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일약국 갑시다 - 무일푼 약사출신 CEO의 독창적 경영 노하우, 나는 4.5평 가게에서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배웠다!
김성오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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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나는 학교에서 전공 심화과정으로 마케팅을 공부하고 있다. 겨울방학의 끝을 앞둔 무렵 교수님께서 마지막 세미나 과제로 제출해 주신 과제는 <육일약국 갑시다> 북리뷰.-다만 우리는 핵심 메인이 마케팅 세미나인만큼, 책을 읽고 느낀 감상보다는 그 안에서 찾을 수 있는 마케팅적 키워드를 찾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나는 사실 이 책이 베스트셀러라는 것도 몰랐다. 그리고 나도 한때 속했었고, 우리나라 청소년 중 사실 이 회사 모르면 간첩이다 싶을 만큼 유명한 메가스터디가 중등부 엠베스트와 독립노선에서 출발했다는 것도 몰랐다. 스터디 모임 내에서 처음으로 제공받은 북리뷰식 케이스, 그리고 나와 김성오 CEO와의 만남. 이 생소한 시작은 시작만큼이나 그 과정도 끝도 모두 생소함 그 자체였다.

 

책을 읽는 동안 느꼈던 그 기분들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이 책을 두번이나 정성을 기울여 완독하고 케이스 발제를 위해 다시 또 부분들을 뒤적이고 분석했다. 그렇게 파헤치고 나서 느낀 생각 하나는, 너무 잘 된 이야기들만 소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었다. 저자도 후반부에서 언급하기를 ‘ 사람들은 지금의 나를 보고 오해하는 것이 있지만, 나는 늘 성공만 해 온 것이 아니다. 나도 10번을 시도하면 적어도 7번은 실패의 아픔을 겪어야 했고, 그 중 3번의 성공을 통해 다시 도전해 온 것이다. '라고.. 그런데 그 7번은 모두 어디로 가고 3번의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 10번 중 9번의 성공규모가 되어 언급된것일까. 나는 그 부분이 참 아쉽더라.

 

사실 책을 맨 처음 읽어내려가는 동안은 부러움과 감탄 그 자체였다. 어쩜 이렇게 앞서가는 혜안을 가지고 뭐든 척척 성공시키는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놀라웠고, 존경스러웠다. 저자가 이 책을 쓰기 위해 마케팅을 따로 공부한 것 일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약대를 나와 약사의 직종을 갖고 후에 본의아니게 온라인 입시교육(고입,엠베스트) 사업에 종사하게 된 사람치고는 그의 말 하나하나와 문장의 구색이 내가 대학에서 마케팅원론 수업시간에 배운 마케팅의 대부 필립코틀러의 말과 한치도 다름 없이 꼭 들어맞았다. 후배 말을 빌리자면 가슴 한켠이 쫄깃해지는 기분이었다. 세미나가 아니었다면 그냥 넘기고 말았을 이 책을 읽는 순간순간이 매우 흥미롭고 즐거웠다. 저자는 언제나 블루오션 개척을 위해 노력했고 그것에 대한 성과를 이룩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새삼스레 느낀건ㅡ역시 될놈은 된다는 것 이었다. 그만큼 이 책에서는 저자의 뼈를 깎는 눈물어린 인내나 노력 보다는, 순간적인 판단과 호기로 거머쥔 대단한 결과만을 부각했다.

 

분명 힘든 일이 많았을 것이다. 동기 학우들과는 다르게 시골 외진 곳에 빚으로 시작한 약국을 개업할때도, 이제껏 단 한번도 접해본 바 없는 생산직 사장자리를 맡았을때도, 탄탄대로인 메가스터디에서 나와 엠베스트의 독립노선을 걸을 때도 말이다. 근데 그런 과정이 조금 더 부각됐다면 보다 더 설득력있고 공감가는 진짜 휴머니즘적인 개발서가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케이스 발제를 위해 저자인 김성오 CEO에 대해 알아봤다. 육일약국 경영 당시에도 그래왔듯이-저서에서 나타난다.- 지금까지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 늘 헌신하는 이 시대 속 진정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이었다. 내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롤모델의...

