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날들 - 일상을 축제로 만드는 시간
김신회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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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0년에는 스스로를 더욱 성장시키기 위한 여러 가지 목표를 세웠다. 그 중 첫 번째는 단연 독서에 대한 내용. 1년 365일 동안 책 100권 읽기, 다만 그 모든 책들에 대해 서평을 꼭 쓸 것 그리고 시리즈물은 한권으로 취급할 것. 태생이 워낙 한가지에 오래도록 집중을 못 하는 체질이라 책 한권도 꽤 느릿하게 읽고, 한 번 펜을 들면 빠르게 해결하지만 그 펜을 들기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래서 내가 세워놓고도 ‘과연…?’이라는 의문을 품었던 바로 그 계획, 그 안에서의 첫 번째 타자가 바로 이 책이었다. <가장 보통의 날들>

온라인 서점에서 추천하는 도서 배너를 이것저것 클릭해보다 우연히 흘러들어간 페이지에서 발견한 책이었다. 근래에 에세이·산문집·여행기에 푹 빠져있다 보니 우선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에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결정적으로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마치 10년 후의 내 모습일 것만 같았던 저자 소개 코너였다.


(저자, 김신회) 일 년에 아홉 달쯤 일하고 석 달은 여행을 떠나며, 여행을 떠나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낸다. 회사 다니는 친구들에겐 부러움을 사고, 처음 보는 사람들에겐 자유로워서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지만 정작 스스로는 통장잔고를 확인할 때마다 헛웃음만 나온다.
나는 이 부분에서부터 이 책에 이미 온 맘을 뺏겨버렸다. 평소에는 잘 읽지 않는 책의 샘플 예문부터 추천사, 출판사 서평까지 모조리 읽어치웠다. 식사를 할 때 일 년 내내 농사를 짓느라 굽은 허리가 필 줄 모르는 우리 조부모님을 생각하며 쌀 한 톨도 남김없이 먹어치우는 모습과 같이…



그리고 결코 짧지 않은 페이지를 읽어내려 가며 “지금 당장 사버리자”라고 결심을 굳히게 만들었던 또 하나의 단서. 재작년 나를 미치게 만들었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을 통해 알게 됐고 그 이후로 때 묻지 않은 맑은 음색에 푹 빠져버린 가수, 요즘은 홍대 여신으로 잘 알려진 요조yozoh의 추천사가 실려 있다는 사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
이 책을 다 읽은 지금,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태이다. ‘여자들의 소박한 삶을 여행이라는 소재와 함께 써내려간 매력적인 여행기’라고 이야기해야 할 것 같은데, 실은 그녀가 그동안 내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죄다 써버렸기 때문에 통쾌하면서도 어쩐지 분한 기분이 드는 거다. 되도록이면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기를 바란다. 적당한 규모의 동지들이 모이게 된다면 난 홍대 근처에서 ‘우리는 어쩐지 분하다!’라는 피켓을 들고 데모를 벌일 것이다. 단, 작가가 머리를 긁적이며 ‘아, 이것 참 죄송하게 됐습니다.’라며 맥주 한 잔씩 돌린다면 분노를 가라앉히고 화해의 악수를 청할 용의도 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렇게 될 줄 알았다.                                                                        - 요조yozoh (뮤지션)

이렇게 부푼 기대를 한 움큼 던져줌으로써 말라가는 고학생의 지갑을 또 다시 열게 만든 이 책은 제목에서 주는 느낌만큼이나 유별난 임팩트를 주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책을 구매하기에 이른 나의 결심을 후회하게도 만들지 않았다. 그저 아주 보편적인, 사소한, 일상적이고도 흔하디흔한 이야기들. 하지만 너무나 평범해서 우리가 쉽게 흘려보내고도 눈치 채지 못하는 그런 소중한 이야기들을 가득 담고 있었다.




요조yozoh, 나는 그녀의 청아한 음색이 참 좋다. /사진출처 (☞ http://club.cyworld.com/yozohschool)

나는 정말 이런 책이 너무나 두렵다. 효율성은 떨어지지만 결코 그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책임감 하나로 일상의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있는 나에게, 모든 것을 내던지고 떠나라고 외치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당장 어디론가 떠나지 않으면 이대로 인생이 끝나버릴 것만 같은 처참한 기분. 여행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이 없이도 무작정 발걸음 닿는 곳으로 나서야 할 것 같은 기분을 온 맘 가득 안겨주는 그런 책을 또 한권 만나버렸다. 그것도 신년 첫날부터 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는 요즘 에세이·산문집·여행기 장르의 책들을 읽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덕분에 전문 작가가 아닌 사람들의 소박한 문체도 꽤 자주 접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방송작가를 직업으로 갖고 있다. 이런 장르에서, 글을 쓰는 것을 업으로 삼는 한 사람의 이야기를 만난다는 것. 아마도 이 책이 나에게 준 유일한 특별함이 아닐까 싶다.

