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 세계의 기둥 시공 디스커버리 총서 14
로베르 들로르 지음 / 시공사 / 199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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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크거나 강한 생물에 매력을 느낀다. 코끼리는 크고 강하다. 특히 아프리카코끼리(Loxodonta africana)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때문에 예전부터 찜해놓고 있었던 책을 - 이번에 사 보게 되었다.

 

 책의 서두에 저자인 로베르 들로르는 문학박사이자 이학박사라고 밝혀져 있으나 파리8대학에서 중세의 역사를 가르치곤 하였다는 것을 보면 이학보다는 인문학 쪽에 더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따라서 이 책 역시 코끼리의 생태보다는 코끼리와 인간 사이의 관계와 그 관계로써 만들어진 역사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나는 여기서 다소 실망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과의 관계라면 카리스마 있는 아프리카코끼리보다는 유들유들한 인도코끼리가 훨씬 더 친밀하고 돈독하니까 자연히 아프리카코끼리는 비교적 적은 비중으로 다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 책은 코끼리의 생태에 한 장, 코끼리와 인간 사이에 일어난 역사 서술에 세 개의 장 및 여러 편의 발췌문을 할애하고 있다. 제1 장인 '코끼리의 가계'에 따르면, 매머드는 인도코끼리와 골격 구조가 비슷하지만 덩치는 아프리카코끼리 정도 크기이며, 최장 70센치에 이르는 털로 덮여 있고 무게 125키로에 길이가 5미터나 되는 상아를 한 쌍 가지고 있었다.

 아시아에서는 살아있는 코끼리를 길들여서 가축화시키는 데 애를 쓴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를 사냥해서 고기와 상아를 얻는 데 주력했다. 이는 인도코끼리가 유순하고 영리한 반면 아프리카코끼리는 변덕이 심하고 다소 멍청한 데 이유가 있는 듯 하다. 물론 아시아인들은 문명이 발달했지만 아프리카 원주민들은 석기시대의 생활을 고수하였던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최근의 코끼리 개체 수 감소에는 상아에 대한 인간의 탐욕이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했다(인도코끼리는 상아가 작다).

 코끼리에 대한 보호의 움직임은 생각보다 일찍 시작되어 프랑스에서는 1905년도에 이미 '코끼리애호인협회'가 창설되었다. 저자는 보호와 수렵 사이에서 나름대로 균형 잡힌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며 - 물론 보호를 더 부르짖기는 하지만 - 수렵을 정당화하는 자들의 주장도 그대로 실어놓고 있다.

 

「...백인에게 코끼리는 오랫동안 단지 상아를 제공하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흑인에게 코끼리는 오로지 고기, 그것도 운이 좋으면 독을 바른 투창 하나로 가장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는 동물로 인식되어 왔다...

 ...진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은 코끼리 사냥의 금지를 요구했고, 멀리서 코끼리들에게 열렬한 사랑을 보냈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사람들은 실질적 행동은 회피하고, 그저 시늉만으로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서구의 관념론이 취해 온 전형적인 태도이며, 모렐이 완벽한 본보기였다...」

 

 구라파 사람들은 지금껏 대부분의 환경 파괴를 자신들이 저질러 놓고는 이제 와서 위선을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코끼리에 대한 갖가지 정보들이 넘쳐난다. 상아의 거래를 금지하는 국제조약이 체결되자 매머드의 화석화된 상아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든지, 아시아에서 신격화되고 있는 코끼리(브라만교의 가네시 神, 흰코끼리 등)라든지, 전쟁에서 활약하였던 코끼리들의 기록이라든지 하는 다양한 모습의 코끼리를 보여준다(한니발의 코끼리 부대를 그린 삽화를 보면 전부다 아프리카코끼리던데 과연 정말 그랬을지 궁금하다).

 

 책을 읽고 나니 웬지 코끼리가 친근감 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이런 감정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번역문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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