 

실제로 김성오 CEO의 사생활이 어떤지, 내면적 인품이 어떤지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러저러할꺼야 라고 의심하고 시기하는건 안그래도 삭막한 이 세상에서 정말 슬픈 일인 것 같기에 나는 겉으로 비춰지는 그 모습 그대로를 믿고자한다. 그런 의미에서 김성오 CEO 같은 사람들이 보다 더 많이 자신의 이야기와 생각을 읊은 책들을 많이 내주길 바란다. 그것도 보다 우리 가까이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업가들이 말이다. 이번 <육일약국 갑시다>의 경우처럼, 내가 로그인해서 늘 학습하는 우리 온라인 학습사이트의 사장님께서 책을 내셨고,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국내에 유일무이한 사업가가 되었다면 자라나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얼마나 많은 귀감이 되겠는가.

 

개인적으로 아직까지 육일약국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에 조금 애도를 표한다.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당장이라도 마산으로 달려가서 약사님께서 주시는 드링크제를 한 병 얻어먹고 온몸에 퍼진 내 각종 잔병들에 대해 친절한 상담을 받고싶어졌기 때문이다.

 

요즘 경기가 많이 어렵다. 세상은 뒤숭숭하고, 내 가족 외에는 아무도 못믿을 세상으로 변해가는 듯 해서 씁쓸함을 감출 수 없다. 하지만 모든 기업가들이 자신의 사리사욕만 챙기고 소비자들을 속인다고 생각지는 말았으면 한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불신과 각박함으로 시들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요즘같은 때, 아마도 가장 필요한 책이 이 <육일약국 갑시다>라고 생각한다. 언제나 불안하고 믿을 수 밖에 없는 소비자나, 그런 소비자들에게 믿음과 안전한 제품을 제공할 의무가 있는 기업가들 모두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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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한 잔 하실까요? - 여섯 가지 음료로 읽는 세계사 이야기
톰 스탠디지 지음, 차재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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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문단과 두번째 문단은 자세한 설명을 조금 더 덧붙인듯 별 차이 없어보이는 내용이지만 사실은 크나큰 차이점이 있다. 어렴풋하지만 아주 어려서부터 역사과목을 좋아했던 내 기억에 의하면 위의 문단은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 시절까지 배우던 역사였지만 그 아래로 오는 두번째 문단은 고등학교 시절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것이야말로'진짜 역사'다 라고 생각하게 된 혁명적인 계기를 마련해 준 수업내용이었다. 그것은 과거 자연에서 제공하는 채집물만을 생명원으로써 이용하던 구석기인들이 작물의 재배 및 가축의 사육방법을 발견하게 되었던 신석기혁명 만큼이나 충격적인 진화의 과정이었다.

대학교 학부과정의 공부를 하고 있는 내가 지난 초중고 시절의 수업내용을 돌이켜보면 공부를 할 당시에는 늘 새롭고 처음 접하는 것들만 배우는 기분이었지만 사실은 아주 어려서 배운 덧셈 뺄셈 등등이 조금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변모되었을 뿐 그 근원이나 개념의 시작은 모두 같았다. 그리고 그 중 가장 그러한 기본 그릇에서 조금만 덧붙여 배움을 거듭하게 하는 것이 바로 역사과목이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느끼게되었다.

초/중학교 시절까지의 역사는 그냥 사건의 단면만을 접하는 1차원적인 학습이라면, 고등학교 시절 이후의 역사는 미시사와 야사를 합쳐 복합적으로 접근하는 개념으로 유명한 역사학자 E. H. Carr가 이르듯 현재에 의한 역사가되어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리고 역사라는 과목의 매력을 너무도 어린시절부터 느껴왔던 나는 그러한 과정속에서 더해지는 깊이와 새로이 알아갈수록 놀라움을 금치 못할 달라진 접근 방법에의 해석 결과물에 매번 탄식하고 감동했다. 그리고 현실적 장벽에 의해 고등학교 졸업 이후 역사를 전공으로 택하지 못한 이상 앞으로 그러한 기회는 더이상 내게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한 판단은 틀렸다. 역사는 언제나 우리 주변에 숨쉬고 있었으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1분 1초 또한 모두 역사의 너머로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는 것을 그 체념이 있은 후 4년이 지난 지금에야 깨닫게 된 것이다. 바로 이번에 읽게 된 책 '역사 한 잔 하실까요?'를 통해서 말이다.

