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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바다로 ㅣ 보림문학선 6
나스 마사모토 지음, 이경옥 옮김 / 보림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삶은 어른들의 삶보다 더 괴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들의 삶은 대체로 자신의 선택과 노력의 결과에 의존하기 마련이지만 아이들의 삶은 어른에게 의존한 삶일 뿐일 수 없다. 물론 어른의 삶 역시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책임과 의무를 벗어날 수 없고, 그런 점에서 개인의 순수하고 독립적인 선택이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겉으로 보아서는 아이들에 비해서는 나름의 주체성을 지니고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아이들은 돈을 벌 수가 없다. 아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삶의 경로란 없다. 아이들은 부모의 돈이 없으면 생존이 불가능하고, 아이들의 일상이라는 것은 온 나라 아이들의 일상이 모두 동일할 정도로 개인의 자유가 보장받지 못하는 삶이다. 부모와 선생이 일구어 놓은 테두리 속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은 부모와 선생이 체득한 삶의 법칙을 자신의 것으로 무리없이 체득해 나가기도 하고, 그것에 강렬히 저항하기도 하고, 일정 부분 체념해 가기도 하면서 어른이 되어 간다.
이 동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아이들은 그러한 모습들을 보여 준다. 아직 성숙하지 않은, 연약한 육체가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과도한 삶의 짐인 것 같아서 아이들의 일상, 생각 하나하나는 때로 처절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아이들의 불안정함과 어른들의 안정감. 그 속에서 마사아키는 아이들의 불안정함을 위험하게 느끼고 가능한 어른들의 안전한 세계에 속해 있고 싶어 한다. 구니토시는 이사를 많이 다닌 성장환경 탓에 특유의 유연함과 탄력을 지닌 아이로 그 둘을 왔다갔다 하면서 무리없이 성장한다. 구니토시는 이 중에 가장 조숙한 아이였다. 현실의 비정한 모습을 일찍이 깨닫고 그 세계에 대해 냉소적인 태도를 보일 정도로 어른스러운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그것은 갈등의 과정을 거치고 난 뒤의 타협 내지 안정이 아니라 봉합상태였다. 다이너마이트를 얇은 종이로 가려놓기만 한 상태. 구니토시는 이 동화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보이는 캐릭터다. 다이너마이트가 폭발하기 전과 폭발한 뒤. 그래서 결국 바다로 떠난다. 사토시 역시 비슷하다.
결국 이 두 아이는 어른들의 논리가 지배하는 육지를 선택하지 않았다. 두 아이는 바다로 떠난다. 두 아이가 어떻게 되었을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 이미 어른의 논리로 굳어버린 내 머리로 상상하는 두 아이의 현실은 그다지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거친 자연의 파도 앞에서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을 것이고 정말 현실적으로 생각하자면 결국 죽어버릴 것이다. 하지만 이 동화가 그러한 결말을 보여 주지 않는 것은, 바로 아이들이 결국 위험한 바다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아이들이 그러한 선택을 하게 내몰았던, 어른들의 비정한 현실 세계를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동화를 덮고 나면 선연히 떠오르는 장면들이 몇 가지 있다. 황량한 바닷가에서 여러 아이가 마음을 합쳐 배를 만드는 모습, 바닷가의 짠내와 아이들의 열기, 비록 화기애애하지는 않지만, 아이들 스스로 무언가를 해나가고 있다는 순수한 기쁨으로 충만한 모습. 그리고 시로의 죽음으로 인해 교장실에 불려가 꾸중을 듣는 아이들의 모습. 제각각의 캐릭터가 빚어내는 심리가 정말 탁월하게 묘사된 부분이 아닌가 싶다.
아이들은 이렇게 자란다. 어른과 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을 하다가 결국 좌절당하고 체념하고 어른이 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