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교양만화를 참 이례적으로 많이 본 특별한 해다. 식객부터 먼나라 이웃나라 등 왠만한 일반 교양서보다도 수준이 훨씬 높고 재미와 감동까지 주는 여러 시리즈북들을 참 많이도 접했기 때문이다. 그 중 학창시절에도 그림보다 글자가 많아 쉽게 정이 가지 않던(=.=) 먼나라 이웃나라의 신간 중국 근대편(1)을 가을의 문턱에 발을 내딛음과 동시에 펼쳐보았다. 학창시절부터 워낙 역사를 좋아했고, 그 중에서는 중국과의 관계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조선 후기 이후에 많은 관심이 있기에 이번 책 또한 내게는 아주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 중 하나였다. 무엇보다 자칫 어렵고 지루하게 느껴질법한 역사 이야기를 재밌는 그림체와 남다른 유머코드로 편안하게 풀어냈다는 사실이 가장 고맙고 기뻤다. 책을 읽는동안 여러가지 다른 작품들이 떠올랐다. 덕분에 아주 오래전부터 보고 싶었지만 미뤄둔 영화 <마지막 황제>도 틈 날 때마다 토막내서 감상했고, 고교시절 절친한 친구가 서점에 갈때마다 아쉬운 눈빛으로 책 표지만 만지다 오는 날 보고 크리스마스때 깜짝 선물로 전해줘 완소 보물로 간직하고 있는 <연인 서태후>도 떠올랐다. 그리고 그보다 몇해 전 같은 작가 펄 벅의 <대지>를 읽고 제국주의 시대의 서양작가가(그것도 어떻게 보면 더 보수적일 수 있는 여자임에도) 굉장히 호기심과 애정 충만한 시선으로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해 관심을 두었구나.. 란 감탄을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런데, 조금 우습게도 그녀의 그런 작품들이 전형적인 서구의 오리엔탈리즘으로 비하된 대표작가이자 작품이라는 설명을 이번 먼나라 이웃나라를 통해 알게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그 당시 느꼈던 감상은 무엇이었을까..? 보는내내 그저 먹먹하고 맘을 복잡하게 만들던 작품 <마지막 황제>. 그 중에서도 이 엔딩컷이 단연 선명하게 남아버렸다. 우리 역사에서 중국은 늘 포식자였다. 외세의 개입과 미완성된 남북국시대로의 반쪽짜리 통일을 초래한 통일신라때부터, 왕조가 바뀔때마다 단 한번도 곱게 한반도를 내버려 둔 일이 없는 나라가 바로 이 중국 대륙이다. 하지만 민족의 비극이자 역사의 상처로 남은 제국주의의 격변기에는 우리보다 큰 땅덩어리와 더 위세당당했던 지난 역사만큼 더욱 배가된 상처와 충격을 고스란히 떠맡게 된 것 또한 바로 그 중국 대륙이다. 그래서 지나온 사실들을 자못 담담하게 서술하고 때때로 유머 코드를 삽입해 희화화 한 이 책을 보며 더 묘한 씁쓸함과 번뇌를 느껴야만 했다. 제국주의와 냉전시대를 거쳐, 참 많이 닮은듯 다른듯하게 각자의 길을 걸어온 한반도와 중국대륙. 단순히 역사적 사실과 교양지식을 제공하려던 이 책을 통해 위와 같은 여러가지 생각들을 품으며 감상에 잠겨버렸다. 격변기에 왕족으로 태어났기에 상대적으로 더 격한 치욕을 느껴야 했던 부의를 보며, 당장의 생존권이 오가는 일반 민초들과는 또 비교할 수 없는 자기만의 비극을 동정할 수 밖에 없었다. 냉정한 비평자들은 배부르고 등 따숩게 태어난 자의 오지랖이라고 하겠지만 말이다.. 이제 현대사에 들어서는 동북공정이나 북한과의 문제 등까지 한반도와 중국대륙의 필요 이상으로 질기고 독한 인연은 계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막연하게 애증이라고 느꼈으나, 정말 단호하게 말한다면 애증도 사실은 너무 달달한 표현이 아닐까 싶다. 대체 이 미묘한 관계는 무엇이라 정의를 내려야 할까.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지독하게 그 결론이 간절해지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