새해에는 약 5개월간 맡아오던 업무가 끝나버려서 졸지에 월급이 반으로 뚝 줄어들게 되었다. 당장 다른 일을 구한다고 해도, 여러 가지 공백 기간을 메우려면 이번 달은 꽤 촉박하게 살아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좌불안석, 당장 어디론가 떠나고만 싶다. 아.. 나도 당장 요조여신과 함께 홍대 어딘가에서 저자를 향해 시위라도 펼쳐야 할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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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는 없다 1
이진희 지음 / 발해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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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여차저차해서 인터넷 소설 한 권(☞ 서평보기)을 주문해서 읽은 일이 있다. 그냥 가볍게 읽어보려고 구매했던 책이지만 덕분에 문득 고3시절 기억의 단편이 한 자락 떠올랐다. 관내에서는 그래도 대학 진학 성적이 꽤 좋은 학교답게, 3학년 학우들에겐 특별 단체 열람실을 제공하던 우리 학교. 그 열람실에서 매의 눈으로 학생들을 관리하는 선생님들을 피해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완전 몰입해서 읽었던 또 하나의 로맨스 소설 <신데렐라는 없다>.



이제 와서 어렴풋한 기억을 되살리려고 노력하다 보니 제목은 <신데렐라는 없다>임에도 불구하고 이제껏 만난 그 어떤 이야기들보다도 더 극단적인 신데렐라형 주인공을 내세움으로써 “아아 반어법의 미학!”이라며 나를 푹 빠지게 했던 책이었다는 것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문득 학창시절 설레는 가슴을 끌어안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에 가면 나도 이런 영화같은 사랑을 경험해 볼 수 있겠지?’라는 공상에 빠졌던 지난 시절이 떠올랐다. 그리고 단지 그 기억 하나를 되새겨 준 것 만으로도 고마운 이 책을 망설임 없이 구매해버렸다. 결국 뒤늦게 후회했지만‥

또 이렇게 복잡한 여정을 거쳐 두권이나 되는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을 다 읽었지만 결론은.. 역시 인터넷 소설이라는 것. 주인공 이름이 잘못 쓰이는 맞춤법 오류나 픽션에서 맛볼 수 있는 온갖 극적인 상황은 다 연출해놓고 정말 극적으로 훌훌 해결되는 억지설정은 근래까지 날 지치게 했던 인문학 도서들로 다시금 손을 뻗게 해 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뒤늦게 깨달은 또 한가지는 당시 호기심 많던 여고생들 사이에서 “야 이 책 꽤 야하다는데~?”라는 이유로 친구에게 추천받아 달뜬 마음으로 혹 누군가에게 들킬 새라 부랴부랴 읽었던 책이기도 했다는 사실..... (다시 읽으면서 꽤 당황했다.)




현대판 신데렐라의 비극을 다룬 소재 중 가장 최근에 재밌게 본 드라마 <유리의 성>/ SBS 방영
나는 개인적으로 신데렐라물을 좋아한다. 남들이 아무리 개념 없는 된장녀들의 헛된 몽상이라고 손가락질해도 왠지 모르게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 같은 동화 속 왕자님들을 극이나 소설을 통해 만나는 것은 언제 경험해도 설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문득 작년에 들었던 한 전공수업에서 “어떤 소극장에서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옆자리에 앉아 나에게 호감을 보이던 남자가 재벌 2세였어요.” 이런 얘기는 결코 없다고, 그네들은 자기네끼리만 어울리지 너희 같은 애들한테는 관심도 없으니까, 책 많이 읽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던 한 교수님의 독설도 생각났다. 