나는 역사를 좋아했기에 아주 어린시절부터 또래답지않게 사극에 무척이나 강한 흥미를 보였다. 아마도 상상 속의 역사가 눈앞에 가시화된다는 것이 사극의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해 나를 늘 긴장하게 했던 것 같았다.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학교에서 배우고 부모님께 배우는 역사가 아닌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내게 말해주지 않았던 또 다른 느낌의 역사가 내 눈앞에 펼쳐지기 때문이었다.

이와같은 의미에서 이번에 역사 한 잔 하실까요?를 읽는 것은 내게 너무도 큰 의미로 다가왔다. 사실 고대인들이 술을 만들어서 마셨을 것 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으며 와인 이전에 맥주가 존재했다는 사실도 이번 책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었다. 나는 아마 책 초반부에서 그 사실을 알고는 꽤나 충격에 빠져있었던 것 같다.

대학에 와서 술을 처음으로 접하고 술을 통한 인간관계를 점차 배워감에 따라 내가 느꼈던 것은 술은 인류에게 주어졌던(보통 신이 하사했다고 하는 것들 중) 최고의 선물인 불과도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었다. 적당히 즐기면 그보다 좋은 것이 없지만, 과하면 그보다 나쁠 것이 없는 신비롭고도 그 출발을 궁금케 하는 매력적인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번 책을 통해 만물의 영장인 인류는 어쩌면 술이라는 동반자가 그 문명의 역사와 함께했기에 진정으로 영장이 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직립보행으로 인한 두 손의 자유화로 도구를 사용하게 된 것 또한 매우 중요했던 포인트지만 앞의 문장은 어디까지나 이번 책을 읽음으로써 생각한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역사 한 잔 하실까요?는 맥주, 와인, 증류주, 커피, 홍차, 코카콜라의 6가지 음료를 소재로 하여 인류 문명의 변화와 위의 6가지 음료가 유행함에 따라 기존의 패러다임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크게 변모해가는 과정을 언급하며 새로운 해석으로의 역사를 도출한다. 커피와 홍차 코카콜라의 3가지 음료는 현재까지도 전 세계를 장악하는 매우 의미있는 음료이다. 하지만 내게는 사람을 사귀고 사람을 알게하는 의미로써 술이라는 존재(초반의 맥주, 와인, 증류주-브랜디, 럼 위스키-)의 의미를 더욱 크게 부각하고자 한다. 후자의 3가지 요인들은 적어도 인류 문명이 어느정도 완성됐다고 평가받는 시대 이후에 등장하여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는 촉진제역할을 해 주었지만, 앞서는 3가지의 음료(주류)는 이 땅에 맨몸으로 태어나 1차원적인 욕구였던 생존이 가장 중요하고 전부였던 인류에게 2차 3차 이상의 욕구를 갖게끔 도와주었던 그야말로 문명 태동의 시발점이라는 의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역사라는 학문을 매우 사랑하기에 이 책의 제목을 보는 순간 강하게 이끌렸고 아무런 망설임없이 선택했다. 책을 보는 동안도 이미 역사를 마지막으로 학문으로써 공부한지 수년이 흘렀지만 그간의 애정으로 쌓아뒀던 지식 덕분에 아무런 문제없이 쉬이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입장이 아니거나, 이제 이 책을 통해 역사에 관심을 보이고자 하는 독자에게는 조금 지루하거나 어려운감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아쉬움은 배제할 수 없었다.

