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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페티시즘 - 욕망과 인문의 은밀한 만남
이원석 지음 / 필로소픽 / 2015년 3월
평점 :
품절
인문학 열풍이 기업 전체로 확산되지 않고, '최고경영자 과정' 등으로만 머무르는 이유에 대한 분석이 나왔다. 스티브 잡스가 가져온 기술과 인문학의 결합이 추동한 것도 있고, 피터 드러커가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등에서 '지식(기반)경제'에 기인한 측면도 있지만, <인문학 페티시즘>의 저자 이원석은 다른 지점을 주목하고 있다.
바로 피에르 부르디외가 말하는 '계급적인 구별짓기'다. 부르디외는 구별짓기의 준거점으로 자본을 들고 있는데, 경제자본과 문화자본, (사회)관계자본과 상징자본 등이다. 여기서 문화자본은 '체화된 문화자본', '개관화된 상태로서의 문화자본', '제도화된 상태로서의 문화자본'이 있는데, 저자가 주목하는 게 체화된 문화자본이다.
이것은 몸에 밴 품위와 세련된 취향을 가르키는데, 독립영화와 예술영화를 보면서 졸려하지 않는다거나 트로트 대신 클래식을 즐겨야 한다거나 악기나 외국어 하나둘쯤은 소화해야 하는 것 등이다.
문화 향유자들의 가식을 싸잡아 건드리는 것 같지만, 고급문화와 취향은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일정 부분 가능하다는 지적이 틀린 말은 아니다. 근데 이전까지 문화는 유한계급만이 향유할 수 있었던 고급취향이자 교양이 아니었던가.
이 책에는 대중철학자 강신주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담고 있다. 대중 위에서 훈계하는 '꼰대질'과 대중을 상대로 약을 파는 '무당질'에서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46쪽)고 지적한다. 조선일보의 기사에서는 '모호하게 걸쳐 있다'고 좀더 도발적으로 기사화했지만, 본문은 그렇게 세지 않다.
그 밖에 김병완의 독서법, 김태광의 책쓰기, 기타 종교와 결합된 책쓰기강좌에 대해 아주 세밀한 분석도 눈여겨 볼 만하다. 공저로 책을 출간하는데 몇백만원, 심지어는 몇천만원을 넘어서는 책쓰기단체가 있다니 아연실색할 정도이다. 귀한 시간을 투자해서 이런 것까지 낱낱이 고발할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지만, TV 맛집소개와 얽힌 커넥션을 다루는 탐사보도처럼 삐뚤어진 출판 문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서 음지를 햇볕에 말리는 게 꼭 필요해 보인다. 출판계의 저널이 해야 할 일을 문화 연구자가 한 셈이다.
책과 출판에서도 정도를 넘은 타락이 판치고 있다. 하긴 합법적 사기를 대놓고 치고 있는 자본과 권력이 있는데, 사회 어느 분야라고 다를쏘냐. 그저 한바탕 웃을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