아주 오래도록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오래된 친구가 나에게 물었다. “인터넷 소설을 주로 연재하는 작가들과 그냥 일반적으로 불리는(하지만 주로 멜로물이나 칙릿을 쓰는) 소설가는 뭐가 얼마나 달라?” 라고.. 나는 그 물음에 이러저러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결론은 ‘전문성의 부재’가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의 글을 쓰고, 그 안에 사용되는 어휘를 나열하더라도 그것이 본래 가지고 있는 의미와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를 명확히 알고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글을 쓰고자 하는 나도 이 부분에 대해 항상 고민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 이 정도의 교훈을 얻은 것만으로도 나는 이 책을 굳이 구매해서 본 것의 효용은 충분하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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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 브라운아이즈 윤건의 커피에세이
윤건 외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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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좋아했다. 다만 요즘 ‘커피 좀 마신다.’하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그런 품격 있는 원두커피가 아니라, 부모님이 피곤한 일상에서 한 번 더 힘내기 위해 마시는 그 달디단 다방커피였다는 사실. 엄마가 잠시 한 눈을 판 사이 몰래 홀짝여 본 그 한 모금에 녹아있는 프림의 미묘한 중독성과 달콤쌉쌀한 맛. 나는 어린 시절부터 그 맛을 꽤 동경해왔다.
 
그러던 중 나의 도둑커피 인생에 예상치 못한 태클이 들어왔다. 프림이 얼마나 몸에 해로운지에 대해 온 매체에서 떠들어대면서 엄마가 커피를 블랙 스타일로 바꾸게 된 것. “어차피 같은 커피인데 뭐..”하고 평소와 같이 한 모금 도전했던 나는 그 때 처음으로 인생의 쓴 맛(?!)을 경험하지 않았나 싶다.
 
흔히 ‘머리나빠진다.’라는 이유로 어른들은 자신의 자녀에게 커피를 멀리 할 것을 훈계한다. 우리 집 역시 예외가 아니었는데, 그러던 내가 내 입맛에 맞는 커피를 자유롭게 마시게 된 것은 중학생이 된 이후였다. 당시 관내에서 지원율 1위였던 고교와 바로 나란히 건물을 쓰던 여중학교에 다닌 덕분에, 해당 고교에서 설치해 둔 자판기를 점심시간이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엄마의 간섭 없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커피. 그 때는 매일 6교시가 넘어야 학교가 끝나고, 아침마다 불편한 교복치마를 입어야 하는 설움도 그 커피 한잔에 모두 녹여낼 수 있었다.




 

2006년 또 한번의 차가운 짝사랑을 접고 싸이 다이어리에 남겨둔 글.


이때부터 고3 시절 잠을 이기기 위해 하루에 커피를 5잔씩 마셔 위가 크게 상했고, 그로 인해 반년 간 커피를 외면해야 했던 시기만 제외하면 커피를 향한 나의 사랑은 늘 한결같았다. 내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마련했던 21살 겨울의 커피전문점 아르바이트 시기. 그 때를 계기로 나도 10여 년 전의 엄마처럼 블랙커피의 참 맛을 깨닫게 된 것 까지.. 참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나는 아직도 본가 집에 내려오면 식후에 다방커피를 한 잔 하고, 시험기간에 잠을 깨기 위해서는 쓰디쓴 아메리카노를 찾으며, 가끔 체력이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모카를 찾는 등 언제나 커피와 함께 하는 일상을 살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내게는 커피가 사랑이고 사랑이 곧 커피였다.

애끓는 짝사랑을 하면서도 상대에게 그런 내 마음을 알리기 위해 별다른 노력 한 번 기울여 본 적 없던 나. 뒤늦은 미련이나 후회 속에서도 결코 뒷걸음질 쳐본 일 없는 내가, 하루에 다섯 잔씩 마셔댄 결과 위가 너덜너덜해져 신물이 올라오는걸 느끼면서도 끊을 수 없던 것이 커피다. 커피는 남들이 ‘된장녀’ 같은 모욕적인 말로 비아냥거리는 대상이건, 아무리 권위 있는 연구소에서 인체에 해롭다는 결과를 내놓았던 내게는 인생을 통틀어 그 무엇보다 뜨거운 사랑으로 한결같이 손을 뻗었던 중독의 대상이었다. 



 

사진 중 아래 두컷은 온라인 서점 알라딘에서 선착순 구매에 성공해 득템한 컵받침. 윤건씨의 친필싸인이 담겨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만났다. 제목부터 마치 내 마음을 쏙쏙 훑어내 지은 듯한 <커피가 사랑에게 말했다> 세 명의 저자 중 한명인 브라운 아이즈의 윤건씨가 부암동에서 운영 중에 있고 많은 커피 애호가들의 사랑을 받는 카페 ‘마르코의 다락방’. 그곳에서 직접 판매중인 독특하고 다양한 커피와 음료들을 소개하며, 그것에 얽힌 사연들과 그 음료를 닮은 사랑이야기를 전하는 에세이집.