지금까지 역사에 대한 나의 예찬론이 너무 길었던 것 같다. 이 책에 대한 예찬론도 펼치다보면 아마 하나의 논문 분량을 초월하고도 부족할 듯 하여, 이 책의 최대 매력이었던 간결하고도 의미심장한 각 챕터의 소제목을 언급하며 이 서평을 정리하고자한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류의 역사가 음료의 발전 및 변화 속에서 함께 움직여왔다고 믿게되었다. 사실 따지고보니 음료는 액체 즉 물에서 그 존재가 기원하며 인류 문명의 태동 또한 크나큰 강줄기 주변에서 이룩되었고 그러한 강과 물의 이용을 잘 다스리던자가 문명의 수장이 되었다는 지난 배움이 떠오른다. 나는 이전부터 알고있던 지식을 이번 책을 통해 새로이 각성하였고, 또 다른 지식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우리의 인체는 식량이 없이는 조금 더 긴 시간을 버텨줄지 모르겠으나 물 즉 수분이 없이는 그에 반도 못미치는 짧은 시간조차 괴로움 속에서 허덕이게 한다. 어쩌면 인류가 음료와 함께 발전했던 것은 숙명이자 잔혹하고도 질기게 연결된 인연이었을지 모르겠다.

맥주는 농사를 통해 신석기혁명의 시대가 도래했으며 그 속에서 생겨났기에 인류 문명의 여명기를 열였고 와인은 인간이 사회적 동물이며 끊임없는 욕구 추구를 거듭한다는 본성을 일깨워주며 문명의 전파를 이룩했다. 이러한 전파 속에서 강자와 약자가 생겨나게 되고 조금 슬프지만 그러한 발전의 과정 속에서 존재해야만 했던 제국주의 시대에 그 슬픔을 달래고 그러한 지배구조를 더욱 굳건하게 지켜준 증류주가 문명의 항해를 도왔으며, 커피는 근대 유럽 지식인들의 머리를 맑게 하고 1차원적인 욕구에서 벗어나 문명이라는 단어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게 촉진했다. 이제 인류는 더이상 생존의 문제가 전부인 삶에서 벗어나 홍차를 통해 각자의 품위와 우월함을 존중받고자 하며, 이는 현대에 이르러 코카콜라의 소재로 비유되는 자본주의의 탄생과 이의 발달과정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그러한 거듭된 변화과정 속에서 이미 우리 주변에는 셀 수 없는 많은 음료들이 존재하게 된다.

오늘날의 인류의 생활은 음료를 떠나서는 더이상 설명될 수 없다. 우리는 친분을 표시할때나 혹은 그러한 친분을 새로이 개척할 때, 커피(차)나 한잔 하실래요? 라는 멘트를 통해 기회를 마련하고 술을 함께 마심으로써 그러한 계기를 더욱 돈독히 발전시켜간다. 음료가 없이 대화만 오가는 무미건조함이란 이제 더이상 상상할수도 없으며, 상대에게 음료를 권하는것은 아주 기본적인 예의이자 상대에 대한 존중 배려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리고 이러한 관습은 현대에 와서 탄생한것이 아닌, 아주 오래전 인류가 생존과 사투하던 고대로까지 그 기원이 거슬러올라간다.

