 2章

 

「사졸들을 보기를 어린아이같이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함께 험하고 깊은 골짜기도 갈 수 있다. 사졸들을 보기를 사랑하는 자식같이 하여야 한다. 그러므로 더불어 죽을 수가 있는 것이다. 후대해도 부릴 수 없고 사랑해도 명령할 수 없으며 어지러워도 다스릴 수 없는 것은, 말하자면 방자한 자식처럼 쓸모가 없는 것이다.
視卒如嬰兒 故可與之赴深谿 視卒如愛子 故可與之俱死 厚而不能使 愛而不能令 亂而不能治 譬若驕子 不可用也」
-地形篇, 4章

 

「그러므로 불로써 공격을 돕는 것은 현명한 것이고, 물로써 공격을 돕는 것은 강한 것이다. 물은 끊을 수 있지만 불은 빼앗을 수 없다.
故以火佐攻者明 以水佐攻者强 水可以絶 不可以奪」
-火攻篇, 3章

 

「...이롭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고 소득이 없으면 쓰지 않으며 위태롭지 않으면 싸우지 않는다. 군주는 분노 때문에 군사를 일으켜서는 안 되며, 장수는 격분하여 전투를 해서는 안 된다. 이득에 합치되어야 움직이고 이득에 합치되지 않으면 그쳐야 한다. 분노는 다시 즐거움이 될 수 있고 격분은 다시 기쁨이 될 수가 있지만, 나라가 망하면 다시 존립할 수 없으며 죽은 자는 다시 살릴 수 없다. 그러므로 현명한 군주는 이를 삼가고 훌륭한 장수는 이를 경계한다. 이것이 나라를 안전하게 하고 군사를 보전하는 길이다.
 ...非利不動 非得不用 非危不戰 主不可以怒而興師 將不可以慍而致戰 合於利而動 不合於利而止 怒可以復喜 慍可以復悅 亡國不可以復存 死者不可以復生 故明君愼之 良將警之 此安國全軍之道也」
-火攻篇, 4章

 

전반적으로 유비무환의 컨셉이 기저에 깔려 있었으며, 경제성을 강조하는 책이었다. 중의적일 수도 있는데 손자는 전쟁이 나라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그 악영향을 그나마 줄이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 수없이 고민하다 이 책을 쓴 듯 하다. 그 외 용간편에는 反閒이라고 이중간첩 쓰는 법도 나와 있는 등 2,500년 전에 나온 책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수준이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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