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가의 생애를 기술할 때 그가 숨쉬었던 모든 순간들을 동등하게 대우할 수는 없다. 한 시대가 몇 명의 인물과 몇 개의 사건으로 자신을 표현하듯이 한 개인 역시 그 생애의 몇몇 순간들로 자신을 표현한다. 삶을 교향곡에 비유한다면 거기에는 감흥을 최고로 끌어올리는 순간들도 있고 단순한 휴지부에 머무르는 순간들도 있다. 그래서 생애를 기술하려는 사람들은 순간순간 일어나는 리듬이나 조성상의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생애란 빠르고 느리고 멈추고 비약하는 삶의 운동인 것이다.-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