평소에 아무렇지않게 여겼던 우리의 문화와 생활양식에 대해 새로이 재각성하며 돌이켜 볼 수 있는 시간은 너무도 흥미롭고 즐거웠다. 앞으로 이토록 새로운 관점에의 역사 해석서가 많이 쓰여지길 바란다. 우리가 흔히 강국이라 일컫는 나라에서는 언제나 역사와 철학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전폭적으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러한 연구 속에서 진정한 타산지석과 문명의 의미를 되새겨가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그러한 사회적 인프라가 조성되어 나처럼 현실의 장벽에 의해 하고싶은 공부를 포기하는 아쉬움을 겪는 학도들이 더이상 없었으면 한다. 나는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인류의 문명, 패러다임의 형성과 변화, 패권의 이동과 혁명, 그리고 오늘날의 각성까지 너무도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짧고도 긴 시간이 내게는 참으로 많은 가르침을 준 또 하나의 선생님을 만난 듯 하여 너무도 행복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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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10가지 치명적 실수 - 필립 코틀러가 말하는
필립 코틀러 지음, 홍성태 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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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7년 가정 문제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결심하고 1년간 휴학을 했다. 본의와 상관없이 한창 대학 생활에 재미를 붙일 무렵 휴학이 결정된 것이라, 개인적으로 이래저래 방황을 하다 마음을 정리하고 뒤늦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이미 시간은 너무 늦었었다. 결국 마음이 급해져 조건이나 직종에 구분 없이 어디든 빨리 출근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었고, 그런 시간 속에서 내생에 첫 장기 아르바이트의 출근지로써 한 스포츠 브랜드 의류상점이 결정되었다.

보통 손님들이 고가 브랜드 옷가게에 방문할 때 발견할 수 있는 광경은 제법 한가한 상점 내에 브랜드 특성과 어울리는 음악이 흐르고, 판매하는 물건들 주변을 여유롭게 배회하는 직원 몇 명. 그것이 전부다. 그들은 언제나 늘 그런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손님의 눈에 비친 그들은 언제나 한가롭고 여유로울 뿐이다. 그리고 적당히 손님 변죽을 맞춰주며 맘에도 없는 칭찬으로 옷이나 팔면 그만인 셈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출근에 임했던 내 첫 직장은 너무나 혹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창고 물류 정리 방법 익히기부터, 제품군별로 수백가지에 이르는 재고 위치와 수량 파악 및 소재의 특성 답습 그리고 판매 수완 익히기와 DP 센스 기르기까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아침에 눈을 뜨면 어느새 밤을 맞이하는 느낌으로 그렇게 나의 5개월이 흘러갔다.

그런 시간 속에서 느낀 것은 마케팅 is 세일즈. 고로 잘 팔면 그만이라는, 처음 옷가게에 아무런 지식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하던 그때와도 같은 안일한 오해였다.

보통 의류 브랜드 대리점은 본사의 마케팅부서에서 관리한다. 그리고 부서 담당자는 해당 점주에게 판매량을 늘리라고 사정없이 쪼아댄다. 그저 잘 팔면 그만이다라고 늘 말씀하시는 사장님은 이런 내 생각을 확고히 다지는데 일조해 주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8년을 맞이하고 학교에 복학했을 때, 2학년 1학기 전공 과목으로 만난 것이 마케팅원론이었다. 사실 그 때 나는 참 당황했던 것 같다. 세일즈를 대학에서 가르친다는 것도 우스웠고, 그것에 경영학 커리큘럼에 속한다는 것도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첫 수업에 대한 OT가 진행되면서, 전반적인 수업 내용에 대한 숙지가 이루어짐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하던 무렵의 내 모습이 오버랩됨과 동시에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이 마음을 얼른 숨겨버리고 싶어질 뿐이었다. 마케팅은 잘 팔면 그만인 세일즈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당시 마케팅 원론에서 사용된 마케팅관리라는 제목의 교재 또한 위 도서와 같은 마케팅의 대부 필립 코틀러의 저서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마케팅원론 과목을 맡아 강의하시던 교수님 아래 심화전공 과목으로써 마케팅을 택해 진로의 한 방향으로 진지하게 공부를 해 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생각하는 마케팅의 정의는 '감동'이라는 것이다. 마케팅원론 수업의 본격적인 진도가 나가던 첫 날 교수님은 3시간 내내 같은 문장을 강조하셨다. 마케팅은 생산과 판매가 아니다. (고객의 니즈에 대한) 감지와 반응이다. 우리는 고객 만족을 제일이자 유일한 목표로써 추구한다. 라는 내용이었다.

