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먼나라 이웃나라 13 : 중국 1 근대 편 - 청나라의 멸망과 중화민국의 수립 먼나라 이웃나라 13
이원복 지음, 그림떼 그림 / 김영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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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교양만화를 참 이례적으로 많이 본 특별한 해다. 식객부터 먼나라 이웃나라 등 왠만한 일반 교양서보다도 수준이 훨씬 높고 재미와 감동까지 주는 여러 시리즈북들을 참 많이도 접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학창시절에도 그림보다 글자가 많아 쉽게 정이 가지 않던(=.=) 먼나라 이웃나라의 신간 중국 근대편(1)을 가을의 문턱에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펼쳐보았다.



학창시절부터 워낙 역사를 좋아했고, 그 중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 후기 이후에 많은 관심이 있기에 이번 책 또한 내게는 아주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자칫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법한 역사 이야기를 재밌는 그림체와 남다른 유머코드로 편안하게 풀어냈다는 사실이 가장 고맙고 기뻤다.



책을 읽는동안 여러가지 다른 작품들이 떠올랐다. 덕분에 아주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미뤄둔 영화 <마지막 황제>도 틈 날 때마다 토막내서 감상했고, 고교시절 절친한 친구가 서점에 갈때마다 아쉬운 눈빛으로 책 표지만 만지다 오는 날 보고 크리스마스때 깜짝 선물로 전해줘 완소 보물로 간직하고 있는 <연인 서태후>도 떠올랐다. 그리고 그보다 몇해 전 같은 작가 펄 벅의 <대지>를 읽고 제국주의 시대의 서양작가가(그것도 어떻게 보면 더 보수적일 수 있는 여자임에도) 굉장히 호기심과 애정 충만한 시선으로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을 두었구나.. 란 감탄을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데, 조금 우습게도 그녀의 그런 작품들이 전형적인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비하된 대표작가이자 작품이라는 설명을 이번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알게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 당시 느꼈던 감상은 무엇이었을까..?




보는내내 그저 먹먹하고 맘을 복잡하게 만들던 작품 <마지막 황제>. 그 중에서도 이 엔딩컷이 단연 선명하게 남아버렸다.
우리 역사에서 중국은 늘 포식자였다. 외세의 개입과 미완성된 남북국시대로의 반쪽짜리 통일을 초래한 통일신라때부터, 왕조가 바뀔때마다 단 한번도 곱게 한반도를 내버려 둔 일이 없는 나라가 바로 이 중국 대륙이다. 하지만 민족의 비극이자 역사의 상처로 남은 제국주의의 격변기에는 우리보다 큰 땅덩어리와 더 위세당당했던 지난 역사만큼 더욱 배가된 상처와 충격을 고스란히 떠맡게 된 것 또한 바로 그 중국 대륙이다. 그래서 지나온 사실들을 자못 담담하게 서술하고 때때로 유머 코드를 삽입해 희화화 한 이 책을 보며 더 묘한 씁쓸함과 번뇌를 느껴야만 했다. 

제국주의와 냉전시대를 거쳐, 참 많이 닮은듯 다른듯하게 각자의 길을 걸어온 한반도와 중국대륙. 단순히 역사적 사실과 교양지식을 제공하려던 이 책을 통해 위와 같은 여러가지 생각들을 품으며 감상에 잠겨버렸다. 격변기에 왕족으로 태어났기에 상대적으로 더 격한 치욕을 느껴야 했던 부의를 보며, 당장의 생존권이 오가는 일반 민초들과는 또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비극을 동정할 수 밖에 없었다. 냉정한 비평자들은 배부르고 등 따숩게 태어난 자의 오지랖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이제 현대사에 들어서는 동북공정이나 북한과의 문제 등까지 한반도와 중국대륙의 필요 이상으로 질기고 독한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애증이라고 느꼈으나, 정말 단호하게 말한다면 애증도 사실은 너무 달달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대체 이 미묘한 관계는 무엇이라 정의를 내려야 할까.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지독하게 그 결론이 간절해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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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세욱 평전
송기역 지음 / 삶창(삶이보이는창)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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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소개가 아니었으면 존재도 모른채 넘어갔을 책 한권. 물론 책 속의 인물도 마찬가지였다.

