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레르 5 - 독수리의 승리
나오미 노빅 지음,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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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조금 아쉬웠음은 숨길 수 없는 사실인 듯 합니다.
이제껏 오탈자는 물론이고, 책에 관한 의문점이나 구성상 불만은
전혀 없었던 테메레르 시리즈였고, 언제나 만족과 설레임을 주었기에
 
오랜시간 기다려왔음에도, 처음으로 여러건 발생한 오탈자를 비롯해
급 반전되어버린 내용상의 분위기 등이 이제껏 기다려온 시간에 대한 보상심리와 더해져
더욱 아쉬움을 낳을 수 밖에 없으니까요. (주인공이 언제나 완벽할 순 없지만 갑자기 뭔가
결핍되어진 모습을 보이면, 그를 기다려온 팬으로서는 아쉬울 수 밖에 없다는 뜻 입니다^^;)
 
 
 
 
내용상으로는
좀 더 의식적으로, 능력적으로, 성장한 테메레르와
그런 성장을 바탕으로 로렌스를 대하는 그의 마음이 더욱 깊어지고 강렬해 진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것
 
언제나 조국의 안녕과 군인으로써의 책무만을 수행하는 로렌스가 아닌
과거의 연인 에디스를 안타깝게 여기고, 자신의 가치관과 현실 사이에서 번뇌하는 인간적인 로렌스까지
 
이제껏 테메레르 시리즈에서는 만나볼 수 없었던
주인공들의 다양한 변화와 새로이 등장한 여러 개성있는 캐릭터들을 접하게 된 점 입니다.
 
 
 
 
더불어 원작자이신 노빅님께서는 나폴레옹을 매우 비열한 무법자이자 몹쓸 악당으로 표현하신 듯 했지만^^;
 
적어도 그의 진취적이었던 성향이나, 단신임에도 불구하고 신체적 컴플렉스를 극복하고 전 세계를 아우를 수
있었던 통솔력 등은 크게 인정하고, 존경하고픈 한 사람으로써, 로렌스의 양심적 행동에 대해
그 나름의 보상을 했던 부분이(해당 부분은 로렌스의 양심을 이용하려는 악랄한 행위로 해석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저 자신의 나라와 용들을 위했던 그의 마음에 감복한 나폴레옹이 자기 나름 취할 수 있었던 보은이라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좋았습니다.
 
이제까지 부록으로 삽입되었던 용에관한 논문이 빠진 것은 조금 아쉬웠으나
그만큼 이야기 전개가 폭넓고, 더욱 역동적으로 펼쳐질 다음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고취될 수 있게 스토리가 전개된 것이 좋았던, 5권인 듯 합니다.
 
‘영웅’이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이번 편에서는 초반에 과하나마 판단미스를 범했던 로렌스가 점차 이성을 찾고
테메레르가 사랑했던 영웅으로의 모습으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전화위복의 계기를 마련하여
기존보다 더 나은 그릇으로 성장해 나갈 수 있었던, 내용이 주를 이뤘다는 것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이어서, 테메레르가 영국 정부에 중국여행 이후로 거듭 주장해 온
용들의 권익 신장에 관한 부분이, 단순히 소설에서 등장하는 용이라는 신비스러운 존재의 특성 중 한 일면이 아니라
휴머니즘과 도덕이 점차 상실되어가는 이 시대에, 우리가 깨우쳐야 할 이타주의라는 가치를 다시 한 번 되새길 수 있는
순간이라고 느껴져 좋았던 것 같습니다.
 
단순히 픽션을 바탕으로 흥미만을 유발하는 소설이 아닌
많은 깨우침과 감탄을 주는 소설이라는 것이 제가 테메레르 시리즈를 사랑하는 이유입니다.
 
더불어 테메레르를 통해서 이제껏 서양에서는
필요악이자 흉폭한 파괴의 상징으로 비추어지던 용이라는 존재가
우리 동양에서의 가치관처럼 신비스럽고 의로운 존재라는 것으로
재조명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욱 마음이 뿌듯해 집니다.
 