어떤 한 분야에서 대부라는 명칭으로 칭송을 받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일이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작품이 고전 클래식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감동을 주듯이, 필립 코틀러의 저서는 경영학과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직접적 연계가 없는 사람에게도 언제나 무한한 감동과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 및 기업에 대한 충성심을 샘솟게 한다. 그리고 이번 신간 저서를 통해 나는 또 그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현대사회에서 경영/경제 분야에 대한 지식은 단순히 해당 분야를 전공하는 전공자들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자 하나의 상식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내가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서이기도 하지만,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항상 마케팅 관련 교양서들을 적극 권고하고 다닌다. 그것은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이기주의와 불신만이 팽배한 이 시대적 조류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이라는 경제 매커니즘의 주체가 우리의 그릇된 오해만큼 위해 비양심적인 이익추구만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첫 출근 직전에 느꼈던 것들 그리고 마케팅이라는 과목을 배우기 직전까지 확고하게 갖고 있던 왜곡된 편견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몇가지 키워드를 살펴보자. 고객지향적, 파트너, 기회, 관계, 의사소통, 서비스 등등이다. 실제로 현대 마케팅에서 고려하는 고객의 4Cs라는 키워드가 있는데 그것은 고객의 비용(Cost), 고객과의 소통(Communication), 고객의 편의성(Convenience), 고객의 해결책(Customer Solution)이다. 비록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키워드를 통해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고객과의 관계 및 고객 만족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분명 이익추구 및 실현을 위함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볼 때, 그것의 달성을 위해 목적이 전도되고 마케팅의 본질이 훼손된 노선을 채택한 케이스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욕구 실현을 추구하지만, 함께 공존하는 타인과의 조화 및 상호관계를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그것을 통해 조금 느리지만 좀 더 의미있는 결과 달성으로의 과정을 걷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누군가 내게 인생이라는 테마에 대해 새로운 고찰을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면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언급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마케팅을 내 진로 분야로써 공부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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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빈, 사랑에 살다
최정미 지음 / 유레카엠앤비(단행본)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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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에 진학하여 무척이나 가슴벅차고 손꼽아 기다려지는 수업 시간이 있었다. 바로 국사를 맡으셨던 이은숙 선생님의 수업시간이었다. 역사과목은 정확히 몇살인지도 기억이 안나는 어린 시절부터 사극 시청에 재미를 붙이면서 늘 애정해왔지만, 이은숙 선생님의 수업을 만나면서 이제까지 배워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해석에 의한 역사 내가 바라는 역사를 배운다는 느낌이 나를 흥분케했다. 그리고 그것은 근/현대사 과목을 통해 만나뵐 수 있었던 홍예경 선생님과의 시간을 통해 더욱 다져졌다.


선생님의 수업은 언제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게 흥미진진했지만 그 중 5년여가 흐른 지금까지도 분명하게 기억나는 몇가지 사건들이 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숙종의 여자이자 경종의 어머니 희빈장씨의 이야기이다.


2002년 당시에 방영했던 장희빈은 준비에 한창 열을 올릴 무렵이 드문드문 몇 장면만을 스쳐지나며 본 것이 전부이기에 별다른 기억이 없지만, 아주 어린시절 엄마와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봤던 정선경/김원희 주연의 장희빈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임팩트가 강했던 몇 장면을 떠올려 보자면 사약을 먹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며 온갖 악담을 퍼붓던 독기서린 그녀의 모습과, 인현왕후의 죽음을 재촉하기 위해 그녀의 초상화에 활 시위를 겨누며 굿을 하던 모습 등이다. 그리고 장희빈을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마 이런 모습이 만들어 낸 이미지로써 그녀를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극의 가장 흥미로운 소재였던 그녀는 언제나 이런 모습으로 우리 앞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선생님께 전해 들은 이야기는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그리고 나는 우리 역사 속 여성들 중 명성황후 다음으로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사실 역사 속 왕들이 수많은 비빈들을 거느릴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당연시 된 나머지 한 여인을 사랑하다 애정이 식어 다른 여인에게 옮겨가고 하는 것들이 우리에게는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여졌고, 그 과정 속에서 투기를 일삼는 비빈은 쳐죽여 마땅한 악처로 묘사되어왔다. 사실은 남자나 여자나 1처 1부로서 서로의 반려를 존중하고, 나의 정인을 다른이에게 뺏길 때 치솟는 질투심과 분노는 성별과 인종을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같은 감정일진데 말이다.


