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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기 위해 살다 - 마르케스 자서전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조구호 옮김 / 민음사 / 2007년 3월
평점 :
700여쪽 가량의 대장정을 끝마쳤다. 그런데 역자 후기를 읽어보니 앞으로 2부, 3부가 또 나올 예정이란다. <이야기하기 위해 살다>에는 마르께스의 어린시절부터 청년시절까지의 삶이 이야기된다. 어찌나 시시콜콜 자세하게 자신의 삶을 복원해내는지 기억력이 놀랍기도 하다. 물론 자신의 가물가물한 기억력을 보충해 줄 가족들과 친구들이 있기에 가능한 작업이었는지도 모른다.
마르께스는 '백년동안의 고독'이 어떻게 배태되고 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는지 책 초반에 이야기한다. 어머니와 함께 집을 팔기 위해 여행을 떠난 마르께스는 그 여정 가운데 소설의 모티브를 얻게 된다. 물론 먼 훗날 그것은 작품으로 쓰여지게 되지만, 그는 늘 그 모티브를 꼭 써야만 할 '무언가'로 마음속에 품었던 듯 하다.
이 자서전은 마르께스라는 한 작가의 삶을 복원한 것이지만, 그의 나라 콜럼비아의 역사 역시 생생하게 복원된다. 콜롬비아라는 미지의 나라가 갖는 신비한 아우라가 나를 감싼다. 백년동안의 고독이 우리에게 보여줬던 마술적 리얼리즘이 현실에서도 생생하게 구현되는 듯한 느낌을 맛보게 된다. 엄청난 대가족의 삶, 그들의 사랑과 가난, 혁명과 죽음....또한 음악과 문학을 사랑하는 그들의 예술적 감각 등 그들만의 문화적 체취를 느낄 수 있어 이채로웠다.
마르께스는 말한다. 자신의 작품에서 쓰여진 것은 다 자신이 경험한 것이라고...물론 자신에 의해 변용되고 재해석되었지만 모두 자신의 실제 경험에서 기반한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신비롭고 마술적인 프레임으로 재해석되었지만 그의 소설 속엔 진한 인간의 보편적 진실이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또한 마르께스는 글쓰기에 관한 한 치열한 작가였음을 알 수 있었다. 청년이 된 그는 대학을 중퇴하고 문학의 길, 기자의 길을 걷기로 결심한다. 그는 계속해서 문화계, 언론계 인사들과 끈끈하게 교유하고 접속하면서 작가로서의 길을 치열하게 간다. 신문사에서 다양한 사설과 기사를 끊임없이 써내면서도 그는 작가로서의 소임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위대한 작가는 하루아침에 탄생하는 것이 아님을 그의 치열한 글쓰기 훈련이 입증하는 듯하다.
마르께스라는 작가의 원류, 뿌리를 알고 싶은 사람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다. 또한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과 문화에 관심을 갖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르께스의 창작에 대한 열정과 철학을 엿볼 수 있으며 그의 언론인으로서의 열정 역시 읽을 수 있다. 한순간도 고여 있지 않고 끊임없이 질주하고 달려가는 그의 생의 에너지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