영화화 된 테메레르와 흥미가 더욱 고조된 마지막 이야기로
우리 팬들을 사로잡을 6권을 기대하며 이만 서평을 줄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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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콘서트 2 - 우리 동네 집값의 비밀에서 사무실 정치학의 논리까지, 불확실한 현실에 대처하는 경제학의 힘 Economic Discovery 시리즈 2
팀 하포드 지음, 이진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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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20살 예비여대생의 꿈이다.

수능을 마치고, 대학 입학이 결정된 시점에서 그래도 경상계열 진학을 앞둔 예비 대학생인데, 지성인으로서 한걸음 더 성장하기 위해서는 ‘방학 중에 다독(多讀)을 실천해야지 ’싶어서 서점에서 이미 베스트셀러 코너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던 경제학콘서트(1편)를 집어들게 되었다.

경제학콘서트는 대학생활에(내가 공부하고 싶은 경상계열의 학과목만을 공부할 수 있다는 것)대한 로망이 절정에 이르렀던 꿈많은 어린 나에게 무척이나 컬쳐쇼크로 다가왔던 책이다.

비록 좋아하는 과목일지라도, 처음 수능시험을 위한 경제과목을 접할때는 이해도되지 않고 너무나 수학화된 과목 내용에 엄청난 졸음을 유발하였기에, 시험에서 바닥을쳐서 좌절감도 끌어안고(심지어 미래 진로에 대한 진지한 고찰까지...)했던 기억이 덕분에, 경제학이란 이 분야가 이렇게 재밌게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다소 억울하기까지 했었다.

그런 부분에서 저자인 팀하포드는 무척이나 이 분야에 재능이있는 사람같다. 특히 이번에 세븐툴즈를 통해, 용돈을 털어서라도 구입하려 했던 2권에서는 그러한 확인이 더욱 두터워졌다.

저자는 비교우위를 설명하면서, 본인에게는 별다른 능력이 없음을 재차 강조하는 뉘앙스의 멘트를 종종 등장시키지만, 실제로 경제학을 연구하는 부분뿐만이 아닌, 그러한 내용을 ‘경제학은 어렵다’라는 선입관에서 형성된 독자들의 긴장을 누그러뜨리고, 어렸을 때 할머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 혹은 친구들과의 다소 신랄한 일상에서의 수다 같은 감으로 이 난해한 학문을 풀어내는 유능한 작가적 재능까지 갖추고 있다. - 이것은 책 앞에 유명한 경제학자들(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과 여러 권위있는 언론에서 그와 그의 책에 대해 극찬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경제학자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어떤 해석이 도출될까?”
라는 질문에 가장 알맞은 대답이 바로 이 경제학콘서트라고 생각한다. 수능경제에서 요구하는 수준 정도의 경제학원리만 알고 있다면 아주 즐겁게 읽어낼 수 있는 내용이지만, 굳이 그러한 것들에서 이해가 없이도 쉽게 경제학을 맛 볼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요즘 사람들이 제태크에 대해 말이 많다. 펀드, 주식, 부동산 등등 여러 부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는 이런 흐름속에서 제태크의 근간이 되는 ‘경제’라는 개념을 학문으로써의 딱딱한 느낌이 아닌 실생활과 관련한 매우 유동성있는 관점으로의 이해가 가능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알콜중독자나 매춘부 등에 대한 설명 중 우리가 그저 무시하고, 사회악적인 존재라고 여기는 부분들에 대해 그들도 그들 나름의 합리성 아래 판단이 이루어지고 행동을 실천함을 설명하는 내용 등 놀랄만큼 다양한 관점에의 접근이 이번 2권에서 두드러진 것은 매우 신선하고 탁월했다고 극찬해주고싶다.(비록 그러한 설명 속에서 그들에 대한 과도한 옹호가 아주 약간의 위화감을 조장했을지라도)

전체적인 구성은 전편에 비교할 때, 한층 더 심오하게 일상의 소소한 사건 혹은 전혀 경제와 무관할 개념들과 연관지어 여러 개념들을 풀이한 것이, 이 책의 특징이다. 개인적으로 영화나 책 부문에서 스포일러는 혐오하는 성격 탓에 리뷰에서도 가급적 내용은 언급하지 않는 타입이지만, 이 책만큼은 모든 내용을 아직 읽지 못한 지인들에게 주절주절 설명하며, 강추하게되었다.