장희빈과 인현왕후 숙종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현존했던 당대는 붕당정치의 패도가 극에 달했던 시절로써, 선대왕 태종이나 세조시절과 같은 절대왕권을 이상으로 꿈꾸었던 숙종에게는 현실의 이러한 장벽들이 언제나 큰 고민거리였다. 그러한 조류 속에서 아귀다툼이 가장 치열했던 파벌은 바로 남인과 서인정권이었다. 이들은 훗날 희빈장씨(남인)와 인현왕후(서인)를 내세워 왕의 애정을 독식하고 서로의 이권을 쟁탈하는데 더욱 혈안이된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숙종이 택했던 것은 총애하는 여인을 통한 각 파벌의 숙청 및 등용으로써의 권력 배분이었다. 남인 세력이 커진다 싶을땐 인현왕후를 필두로 하는 서인에게, 다시 그 세력에게 너무 많은 것이 주어졌다 싶을 때면 장희빈을 필두로 하는 남인 세력에게 시선을 주며 자신이 바라는 정치 환경을 조성해 나갔던 것이다. 그는 이토록 야심이 강한 사내였다고 한다.



문득 위와 같은 구구절절한 사연을 듣다보니 이제껏 인현왕후는 악첩에게 핍박받으며 자신의 수모를 감내해 온 온화한 여인상. 그리고 희빈 장씨는 언제나 자신의 탐욕과 권세를 위해 왕을 쥐락펴락한 희대의 팜므파탈로 그려지며 매도당한 기존의 평가가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아마도 그것은 아직까지도 이 시대에 만연한 가부장제의 사회문화를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써 왜곡된 결과물이었음에 분명하다.



이번 <장희빈 사랑에살다>라는 책은 내가 선생님께 들었던 그런 그녀에 대한 모습을 적나라하고도 감수성넘치게 그려낸 책이라, 다시 5년 전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선생님의 열강을 듣는 기분으로 푹 빠져들어 탐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새삼 그녀의 안타까운 사랑을 동정하게 되었다.


단지 뜨겁게 사랑했을 뿐인데..
그리고 그 대상이 한 나라의 왕이었을 뿐인데..
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깊은 한숨이 되어 허공에서 흩어졌다.


후반부의 마지막 장면이 기억난다. 그녀는 투기를 주된 요인으로 하여, 빈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죄를 물어 사약을 먹고 자진하라는 왕의 비망기가 수차례 내려져도 스스로의 결백을 주장하며, 끝끝내 외면해왔지만 결국 자신이 배아파 낳은 아들보다 더 사랑했던 정인(숙종)이 "나를 위해 죽어다오"라는 진심어리고도 아무런 감정의 잔흔이 남아있지 않은 말 한 마디에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부분이다.



나는 아마 이 대목에서 통탄어린 비망기를 외면하던
그녀의 모습만큼 끝끝내 참아왔던 눈물을 왈칵 터뜨린 것 같다.



 

사랑에 살고
사랑에 웃었으며
사랑에 생을 마감했던 그녀를 위해



이제라도 이런 책이 출간되었으니, 부디 그 슬픈 혼을 조금이나마 위로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이 서평을 마무리 지으려고 한다. 식민주의 사관에 의해 왕을 능멸하고 조국을 우롱했던 악녀로 그려진 명성황후의 넋이 이제껏 쌓여온 우리의 오해를 씻어내고자 하는 일말의 의도로 제작된 공연 <명성황후> 무대에 나타나 배우진을 놀라게 했다는 미스테리 일화가 생각났다.

