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 외삼촌의 서재에서 우연히 꺼내 읽었던 <마음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감수성 여리던 그 시절에 101가지의 에피소드를 하나씩 읽어가며 어찌나 맘이 울컥울컥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이번에 그 책의 공저자인 잭 켄필드와 마크 빅터 한센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게다가 운좋게도 리뷰어로 그 신간 도서를 접하게 됐으니 어찌 아니 기쁠소냐. 책 제목처럼 새로운 축복이 내게도 하나 더 추가되었다. 아... 그런데.... 아뿔사 책을 읽는동안 좀 많이 혼란스러웠던 것이 사실이다. 음 분명히 좋은 내용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귀감이 될 멘트들이긴 한데 지난 101가지 이야기를 읽었을때의 찌르르함이 없달까. 울컥도 마찬가지고.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 내가 그만큼 더 각박하고 날카로워진걸까 아님 그 시절과 그 이야기가 단순히 잘 맞아떨어졌던걸까. 참 여러모로 곤혹스러웠다. 게다가 이 책은 국내의 명사 두명이 추천사 겸 감상을 짧막하게 써 주어 뒷면에 그것이 수록되어 있는데, 바로 그 두 사람이 이동우씨와 최윤희씨다. 내가 책을 받아든 시점은 출간일로부터 한달정도밖에 지나지 않은 때. 그리고 최윤희씨의 자살소식이 전해진지 고작 이틀 남짓 이후. 마케팅 담당자와 편집자.. 이제와서 표지를 바꿀수도 없고 나만큼 참 곤혹스러웠겠군 싶었다. (나도 참 쓸데없이 과한 오지랖이지...) 하긴 어쩌면 도리어 더 효과를 봤을지도 모르겠고.. 책을 읽는 내내, 시력을 잃었지만 20여년을 함께한 친구들과 함께 남자들의 끈적끈적한 우정과 의리라는게 무엇인지를 제대로 보여주며 방송에 복귀한 이동우씨. 그리고 육신의 고통을 끝내 이기지 못한 채 건강했던 남편까지 덩달아 함께 손잡고 세상과의 작별을 고했던 최윤희씨. 이 두사람간의 닮은점과 공통점을 고민해봤다. 그리고 이 상반된 결론에 대해 책 속에서 등장하는 무수한 인물들의 비극과 대처 자세들이 어떤 방식으로 다르게 적용되었을지 고민해봤다. 나는 언제나 누군가의 힘듦에 대해 내가 그것을 다 알거나 이해한다는 투로 경솔한 판단을 내릴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적어도 행복전도사로 온 국민들에게 많은 귀감을 전해준 이 사람이 자신의 것은 차마 남겨두지 못한게 가장 큰 문제요인은 아니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동우씨는 반대로 곁에 머무는 이들이나 자기 스스로를 통해 지켜온것들이 많았을테고. 이 책이 내게는 최윤희씨의 사건과 말처럼 와닿았다. 사실 생전에도 나는 고인에 대해 큰 흥미나 관심이 없었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멘토인 막내이모가 선물해 준 고인의 저서도 내 방 어딘가에 깊숙히 박혀있을 정도다. 하지만 고인의 능력이나 많은 이들에게 전달해 준 영향력, 희망은 추호도 의심하지 않는다. 이 책이 정말 좋은 내용과 글귀들을 담고 있으면서도 나에게만큼은 막연한 희망예찬, 무조건적인 감사강요로만... 그렇게 조금은 불편한 자태로 와닿은 것 처럼. 편집과정에서의 문제였을지 원저가 조금은 빈약한 탓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조만간 기회가 되면 추억속의 101가지 이야기를 한번 더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 내 삶에서도 과연 희망이란걸 품을 수 있을까? 의문이 드는 이들이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사람 그리고 밑도 끝도 없는 무한한 격려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다만, 나처럼 자신이 좀 염세적이라거나 비판적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라면 시간 날 때 스르륵 훑어 볼 한편의 잠언집 정도로 여겨주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