2007년 그 해, 한·미 FTA로 연일 뉴스며 신문이며 각종 매체가 시끄럽던 때에도 학교 가까운 곳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시위를 위해 몰려있다는 사실에만 흥분할 뿐.. 내게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참 철딱서니 없었지. 다들 그런 나이라고는 하지만, 너무도 뒤늦게 그 당시에 있었던 이 책과 관련한 사건을 알아버리게 됐다는게 부끄러웠다.


허세욱 열사의 분신 이후, 추도제 과정을 다룬 기사 한 편 ▶ “허세욱 열사는 부활한다” (바로가기 링크)



이 책의 주인공 허세욱 열사는 소시민들이 머무는 각종 투쟁 현장에서 자신의 땀과 피를 흘리며 동분서주했던 인물이다. 살아생전에, 그리고 그렇게 돌아가시던 순간과 그 이후에도 존재조차 몰랐던 그를.. 이 한권의 책으로 이해했다고 한다면 과연 그보다 더 오만불손한 태도는 없을 것이다. 그저 지난 여름에 읽은 이 책을 통해 이제라도 그분을 알고 진짜 옳은게 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었다고.. 만 말하겠다.


(p. 70) 대부분 회사에서 복지는 전무했다. 복지는커녕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이 일상적이었다. 시민들은 택시운전사들에게 친절함을 요구하지만, 사납금에 시달리는 환경을 이해하기보다 비난이 앞섰다. 가끔 제도 개선을 외치는 택시운전사들의 집회가 있으면 교통 체증에 짜증을 내고 얼굴을 붉히는 게 전부였다.

(p.114) 사람들이 그를 이해할 수 없듯 그도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사람들이 자신에게 그런 질문을 하는지, 왜 자신처럼 분노하지 않는지 알 수 없었다. 친구의 생일잔치에 가던 소녀들이 이유도 없이 길에서 깔려 죽었다. 두 소녀가 죽었지만 치외법권이라는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 진실은 가려졌다. 제 딸이 그런 일을 당했으면 가만있지 않을 사람들이 남의 일이기 때문에 무관심하거나 나서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p.294)
사람들은 그를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볼 때 우리들은 외계의 존재들이었다. 불의에 적당히 타협하고 사는 이상한 존재들이었다.

