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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의 10가지 치명적 실수 - 필립 코틀러가 말하는
필립 코틀러 지음, 홍성태 외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5년 4월
평점 :
품절
2007년 가정 문제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결심하고 1년간 휴학을 했다. 본의와 상관없이 한창 대학 생활에 재미를 붙일 무렵 휴학이 결정된 것이라, 개인적으로 이래저래 방황을 하다 마음을 정리하고 뒤늦게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았지만 이미 시간은 너무 늦었었다. 결국 마음이 급해져 조건이나 직종에 구분 없이 어디든 빨리 출근부터 해야겠다는 생각이었고, 그런 시간 속에서 내생에 첫 장기 아르바이트의 출근지로써 한 스포츠 브랜드 의류상점이 결정되었다.
보통 손님들이 고가 브랜드 옷가게에 방문할 때 발견할 수 있는 광경은 제법 한가한 상점 내에 브랜드 특성과 어울리는 음악이 흐르고, 판매하는 물건들 주변을 여유롭게 배회하는 직원 몇 명. 그것이 전부다. 그들은 언제나 늘 그런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한다. 손님의 눈에 비친 그들은 언제나 한가롭고 여유로울 뿐이다. 그리고 적당히 손님 변죽을 맞춰주며 맘에도 없는 칭찬으로 옷이나 팔면 그만인 셈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출근에 임했던 내 첫 직장은 너무나 혹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창고 물류 정리 방법 익히기부터, 제품군별로 수백가지에 이르는 재고 위치와 수량 파악 및 소재의 특성 답습 그리고 판매 수완 익히기와 DP 센스 기르기까지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지, 아침에 눈을 뜨면 어느새 밤을 맞이하는 느낌으로 그렇게 나의 5개월이 흘러갔다.
그런 시간 속에서 느낀 것은 마케팅 is 세일즈. 고로 잘 팔면 그만이라는, 처음 옷가게에 아무런 지식 없이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하던 그때와도 같은 안일한 오해였다.
보통 의류 브랜드 대리점은 본사의 마케팅부서에서 관리한다. 그리고 부서 담당자는 해당 점주에게 판매량을 늘리라고 사정없이 쪼아댄다. 그저 잘 팔면 그만이다라고 늘 말씀하시는 사장님은 이런 내 생각을 확고히 다지는데 일조해 주셨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2008년을 맞이하고 학교에 복학했을 때, 2학년 1학기 전공 과목으로 만난 것이 마케팅원론이었다. 사실 그 때 나는 참 당황했던 것 같다. 세일즈를 대학에서 가르친다는 것도 우스웠고, 그것에 경영학 커리큘럼에 속한다는 것도 정말 아이러니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첫 수업에 대한 OT가 진행되면서, 전반적인 수업 내용에 대한 숙지가 이루어짐에 따라, 아르바이트를 처음 시작하던 무렵의 내 모습이 오버랩됨과 동시에 한없이 부끄러워지는 이 마음을 얼른 숨겨버리고 싶어질 뿐이었다. 마케팅은 잘 팔면 그만인 세일즈가 아니었다. 나는 정말 부끄러웠다.
당시 마케팅 원론에서 사용된 마케팅관리라는 제목의 교재 또한 위 도서와 같은 마케팅의 대부 필립 코틀러의 저서였다. 1년이 지난 지금, 당시 마케팅원론 과목을 맡아 강의하시던 교수님 아래 심화전공 과목으로써 마케팅을 택해 진로의 한 방향으로 진지하게 공부를 해 나가고 있는 이 시점에서 생각하는 마케팅의 정의는 '감동'이라는 것이다. 마케팅원론 수업의 본격적인 진도가 나가던 첫 날 교수님은 3시간 내내 같은 문장을 강조하셨다. 마케팅은 생산과 판매가 아니다. (고객의 니즈에 대한) 감지와 반응이다. 우리는 고객 만족을 제일이자 유일한 목표로써 추구한다. 라는 내용이었다.
어떤 한 분야에서 대부라는 명칭으로 칭송을 받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일이다. 음악의 아버지 바흐의 작품이 고전 클래식의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도 감동을 주듯이, 필립 코틀러의 저서는 경영학과 마케팅이라는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이나 직접적 연계가 없는 사람에게도 언제나 무한한 감동과 자신이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 및 기업에 대한 충성심을 샘솟게 한다. 그리고 이번 신간 저서를 통해 나는 또 그의 마력에 빠져들었다.
현대사회에서 경영/경제 분야에 대한 지식은 단순히 해당 분야를 전공하는 전공자들 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자 하나의 상식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내가 마케팅을 공부하는 사람이라서이기도 하지만, 나는 주변 지인들에게 항상 마케팅 관련 교양서들을 적극 권고하고 다닌다. 그것은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여 이기주의와 불신만이 팽배한 이 시대적 조류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기업이라는 경제 매커니즘의 주체가 우리의 그릇된 오해만큼 위해 비양심적인 이익추구만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마치 내가 첫 출근 직전에 느꼈던 것들 그리고 마케팅이라는 과목을 배우기 직전까지 확고하게 갖고 있던 왜곡된 편견처럼 말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몇가지 키워드를 살펴보자. 고객지향적, 파트너, 기회, 관계, 의사소통, 서비스 등등이다. 실제로 현대 마케팅에서 고려하는 고객의 4Cs라는 키워드가 있는데 그것은 고객의 비용(Cost), 고객과의 소통(Communication), 고객의 편의성(Convenience), 고객의 해결책(Customer Solution)이다. 비록 해당 분야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이 키워드를 통해 마케팅이라는 분야가 얼마나 고객과의 관계 및 고객 만족을 위해 촉각을 곤두세우는지 어렴풋이나마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분명 이익추구 및 실현을 위함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를 볼 때, 그것의 달성을 위해 목적이 전도되고 마케팅의 본질이 훼손된 노선을 채택한 케이스는 결코 없을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욕구 실현을 추구하지만, 함께 공존하는 타인과의 조화 및 상호관계를 위해 끊임 없이 노력하고 그것을 통해 조금 느리지만 좀 더 의미있는 결과 달성으로의 과정을 걷는 것과 같은 이치일 것이다.
누군가 내게 인생이라는 테마에 대해 새로운 고찰을 위한 책을 추천해달라면 나는 주저없이 이 책을 언급할 것이다. 그것이 내가 마케팅을 내 진로 분야로써 공부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