문득 만으로 2년을 훌쩍 넘겨버린 과거의 경제학콘서트(1편)를 읽던 나와, 어느새 22살이 되어 그때보다 한층 더 경제라는 부문의 지식으로 무장된 모습으로 기대도 하지 않았던 2편의 출간을 접하고 기쁜마음에 틈만나면 책을 들고다니며 펼치고, 공감 혹은 깨달음을 얻은 부분이 밑줄을 긋는 지금의 내가 오버랩되며 여러 생각들을 낳았다.

더불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 수많은 공상과 감상들 중 얼마 전, 전공 과목의 과제물로 제출했던 서평의 한 구절이 생각났다.

「시장경제는 옳다. 앞으로 우리의 경제적 선택이 나아가야 할 경우의 수 중에서 가장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인류의 현재가 모두에게 주어진 것이 동일하다는 전제가 아니기에 약자를 배려하고 조금 더 나누어 주는 ‘기회의 평등’을 전제로 하는 시장 매커니즘의 구축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유일한 행보이자 정답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시장경제, 자본주의, 황금만능주의’이런 용어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궤도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그런 것에서 붉어지는 단점이나 모순들을 무조건 타파하자고 아우성치고 외면하기보다는 경제학콘서트의 저자 팀하포드처럼 좀 더 긍정적으로, 좀 더 세심하게, 좀 더 의미있게 세상을 바라보고 대처해야 살만한 세상을 이룩하고 계승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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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전을 요구한다 - 장하준의 경제 정책 매뉴얼
장하준.아일린 그레이블 지음, 이종태.황해선 옮김 / 부키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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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득 이 책을 이번학기에 읽었기에, 더욱 가치 있게 와 닿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저자인 장하준 교수가 언급하는 ‘신자유주의’의 병폐가 바로 우리 눈앞에서 적나라하게 선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올 2월 출범한 MB정부 이 후, ‘각종 규제철폐’, ‘민영화’, ‘지적재산권 강화’ 등을 예제로 하는, 신자유주의의 바람은 가히 태풍에 비유할 만하다. 신자유주의는 70년대의 케인즈 학파가 주장했던 유효수요이론에 반기를 들며 등장해, 현재까지 30여 년간 세계경제의 흐름을 장악해왔다. 더불어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사회주의의 개념이 유명무실해진 이때에 들어서는 책의 메인 소개에서부터 언급되는 내용과 같이 대처(Thatcher) 수상의 ‘대안 없음(there is no alternative)’을 슬로건으로 내세우며  오늘날의 대한민국처럼, 허점투성인 가치를 강요하기에 급급했다.
 
 신자유주의에 대한 비판은 근래에 이르러 발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제까지 도처에서 수없이 제기되었지만, 장하준 교수의 책을 극찬하는 여러 명사들의 말처럼, 대안이 없는 비판만을 일삼았던 것이 현실이었다. 평가 가능한 구체적이고도 가시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장하진과 아일린 그레이블이라는 이 두 교수가 공동 집필한 <다시 발전을 요구한다>는 더욱 가치를 지닌다.
 
 한국 사회 격언에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표현이 있다. 무엇이든 한 자리에서 오래 머물게 되면, 본래 가치 있던 것도 그 의미를 상실하고 점차 퇴색되어 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은 우리 주위에서 얼마든 찾아볼 수 있다. 저자들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신자유주의란 결국 ‘그릇된 신화’이자 그러한 신화에서 이어진 그릇된 욕망이 빚어낸 환상임을 신랄하게 폭로한다. 더불어 신자유주의의 기본원칙들을 하나하나 되새기며 대안을 제시하기에 이른다. 익숙한 것을 고집하고, 새로운 것(안정성을 검증 받지 못한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것은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근본적인 욕구가 결국 사회의 ‘썩은 물’을 생산해 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저자들이 주장하는 비판이나 대안은 시장경제에 대한 확고한 믿음에 기초하고 있다는 점에서 어쩌면 ‘기존의 관례를 뒤집는 혁신’의 기준선을 극복하지는 못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근거 없는 비판만을 일삼거나, 단순한 비합리적인 결과물만을 두고 생떼를 부리던 기존의 관행을 볼 때, 그 설득력이나 가치는 충분을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오늘날처럼 신자유주의가 현재와 같이 제어기능 없는 무분별한 질주를 멈추지 못하는 한, 과거 인간의 본질과 연계하여 사회의 미래를 그리던 고대철학자들도 예상했던(하지만 우리는 예상조차 하지 못했던) 부정적인 내일이 하루 빨리 찾아올 것이다.
 