이 책은 눈물을 콸콸 쏟으며 “아 유레카.. 이것은 나의 운명이야”라고 외칠 만큼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저자들의 실제 이야기가 담긴 만큼 언제 이렇게 된 건지도 모르게 손 밑에 박혀 찌르르한 고통을 안겨주는 티눈의 흔적처럼, 미묘한 잔상으로 남아 꽤 오랫동안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어떤 부분에서는 마치 내가 이야기 속 주인공이 된 양 서운함과 아픔을 공유하기도 했고, 바로 옆에 서서 “이제 그만해라”라고 다그쳐주고 싶기도 했던 이야기들. 역시 돈이 많고 적건, 얼굴이 잘생기거나 못났건 세상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는 다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우리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마르코의 다락방을 찾아 따뜻한 밀크티를 한 잔 마시며 또 다른 책을 읽었다. 비록 윤건씨의 싸인을 받고 싶어 가방 한켠에 챙겨간 이 책에 소기의 목적은 채우지 못했지만, 책 속에 삽입된 사진-카페의 풍경을 담은-들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에 매우 만족하고 돌아왔다.
 
매번 상처받고 아픔에 울며 그럼에도 지치지 않고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려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혹은 ‘사랑 따윈 난 몰라’라며 여행이나 커피 등 날 떠나거나 배신하지 않을 무언가에 집착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자 한다. 당신이 어떤 유형에 속하든지 이전보다도 유독 차디찬 이 겨울이 특히 외롭다고 느껴진다면 이 책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설사 책을 다 읽고 나서 더 외로워졌다고 투정하게 될 지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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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 - 소설가 백영옥의 유행산책 talk, style, love
백영옥 지음 / 예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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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옥 작가님에 대해서는 꽤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지난여름 <2009 Yes24 문학캠프>에 선발되기 전 부터 서점가에서 녀의 책을 익히 봐왔기 때문이다. 신년 초부터 열애설로 화제에 오른 김혜수씨, 그녀의 2009년 최고 ‘엣지있게~’로 인기몰이를 하던 드라마 <스타일>의 원작자라는 사실, 온 서점가에는 그렇게 그녀의 책이 물결 넘치듯 빼곡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후 문학캠프에서 나름의 추억을 남기고자 신청한 독자낭독 코너(링크 클릭)에 내가 그녀의 전작 <다이어트의 여왕>을 읽게 된 것. 그것을 계기로 나는 ‘출간된 작품 모두를 소유하고플’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 명단을 새로이 갱신하게 되었다.
 
그 때, 2박 3일간의 여정을 끝내고 문학캠프에 다녀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Yes24 사이트에 접속해서 책을 선택하는 것 이었다. 여러 가지 기념품과 땀에 찌든 옷도 방 한구석에 던져두고, 지쳐 쓰러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추스르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해 주문했다. 캠프에서 만나 뵙고 큰 감명을 받은 도보여행가 황안나 선생님의 전작들 그리고 캠프에서 받은 <다이어트의 여왕>을 제외(서평 링크)한 백영옥 작가님의 이야기가 바로 그 목록이다. 나는 이렇게 또 귀한 책들을 만나게 되었다. 




그 때 그렇게 구매해서 보관하고 있다가 하릴없이 흘러가는 연말을 조금은 특별하게 장식하고자 택한 것이 바로 이번 <마놀로 블라닉 신고 산책하기>다. 얼마 전 지인의 블로그에서 특히 마음에 와 닿는 구절을 읽은 것이 가장 큰 계기가 되었기 때문. 이 책은 저자가 현재 본업인 소설가가 되기에 앞서 패션지에서 근무했던 과거에 연재하던 칼럼 모음집이다.
 

처음에는 ‘신문이나 주간지에서 이따금씩 읽는 것이 훨씬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패션에는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내게는 너무도 힘들고 어려운 말들이 많았으며, 그 내용들에 대해 일일이 찾아보고 싶을 만큼 흥미도 일지 않았다. 하지만 전속 칼럼니스트나 패션지 에디터가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작가(소설가)를 꿈꿔왔고, 결국 이루어 낸 한 사람의 글 모음집답게 곳곳에서 드러내는 책과 출판문화 그리고 문학에 대한 끊임없는 애정이 가슴 뻐근하게 했다.
 