나는 서평을 쓰면서 본문 내용은 잘 언급하지 않는 편이다. 하지만 이 책 만큼은 남 얘기 같지 않은게(이를테면 우리 아버지도 회사소속으로 택시운전을 하시기에 나 또한 사납금 등의 여러 근로고충을 어려서부터 잘 알고 있는 것 등) 문장 하나하나가 와닿는 것이 특히 많았던 책이다. 분노했던 사건에 대해 바쁜 일상을 핑계대며 내 일이 아니라고 쉽게 잊었으며, 비판에 앞서서는 그 대상에 대해 나 스스로가 정확한 정보를 습득하고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실조차 쉽게 간과했다. 늘 그렇게 감정적이고 즉흥적이었던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참 많은 반성을 할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이 책은 늙은 전태일로 불리던 한 처절한 노동운동자의 이야기다. 책을 읽는 내내 힘들었고, 완독을 한 뒤에 간신히 덮었지만 석달이 지나 서평을 쓰는 아직까지도 가슴이 참 먹먹하다. 내가 이 책으로 인해 감명받은 내용은 정치성향이나 뭐 그런 거창한 내용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뜨겁게 불의에 저항하고 싶어했으며, 매일 외로운 방에서 홀로 섧게 울었던 그를 많은 사람이 읽고, 그 순수했던 마음 그대로를 추모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그는 이제 살아생전 그토록 크게 여기던 전태일 열사 곁에 잠들었다. 애석한것은 뜨거운 화염을 온몸에 감고 숨을 거둔 젊은이의 일이 있은지 40년이 지난 지금도 같은 마음을 먹는 이들이 끊이지 않는 오늘의 현실이다. 각박한 현실을 등지고 먼 곳으로 떠난 두 열사는 지금쯤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까? 내가 세상에 태어나기도 전에 왔다가 다녀간 한 사람과, 철없이 친구들과 하하호호 웃으며 떠들던 그 공간 바로 인근에서 모진 마음을 먹었던 또 다른 한 사람. 스산하고 묵직한 바람이 부는 이 늦가을에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부디 그 곳에서는 분노도 아픔도 없으시기만을 바라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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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달러로 먹고살기 - 당신은 무엇을, 왜 먹고 있는가?
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 & 케리 레너드 지음, 김난령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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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엄마가 보는 잡지를 옆에서 뒤적거리다 '한 끼 1000원 식단'으로 유명해진 한 가정주부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났다. 이 주부는 남편과 같이 먹는 밥상 차림에 평소 천원 이상의 식비를 지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졌는데, 이 기사를 본게 거의 10여년 전 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대비 꽤 풍족한 상차림으로 어린 나에게도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 분의 경우는 시골집에서 보내온 채소로 만든 것, 이미 집에 구비된 양념, 김장김치 등은 가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지금, 그것도 미국에서 1인당 하루 1달러의 식단으로 한달간 프로젝트를 실험한 부부가 있다. 두 부부에게 식비로 활용 가능한 금액은 정확히 1인당 1달러. 만원의행복은 뭐 감히 명함도 못 내밀 기세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뭐랄까, 유익함이 더해진 팩션소설같은 느낌? 아, 정확히 말하면 팩션도 소설도 아니지.. 실존하는 부부가 실제로 자기들이 겪은 수기를 엮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다큐인데 실상은 정말 소설같다. 그만큼 스토리텔링도 수준높고 이야기도 재밌다. 정치적인 메세지나 구호활동에 대한 주장이 담겨있는데도 전혀 무겁거나 신파스럽지 않다. 그래서 주저없이 별점 만점을 주고 싶었다. 이런 책을 또 만나다니 심봤다! 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책은 주인공 부부가 공저자다. 두 부부가 목차별로 번갈아가며 글을 쓰는 것 또한 지루함을 달랠 수 있어(하지만 부부라선지 문체가 묘하게 비슷해-편집의 위력일지도 모르겠지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은 없었다.) 즐거웠다. 괜히 그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해듣는 기분도 들었다.

이 책은 후반부로 갈 수록 기아문제를 비롯한 공동체 생활에 대한 여러가지 토론거리들을 등장시킨다. 이 부분은 "아 이런게 있겠군~"하며 절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란 생각을 했다. 단순 교양지식으로도 알아두면 좋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피부에 와닿게 느낄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케리와 크리스토퍼 부부의 개인 하루 식비는 1달러. 우리 환율로는 1200원 이내, 고작해야 김밥 한 줄 값이다.

 
나는 올빼미형 체질의 인간이라 이 책을 주로 침대에 앉아 밤시간에 읽었다. 그런데 역시 식생활 문제와 관련있는 게다가 두 주인공이 계속 배 고파하며 쓴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에 순간순간 먹고 싶은 음식들이나 어쩌다 주어진 호사스런 메뉴에 대한 설명이 아주 남다른 표현으로 쓰이고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현재 치아교정 중이기에 꼼꼼하게 양치를 마치고 책을 든  나는 매번 그런 장면들을 대할 때 마다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서평의 제목도 '심야정독 금지 제안'이다.



이번에 읽은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는 작년 여름에 봤던 <괴짜사회학>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거듭 하게되었다. (☞ 리뷰보기) 현실의 난해함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탁상공론적인 정책만 뱉어놓는 위정자들에 대한 반감은 끊임없이 샘솟았고, 우리가 먹는 음식인 food라는 단어에 junk를 붙이는 미국에 살지 않는다는 것에 새삼 안도를하게도 했다. 책을 다 읽고는 얼마전에 SBS에서 방영한 '고도비만은 가난을 먹고 자란다'라는 다큐가 궁금해져, 조만간 다시보기를 시청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읽는 내내 너무 재밌고 흥미로워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가방속에 있는 책만 의식하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단순히 유희거리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내용이 담겨있어 더욱 좋았다. 단순히 어떤 사건(이를테면 1달러로 밥 먹기)에 대한 기록과 감동을 강요하는 교훈으로 마무리 짓지 않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수록 더 나은 과정으로의 끊임없는 시도가 이루어진다는 점에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어쩌면 소울메이트라는건 바로 이 부부, 케리와 크리스토퍼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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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리언니들 - 까탈스럽지만 사랑스럽고 제멋대로지만 매혹적이며 열정적이고도 우아한
레일라 드메 외 지음, 이소영 옮김 / 에이미팩토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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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내가 외로운가보다...........
이 책을 글쎄 빠리지엔느들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로 생각하고는 주저없이 집어들었기 때문이다. 왜 요즘 보는 책마다(☞ 관련리뷰) 다 사랑이야기, 러브에세이 일 것이라고 내 멋대로 착각하는지. 나 대체 뭐가 문제야??