 나는 개방경제를 지향한다. 하지만 눈앞에 제시된 극명한 문제점들은 분명 극복하고 수정되어야 한다고 굳게 믿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는 경쟁자 없는 독주이다 못해, 신격화에 이른 신자유주의에서 비롯된 6가지 신화의 허구성을 정리하고 비판한 이 책이 매우 유쾌하고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다. 오늘날의 우리는 세계화라는 이름 아래 추진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정책에 대해 구체적인 대안을 토대로 비판할 수 있는 안목을 키워야 할 필요가 있다. 그저 촛불과 유모차만을 앞세워 무분별한 비판과 야유를 퍼붓거나, 자신의 분명한 신념 없이 ‘모두가 하는 것이 의로운 것’이라는 흑백논리의 오류에 빠져 자신의 색깔을 잃고 그 무리에 동요되는 모습은, 지금의 경제 상황만큼이나 불합리하게 퇴보하는 것에 불과하다. 과거 고문학과 하늘의 이치만을 따지며, 무엇이 진정으로 옳고 가치 있는 것인지 외면하던 중세사회의 뒤틀렸던 현실과 크게 다름이 없는 것이다. 신자유주의 정책에 맞서는 실현 가능한 대안들이 실제로 존재한다. 그것을 바로 이 책을 통해 저자들이 논증하는 것이다.
 
 이 책은 기존의 주류 시각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시각으로 세계 경제를 통찰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의의를 지닌다. 더 나아가서는 이제껏 그 어디에서도 시도되지 못했던 다양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미래를 한 걸음 앞서나가는 기회까지 제공한다.
 
 
 문득, 장하준 교수의 책을 여러 권 거치며 들었던 의문이 있는데, 저자는 이제껏 경제적인 입장에서 남부러울 것 없는 유복한 삶을 살아왔다는 테마이다. 이렇게 별 사건이나 사고 없이 언제나 필요한 것은 충족할 수 있었던 생활에서, 과연 궁극적으로 진정한 가치와 모두에게 적용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수 있을까? 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번 책을 읽으며, 마음을 고쳐 잡을 수 있었다. 언제나 주류가 대세를 이루고, 그 형성된 흐름 외에는 강건한 입장으로 모든 것을 배척하는 현실이 ‘경제’적 사회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배타적인 메커니즘 안에서 주류가 아닌 비주류를 택하고 소신 있게 그것을 주장해 올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저자의 가치관이 그저 뜬구름 잡는 반항심리가 아니라, 진정으로 무언가를 변화시키고자 하는 희망이라고 깨닫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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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사마리아인들 - 장하준의 경제학 파노라마
장하준 지음, 이순희 옮김 / 부키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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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친… ”
 
 나는 개인적으로 책을 읽는 방법에 있어서 가장 무식하다고 하는 ‘하나하나 정독’유형의 사람이다. 그것은 요즘 쓸모없는 낭비라고 지적받는 띠지부터, 저자의 출판 감사인사까지 책에 있는 글씨는 모두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타입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책의 표지부터 날개부분의 저자소개 이하 글들을 순서대로 차근차근 읽어나가던 나는, 문득 머리 한곳을 둔기로 얻어맞은 기분을 느끼며 유발된 분노에 다소 격한 표현을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유아기의 아들을 공장에 보내어 일을 시키는 것이 옳다니, 이게 바로 고등교육의 과정을 거친 소위 말하는 ‘엘리트’의 사고방식이란 말인가? 순간의 울컥했던 감정은 후에 뒷면에서 이어지는 ‘내 귀에는 여러분이 나를 보고 미친 사람이라고 욕하는 소리가 들린다.’라는 문장 이후의 해명으로 어느 정도 오해를 풀게 되었지만, 어쩐지 이 책을 읽는 내내 언짢은 기분이 지배적일 것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나의 단점을 하나 더 짚어보자면, 나와 상반되는 의견은 일단 듣기는 하되 깊게 수용하지 않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시작하기에 앞서 염려했던 기우와는 달리  중간과제였던 <시장의 탄생>만큼이나 여러 사례들에 공감하고, ‘역시 보호무역이…’하는 순식간에 수년간 지켜온 지론이 흔들리는 내 모습마저 발견할 수 있었다. 자유무역을 주장하는 선진국과, 어설프게 그것을 뒤쫓는 개발도상국의 실패 사례에서 어폐가 있는 부분들만 과도하게 강조한 탓에, 자기 지론이 굳건하게 정립되어 있지 않은 이들이 읽기엔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것 같은 혼란을 심어 줄 만큼 파워가 있었다. 그만큼 저자의 표현 능력이나 설득력이 대단하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그런 책 이었다.
 