이것은 인터넷 서점 북 에디터로 일했던 경력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귀한 책이다. 단순히 패션과 트렌드에 관한 고찰을 넘어서 우리 사회 문화 전반에 관한 이해, 그리고 깊은 통찰력과 깔끔한 정리가 돋보이는 해설서인 것 이다.
도대체 나는 이 책을 왜 이제서야 읽은 걸까, 진작 읽었다면 독자낭독 시간에 백영옥 작가님 앞에서 그렇게 추레한 몰골로 등장하지는 않았을 텐데. 그리고 진작 물어볼 수 있었을 텐데.. “결혼 생활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서 묻느냐”고 입이 찢어지게 웃으며 대답하고는 이틀 후에 이혼 소식으로 온갖 매체를 장식했던 모 가수가 대체 누구냐고 말이다..(정말 궁금하다)

이 책으로 나의 2009년 독서 목록에 마침표를 찍었다. 그리고 2010년의 첫 달에는 <스타일>을 읽고 드라마도 꼭 봐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나는 벌써부터 너무 기대가되어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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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청춘! A+보다 꿈에 미쳐라
박원희 지음 / 김영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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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에세이라기보다 자기계발서의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전공자가 아닌 내 눈에도 문법적으로 다소 불편하게 느껴지는 문장 몇 구절을 제외하면 기대보다 훨씬 좋았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계열이 에세이 항목으로 분류된 이유, 저자가 직접 느끼고 겪은 내용을 적은 수기라는 점. 바로 그 때문에 참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20살, 내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 가장 행복했던 점은 통금시간이 사라진 것도, 내가 밥을 먹고 싶은 시간에 먹고 싶은 메뉴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드는 과목만을 골라서 공부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닌 ‘옳은 것이 옳게 인정받는’ 것 이었다. 그리고 책에서도 꽤 많은 분량을 들여 비교/설명하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내가 대학에 진학하여 느꼈던 바로 그 감상에 대해 저자도 공감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좋았다.








소위 ‘입시전쟁’이라고 묘사되는 우리나라의 중, 고교 학창시절은 그 순수한 나이대의 어린 아이들이 지나는 시기라기엔 끔찍할 만큼 너무나 많은 것들이 왜곡되어 있다. 공부를 열심히 하고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재수없는 아이’로 낙인찍히던 그 시기. 물론 그 시절 나름의 즐거움과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당시의 친구들이 아직도 내 곁에 남아 있지만, 뭐랄까.. 그 때의 어려움은 정말 견뎌내기도 떨쳐내기도 힘든 기억이었다.





반대로 대학에 와서는 수업을 빠지거나 어영부영 학업에 임하는 일이 있어도 이전 학창시절과 다르게 담당 교수님이 집에 전화하거나 혼이 날 일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행동하는 일이 ‘쿨하고 멋진’것이 아니라 ‘진짜 개념없는’ 것으로 비추어지며, 주변 친구들에게 염려를 사는 이 바람직한 환경이 나는 너무나 좋았다. 입학 후 몇 달은 혹시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으니 말이다.



저자가 대학시절을 보낸 미국은 이런 부분에선 우리와는 차원이 다르게 선진적이기에 내가 감히 이 내용에 대해 공감한다고 해도 될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20살 이후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온 내가 속한 이 환경이 새삼스럽게 되새겨진 것이 나는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즐거움이었다.



자유에 대한 미국 교육환경의 신념. 그리고 그것을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체득하고 따르는 미국 학생들을 보며, 얼마나 많은 부러움을 느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책을 읽는 내내 그녀의 전작 <공부 9단, 오기 10단> 출간 당시부터 저자에 대해 알고 있던 후배가 말해준 “박원희 특유의 자신감”이 무엇인지도 묘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경제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오랜 생활을 한 덕분인지 인간관계를 이해적으로만 묘사하는 일부 구절이 꽤 불편하기도 했지만 그것 나름대로 자기가 그 기준에 맞추어 잘 살고 있으면 감히 누가 그것에 대해 비판을 할 수 있으랴...





바쁜 일정 탓에 꼬박 일주일을 들고 다니며 책을 완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얼마 전 가정환경 탓에 유년기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낸 후배가 떠올랐다. 당시 우리 문화나 사회적 특수성에 대한 원론적인 질문을 해대는 탓에 꽤 곤혹을 겪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때 내 짧은 지식과 통찰로 그 아이를 이해시키기 위해 열변을 토했지만 쉽지 않았다. 어쩌면 그게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외국에서 거주를 목적으로 체류해 본 경험이 없으니 아무리 개방적인 사고를 지녔다고 해도 철저히 한국인의 기준에서 얻은 상대적인 평가일 테니까. 하지만 나는 이제서야 분명하게 깨달았다. 그 후배에게 이 책을 선물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는 확신을 말이다. 나는 벌써부터 어린 후배에게 명쾌한 답을 전해줄 생각에 마음이 든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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