이 책의 부제는 표지에도 보이지만 까탈스럽지만 사랑스럽고 제멋대로지만 매혹적이며 열정적이고도 우아한 빠리언니들에 대한 이야기다. 즉, 프랑스 전역에서 그 누구보다 프랑스스러운 빠리지엔느.. 그 중에서도 그 매혹적인 여인들에 관한 고찰을 다룬 내용이다. 처음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컨셉의 글에 적잖이 당황도 했지만 전 세계인이 인정하는 그녀들의 매력처럼 이 책 또한 남다른 묘미로 나를 사로잡기 시작했다. 어찌됐거나 다른 누구도 아닌 빠/리/지/엔/느 니까!!



프랑스는, 게다가 파리는 전세계 그 어느 지역보다 문화적 감수성이 뛰어난 곳이다. 그만큼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공간도, 그에 대한 수요도 높으며 구성원들의 평균 감상 소양은 뭐 말 할 것도 없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는 그들이 누리는 각종 브랜드나 작가 등 관련 분야의 전문 용어가 빈번하게 등장하는데, 나처럼 파리와 유럽에 대해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지만 디테일한 지식은 없는 이들을 위해 관련된 삽화나 사진이 첨부되었으면 더 재밌는 책이 되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사실 초반에 그들의 우월한 패션감각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는 내내 이렇게까지 내가 이 분야에 대해 아는게 없었을까(OTL) 하는 좌절감까지도 느낄 정도였다. T_T

막장이라고 호도되면서도 전 세계로 많은 팬들을 거느리고 있는 미국드라마 가십걸이 이번에 새 시즌을 시작했다. 그 안에서 두 여주인공 세리나와 블레어는 프랑스로 휴가를 떠나 그곳에서 누리는 다양한 경험들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전개해가는데, 첫 화에서 "여기는 바로 파리다. 그런데 대체 어떤 문제가 있으랴"하는 뉘앙스의 멘트가 쓰인다. 그 순간 나는 아시아 지역의 우리들은 물론이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의 여러 나라들도 파리에 대해 품고 있는 동경은 모두 비슷하단 생각을 했고, 덕분에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그 장면을 비롯하여 파리의 여러 전경을 곱씹게 되었다.




사진은 프랑스 여인들의 매혹을 논하며 떠오른 유명 프랑스 여배우들: 왼쪽부터 인셉션과 나인 라비앙로즈의 주연으로 나온 마리온 꼬띨라르, 아멜리에와 코코샤넬의 주인공 오드리 또뚜, 다니엘 크레이그판 007의 본드걸 에바 그린.

책 속에서 본 내용인데, "우리는 왕과 왕비(루이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의 목도 잘랐다. 세금도 낸다. 그런 우리에게 대체 못 할 일이 또 무엇인가" 뭐 이런 구절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어쩌면 우리의 입장에서 느끼기는 좀 극단적이고, 장마다의 묘사가 과한 철딱서니 없음이나 배부른 이기심 정도로 비춰질지 모르겠으나, 적어도 자기 일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프로페셔널 하고, 남들이 챙겨주길 바라기보다는 스스로 나를 아낄 줄 아는 아름다운 여성과 진짜 인생의 묘미를 이 책에서 읽을 수 있었다.

세계의 그 어느 여성들보다 자존감이 높고 당차게 인생을 살아갈 줄 아는 파리지엔느들.