 서구 선진국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악한 3총사는 이 책에서 아주 은유적이지만 매우 날카롭게 그들이 상황과 경우에 따라 태도를 달리 하는 태도를 지적받는다. 고등학교 때, 잠시 흥미를 가졌던 <법과 사회> 교과목에서 처음 접한 ‘착한 사마리아인의 법’에서 제목을 차용한 이 책은, 요즘 들어 내 주변 사람들에게서 다소 실망스럽게 느껴온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적인 태도의 자기미화 방식을 신랄하게 꼬집는다는 부분이 가장 매력적인 것 같다. 현대의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실수나 잘못을 애써 합리화 하며, 타인이 같은 잘못을 범했을 때는 결코 용서하지 못할 중죄로 몰아 마치 자신이 정의의 심판자라도 된 듯 마녀사냥을 자행한다. 그런걸 보자면 본문처럼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독선’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신입생 시절 교토의정서에 대해 조사를 하며 이미 발전해 버린 서구 열강들은 이미 자신들이 이용할 부분은 마음껏 유린한 뒤, 이제 와서 새로운 도약을 하고자 하는 후진국들에게 후대에 남길 자연을 보존하자고 강요를 하는 것은 불합리한 처우라고 하던 내용을 접한 기억이 난다. 아마도 이 책의 본질적인 강조 부문과 가장 통하는 내용이지 싶었다. 이제 우리 사회는 세계의 경제 흐름을 ‘인간의 사회성’과 연관 지어 홀로는 결코 살아갈 수 없는 자유무역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자리 잡고 말았지만, 역시나 허울뿐인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국민 한 사람으로서도 씁쓸한 마음은 지울 수 없었다.
 
 무작정 보호무역에 대한 예찬론만을 늘어놓지 않은 것도 내 마음을 잡아끌었다. 일단 자유무역과 보호무역 그리고 자보무역까지의 대안을 놓고 선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하더라도 나는 역시나 자유무역이 우리 시대에서 선택해야 할 방향이라고 대답하겠지만, 전반적인 글의 표현 방법이나 결론을 매듭지을 때 간단명료하고도 가슴에 와 닿는 표현을 구사하는 그의 능력은 이번 <나쁜 사마리아인들>을 통해서 장하준 이라는 경제학자를 만나게 되어 무척 기쁘고, 앞으로 다른 책을 통해서도 알고 싶다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보호무역에 대한 필요성을 역설해야 하기에, 현실 속 거래에서 어느 정도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대한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부분들을 다소 간과한 점이 있다는 것이 아마 가장 아쉬운 부분일 것이다.(아마, 그런 부분까지 보완됐더라면 나는 이 책을 계기로, 보호무역론자로 전환하여 색깔을 달리하는 계기를 마련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래도 본문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사다리 걷어차기’에 대한 내용이었다. 앞서 언급한 교토의정서도, 적절한 시기적 대응 아래 자신의 태도를 구원의 손길인양 합리화하는 서구의 불합리도 모두 이 한 어구로 응집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었다.
 
