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달러로 먹고살기 - 당신은 무엇을, 왜 먹고 있는가?
크리스토퍼 그린슬레이트 & 케리 레너드 지음, 김난령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언젠가 엄마가 보는 잡지를 옆에서 뒤적거리다 '한 끼 1000원 식단'으로 유명해진 한 가정주부 인터뷰를 본 기억이 났다. 이 주부는 남편과 같이 먹는 밥상 차림에 평소 천원 이상의 식비를 지출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해졌는데, 이 기사를 본게 거의 10여년 전 임에도 불구하고 가격대비 꽤 풍족한 상차림으로 어린 나에게도 놀라움을 안겨주었다. 물론 그 분의 경우는 시골집에서 보내온 채소로 만든 것, 이미 집에 구비된 양념, 김장김치 등은 가격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그로부터 10년이 더 지난 지금, 그것도 미국에서 1인당 하루 1달러의 식단으로 한달간 프로젝트를 실험한 부부가 있다. 두 부부에게 식비로 활용 가능한 금액은 정확히 1인당 1달러. 만원의행복은 뭐 감히 명함도 못 내밀 기세다.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뭐랄까, 유익함이 더해진 팩션소설같은 느낌? 아, 정확히 말하면 팩션도 소설도 아니지.. 실존하는 부부가 실제로 자기들이 겪은 수기를 엮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보면 다큐인데 실상은 정말 소설같다. 그만큼 스토리텔링도 수준높고 이야기도 재밌다. 정치적인 메세지나 구호활동에 대한 주장이 담겨있는데도 전혀 무겁거나 신파스럽지 않다. 그래서 주저없이 별점 만점을 주고 싶었다. 이런 책을 또 만나다니 심봤다! 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었다.

이 책은 주인공 부부가 공저자다. 두 부부가 목차별로 번갈아가며 글을 쓰는 것 또한 지루함을 달랠 수 있어(하지만 부부라선지 문체가 묘하게 비슷해-편집의 위력일지도 모르겠지만- 흐름이 끊기는 느낌은 없었다.) 즐거웠다. 괜히 그들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이야기를 전해듣는 기분도 들었다.

이 책은 후반부로 갈 수록 기아문제를 비롯한 공동체 생활에 대한 여러가지 토론거리들을 등장시킨다. 이 부분은 "아 이런게 있겠군~"하며 절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내용이란 생각을 했다. 단순 교양지식으로도 알아두면 좋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의 우리 모두가 심각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피부에 와닿게 느낄 문제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케리와 크리스토퍼 부부의 개인 하루 식비는 1달러. 우리 환율로는 1200원 이내, 고작해야 김밥 한 줄 값이다.

 
나는 올빼미형 체질의 인간이라 이 책을 주로 침대에 앉아 밤시간에 읽었다. 그런데 역시 식생활 문제와 관련있는 게다가 두 주인공이 계속 배 고파하며 쓴 이야기가 주를 이루기에 순간순간 먹고 싶은 음식들이나 어쩌다 주어진 호사스런 메뉴에 대한 설명이 아주 남다른 표현으로 쓰이고 상당한 분량을 차지한다. 현재 치아교정 중이기에 꼼꼼하게 양치를 마치고 책을 든  나는 매번 그런 장면들을 대할 때 마다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서평의 제목도 '심야정독 금지 제안'이다.



이번에 읽은 <하루 1달러로 먹고 살기>는 작년 여름에 봤던 <괴짜사회학>과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거듭 하게되었다. (☞ 리뷰보기) 현실의 난해함은 전혀 알지도 못하면서 탁상공론적인 정책만 뱉어놓는 위정자들에 대한 반감은 끊임없이 샘솟았고, 우리가 먹는 음식인 food라는 단어에 junk를 붙이는 미국에 살지 않는다는 것에 새삼 안도를하게도 했다. 책을 다 읽고는 얼마전에 SBS에서 방영한 '고도비만은 가난을 먹고 자란다'라는 다큐가 궁금해져, 조만간 다시보기를 시청할 예정이다.

오랜만에 읽는 내내 너무 재밌고 흥미로워서 다른 일을 하면서도 가방속에 있는 책만 의식하는 경험을 했다. 하지만 단순히 유희거리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내용이 담겨있어 더욱 좋았다. 단순히 어떤 사건(이를테면 1달러로 밥 먹기)에 대한 기록과 감동을 강요하는 교훈으로 마무리 짓지 않고, 다음 장으로 넘어갈수록 더 나은 과정으로의 끊임없는 시도가 이루어진다는 점에 박수를 쳐 주고 싶었다. 어쩌면 소울메이트라는건 바로 이 부부, 케리와 크리스토퍼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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