 

 


이 책을 통해
왜곡되어진 우리의 역사관 속에 갇혀 신음하던 수 많은 그녀들이
모두 자유로워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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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들 - 비즈니스 창의성을 깨우는 부와 성공의 수수께끼
앤드류 라제기 지음, 신정길.이선혜 옮김 / 명진출판사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생각을 경쟁력으로 바꾸는 비즈니스 창의성이라...'

 

 

 


나에게 가장 필요한 아이템이 아닌가! 하고 무릎을 탁 칠 수밖에 없었다. 국제통상학 학사과정을 전공중이며, 앞으로 경영컨설팅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내게는 이것보다 더 가치 있는 책은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감은 부풀어만 갔다.

 

 

 


아아, 나는 지난 학기에 전자상거래 학과목을 수강하고, 학기말 팀 프로젝트였던 e비즈니스 모델 구현에서 아이템을 생각해 내기 위해, 굳어버린 두뇌를 붙잡고 얼마나 하염없는 고뇌를 해야만 했는가? 그 때의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이 저릿저릿 해 져 옴이다.(결국 팀원 중 아무도 아이디어를 내지 못해서, 내가 제시한 유일한 아이디어가 찬반의 과정조차 무색하게 채택되었지만, 내가 제시하고도 50%의 만족감도 얻을 수 없었던 마지못한 결과물이었기 때문이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나는 왜 저런 생각을 못 했을까' 하는 부러운 마음에 큰 좌절을 느꼈을 수도 있다.⌟ 이 문장을 접하자마자, 가슴이 울컥하는 기분을 느꼈다. 일상생활에서는 제법 참신하고, 재치 있는 멘트나 대응을 잘 떠올려 주위에서 ‘센스 있다'는 칭찬을 줄곧 들어온 나인데, 정작 중요한 업무나 프로젝트에선 내 스스로 자학을 가하고 싶을 만큼 만족스런 성과를 내지 못하니, 이런 통탄할 노릇이 또 있을까...

 

 

 


영감은 언제나 ‘불현듯' 찾아온다고는 하지만, 그러한 영감을 불현듯 제공받는 이들의 입장에서나 그런 쉬운 말이 나오는 것이다. 라고 언제나 내 스스로를 위로해왔다. 하지만 그것은 유명한 영화 속 명대사와도 같이 그저 ‘비겁한 변명'에 불과하다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내내 가깝게는 복학 후 지난 7개월, 그리고 길게는 내 스스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는 시점부터인 대여섯 살 이후부터 지금까지 10여년의 삶을 반성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책에 대한 애정을 언급하자면 픽션이 가미된 소설이나 기타 예술적 창작물들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매우 부끄럽고도 애석하지만 이번 리뷰를 위해 읽어야만 했던 <리들>과 같은 책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편이었다. 하지만 곤궁한 자는 제 스스로 우물이라도 파듯, 앞으로의 내 미래와 관련하여 그 누구보다도 큰 가르침을 줄 것이라는 생각이 이번 책에서만큼은 다른 자세를 심어주었다.

 

 

 


책을 읽는 내내, 연신 하품을 하며 읽어왔던 교양서들과는 달리 매우 존경하는 선배님 혹은 은사님의 조언을 듣는 기분에 휩싸였다. 적절한 사례를 들어, 적절히 충고하는 뉘앙스로 책을 풀어가는 작가의 능력은 어느새 시간이 훌쩍 흐르고 그 끝부분을 향해 달려갈 무렵 간신히 ‘꽤 많이 읽지 않았던가...'라는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창의성과 혁신에 대한 아이디어를 갈망하던 22살의 여대생은 이렇게 또 다른 좋은 스승이자 인생의 지침서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제는 자투리 시간을 아끼며 살아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흔히 농담과 진담을 섞어 말하길, 영어단어 등 무언가 외울 일이 있으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가장 집중력이 높아진다고 하듯 <리들>을 읽고 가치관의 마인드를 새로이 정립한 나는 이전과는 다르게 불현듯 찾아오는 영감들이 그저 한가함에 문득 떠오르는 잡생각이 아니라, 내게는 무척 귀하고 소중한 아이템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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