 이제 끝으로, 에필로그의 제목을 짚어보자. ‘세상은 나아질 수 있을까?’ 이 말은 사실 문장만 두고 판단하자면 동의할 수 없다. 며칠 전 타 전공과목의 과제를 위해 동남아 관련 최신 기사를 수집하면서 느꼈던 애통함에서와 마찬가지로, 세상은 점차 부익부 빈익빈만을 향해 무한질주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느 학자가 연구한 결과로써 국내의 불공평한 부의 분배를 임의로 회수하여 동등하게 분배하여도 그것은 다시 3년 이내에 현재와 같은 시점으로 돌아올 것이란 분석을 내렸다고 한다. 이와 같이, 일정한 시일까지로 예고한 보호무역 아래에서는 과제의 마감 시일이 여유 있다고  새로 개봉한 영화를 보러 다니고 친구들과 밤거리를 방황하는 나 같은 전형적인 게으름뱅이들이, 선착순으로 과제 제출인수를 제한하는 방식(어느 정도 질을 고려한다는 전제 하에)과도 같은 자유무역 아래에선 조금 더 욕구를 억제하고 앞으로 뻗어나가기 위해 애쓰고 자신을 채찍질하는 건강한 사회를 이룩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
 
 이미 언급한 내용이지만 이번 과제를 통해서 반강제적이나마 장하준 이라는 경제학자를 알게 된 것이 내게는 가장 큰 성과다. 이번 방학을 통해 이미 기존에 출판된 그의 저서들을 접하고 새로운 경제관념의 세계를 탐독하고자 굳게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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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하는 철학자 - 소크라테스에서 페터 슬로터다이크까지
크리스티아네 슐뤼터 지음, 조희진 옮김 / 말글빛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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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대체 우리학교는 왜 "

주입식 교육의 산물은 한국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3년을 보내던 중 2학년 과정 중에 필수과목으로 1년을 함께 신음하며 보내야 했던 윤리와사상이 떠올랐다. 나름 암기과목 중에서도 애착을 갖고 있던 과목이었기에 그때 혹독한 선생님의 암기 수업법에도 불구하고 나름 기꺼이 수업내용을 받아들였던 추억을 되살려, 이 책을 신청하게 되었다.

서평과 조금 관계 없는 내용이지만, 윤리의 경우 재수생에 비해 재학생에게 무척이나 불리한 과목임에도 불구하고 필수과목으로 지정한 학교의 의도를 처음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단순히 입시만을 위한 것이 학교생활의 전부는 아니라는 면에서 볼 때, 꼭 한번쯤은 배우고 넘어가야 하는 것이 사상/철학 분야라는 생각이 관련 수업을 듣는 내내 떠오른 생각이었다.

앞서 서평을 작성하신 블루가이님의 평가를 꼼꼼히 읽어보았다.

같은 의견이다.
초급자의 입문서로는 부적절한 매우 심오하고 난해한 내용이었다.

초급자의 한 입장으로써 그나마 윤리와사상이라는 얄팍한 지식이나마 없었다면, 그야말로 흰건 종이요 검은건 글자라는 기분으로 책장을 넘겨야만 했을 것 같을만큼 어려운 내용이였다. 하긴,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가 아무리 쉽게 표현하려고 한들 심오한 과목이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마 보통 민간인(?)들에게 가장 널리 알려진 소크라테스의 경우에도 그에 대한 설명을 읽을 때, 같은 문단을 3~4번 반복해서 읽어야만 간신히 그 의미가 조금은 와닿는 듯한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었다. 그가 이정도인데 하물며 생소한 다른 학자들은 어떠하겠는가.

고등학교때 존경했던 한 선생님으로부터 선진국가일수록 역사학과 철학이라는 학문에 국가적인 투자가 전폭적이라는 얘기를 들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우리도 어려서부터 사상과 철학에 대한 이해를 직간접적으로 접해온다면 이런 난해한 도서를 아무런 부담 없이 술술 읽어내려가는 교양을 갖추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운 생각도 해 보았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하게 읽었지만 가슴을 울리거나 감명깊은 단락을 지적할 만큼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때 아무생각없이 펼쳐서 읽고 “이게뭐야”싶었던 <어린왕자>를 접했던 그 느낌이 이랬던 듯 싶다. 아마도 시간을 두고 수차례 읽어야만 고매한 철학자들의 그 높고 높은 기상이 조금이나마 내 가슴에 와닿을 듯 싶다. 소크라테스의 말이 백번 옳다. “나는 내가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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