글쎄.. 안그래도 여자들이 갈 수록 무서워진다고 말하는 요즘 남자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거나 여자는 여자라는 것. 다만, 자신을 죽이고 감추는 것이 아니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며 열정을 뿜어내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스스로에게와 관계를 맺는 누구들에게도 모두 즐거운 일일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새삼스레 확신하게 되었다. 더불어 나도 여자인만큼 나를 가꾸고 꾸미는데 좀 신경써야겠다는 자각과 함께^^...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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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축복은 몇 개입니까 - 잭 캔필드가 전하는 행복 에세이
잭 캔필드.마크 빅터 한센 엮음, 임정재 옮김 / 이상미디어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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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외삼촌의 서재에서 우연히 꺼내 읽었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감수성 여리던 그 시절에 101가지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읽어가며 어찌나 맘이 울컥울컥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그 책의 공저자인 잭 켄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다가 운좋게도 리뷰어로 그 신간 도서를 접하게 됐으니 어찌 아니 기쁠소냐. 책 제목처럼 새로운 축복이 내게도 하나 더 추가되었다.



아... 그런데....
아뿔사 책을 읽는동안 좀 많이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음 분명히 좋은 내용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멘트들이긴 한데 지난 101가지 이야기를 읽었을때의 찌르르함이 없달까. 울컥도 마찬가지고.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내가 그만큼 더 각박하고 날카로워진걸까 아님 그 시절과 그 이야기가 단순히 잘 맞아떨어졌던걸까. 참 여러모로 곤혹스러웠다.

게다가 이 책은 국내의 명사 두명이 추천사 겸 감상을 짧막하게 써 주어 뒷면에 그것이 수록되어 있는데, 바로 그 두 사람이 이동우씨와 최윤희씨다. 내가 책을 받아든 시점은 출간일로부터 한달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때. 그리고 최윤희씨의 자살소식이 전해진지 고작 이틀 남짓 이후. 마케팅 담당자와 편집자.. 이제와서 표지를 바꿀수도 없고 나만큼 참 곤혹스러웠겠군 싶었다. (나도 참 쓸데없이 과한 오지랖이지...) 하긴 어쩌면 도리어 더 효과를 봤을지도 모르겠고..



책을 읽는 내내, 시력을 잃었지만 20여년을 함께한 친구들과 함께 남자들의 끈적끈적한 우정과 의리라는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방송에 복귀한 이동우씨. 그리고 육신의 고통을 끝내 이기지 못한 채 건강했던 남편까지 덩달아 함께 손잡고 세상과의 작별을 고했던 최윤희씨. 이 두사람간의 닮은점과 공통점을 고민해봤다. 그리고 이 상반된 결론에 대해 책 속에서 등장하는 무수한 인물들의 비극과 대처 자세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르게 적용되었을지 고민해봤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의 힘듦에 대해 내가 그것을 다 알거나 이해한다는 투로 경솔한 판단을 내릴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행복전도사로 온 국민들에게 많은 귀감을 전해준 이 사람이 자신의 것은 차마 남겨두지 못한게 가장 큰 문제요인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우씨는 반대로 곁에 머무는 이들이나 자기 스스로를 통해 지켜온것들이 많았을테고.

이 책이 내게는 최윤희씨의 사건과 말처럼 와닿았다. 사실 생전에도 나는 고인에 대해 큰 흥미나 관심이 없었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멘토인 막내이모가 선물해 준 고인의 저서도 내 방 어딘가에 깊숙히 박혀있을 정도다. 하지만 고인의 능력이나 많은 이들에게 전달해 준 영향력, 희망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이 정말 좋은 내용과 글귀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나에게만큼은 막연한 희망예찬, 무조건적인 감사강요로만... 그렇게 조금은 불편한 자태로 와닿은 것 처럼.

편집과정에서의 문제였을지 원저가 조금은 빈약한 탓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조만간 기회가 되면 추억속의 101가지 이야기를 한번 더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 내 삶에서도 과연 희망이란걸 품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이들이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무한한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다만, 나처럼 자신이 좀 염세적이라거나 비판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라면 시간 날 때 스르륵 훑어 볼 한편의 잠언집 정도로 여겨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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